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0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산들바람

하나님을 대상화하고 인격화하여 기도하는 행위가 우리의 정신과 삶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우리의 정신세계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이 하나님을 우주의 원리나 법칙으로 이해하면 스스로 순리를 따라 살고자하는 의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을 인격체로 생각하고 우리의 생사화복에 영향을 주는 존재로 생각하면 그에게 매달려 부탁을 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을 인격체요 창조주이며 전능자로 파악한 기독교의 전통적 하나님관이 옳다면 하나님에게 기도하는 것이야말로 피조물로서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고, 그에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부탁하는 행위야말로 지혜롭고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인식하는 하나님이 옳다면 기도라는 행위는 별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지 못하고 나약한 삶을 살도록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나에게 전통적인 방식의 기도는 당연히 불편한 것일 수밖에 없다.

 


기도와 관련하여 나는 매우 가슴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1997년 여름부터 가을에 이르는 기간이었다.

함께 근무하던 학교의 교사 한 분이 간암 판정을 받고 불과 서너달 만에 별세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때 내가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하나님은 개인의 생사회복에 관여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그에게 매달리지 말고 냉철한 이성으로 병에 대처해라.

고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판단되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과 가족, 또한 주변을 위해 남은 생을 잘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는 것이었다.


그러나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그는 하나님께 매달렸고, 교목이었던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병상의 그를 찾아가 위로하였다.

내가 갖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생각이 그와는 너무도 달랐지만 그의 기대가 간절했기에 그의 하나님에 맞추어 기도해 줄 수밖에 없었다.


어린 자녀 넷을 둔 그가 원하는 기도는 "반드시 건강한 몸으로 회복시켜주실 것을 믿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숨을 거둘 때까지 그의 기대에 맞추어 기도해주었고, 기도가 끝나면 거짓확신을 얼굴에 담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를 위로했다.


하지만 나는 점점 죽어가는 그의 얼굴을 석 달 동안 고통스럽게 대면해야 했고 병실을 나설 때마다 한없는 무력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가 떠난 이후, 차라리 내 소신대로 말해주었다면 그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거나 훨씬 편하게 임종을 받아들이게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을 하는 건 당시의 나로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교단 소속 목사이며 학교 교목이었던 내가 소신을 밝혔을 경우에 따라올 결과는 감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4 오클랜드에서 아름답게 동행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주님께 감사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5.09.10 176
303 오클랜드에서 우리의 고운 모습만 남아 있게 하여 주옵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09.18 963
302 오클랜드에서 우리의 침착함을 위해 기도합니다. This Is Our Prayer for Our Serenity In Auckland. 제임스앤제임스 2015.02.09 478
301 오클랜드에서 좋은 만남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2.09.18 1099
300 오클랜드의 내 사랑에게 기도를 드립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2.11.07 1085
299 오클랜드의 봄에는 조금 천천히 돌아서 가보고 싶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3.09.27 1041
298 오클랜드의 봄의 흔적을 남기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11.17 688
297 오클랜드의 삶 속에서 사람들이 우리에게 흘리게 했던 눈물을 용서합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03.16 860
296 오클랜드의 한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축복이 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3.12.07 1030
295 오클랜드의 한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축복이 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8.12.07 123
294 오클랜드의 한인들은 2015년에 희망을 담으며 시작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5.02.10 307
293 오클랜드의 한인들이 열정을 버리지 않고 살도록 기도하게 하옵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4.10.26 665
292 올바로 잘 살기 위해서 / 산들바람 나누리 2013.08.20 1061
291 완전한 회복을 위한 길로 가게 하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2.03.15 1194
290 왜 사느냐고 물으신다면 / 산들바람 나누리 2013.09.10 916
289 우리 관계를 위한 우리의 기도가 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2.08.23 1149
288 우리 모두가 어울리는 행복을 나누게 하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09.26 1016
287 우리 사회를 위해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2.10.09 1089
286 우리 삶에 광풍이 올 때라도 기도하게 하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2.11.02 1000
285 우리 삶에서 위대한 것들을 준비하게 하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2.05.27 1273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7 Next
/ 37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