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침표 . 물음표 ?  느낌표 ! 
  

              ~ 신앙은 고민이나 주체적 사색, 깊은 가슴앓이 통해 성숙하는 것 ~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신앙고백은 본질적으로 사랑 고백이다.
그런데 사랑 고백은 무미건조한 객관적 진술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샘솟는 다분히 감상적·서정적 진술에 가깝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당신의 눈 속에는 초롱초롱 빛나는 별이 있고 맑은 호수가 들어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의 작은 눈 속에 별이 있고 호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비유적인 진술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감동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나는 예수가 하느님이라고 믿는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역사의 한 시대를 살았던 예수를 하느님이라고 믿는 것은, 전통적인 삼위일체론에서 복잡하게 설명하듯 "예수는 본질과 위격에 있어서 하느님과 동일한 분"이라는 식으로 추상적인 용어로 아리송하게 이해하기보다는, 나는 예수의 삶과 죽음에서 내 마음에 큰 감동과 충격을 주는 깊고 중요한 의미를 발견한다.

예수를 생각하면 내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예수라는 존재는 참으로 놀랍다 !
나는 그분의 존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분은 내게 하느님과 같다"는 식으로 쉽게 풀어서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또 그래야 예수의 의미가 내 삶에 더 생생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느낌표 !  이건 대단한 거다.
느낌표가 없으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없다.
과학적으로 말하더라도, 인간이 몸담아 살고 있는 가없는 우주와 이 세상에는 온갖 신비로 가득하다. 어쩌면 종교의 기원과 믿음의 시초는 그 신비로움에 대한 전율과 감동과 환희였을지도 모른다.

첨단 과학이 발달한 요즘 시대에도 해맑은 동심(童心)을 가진 어린아이들은 주변 사물들에 대해 수없이 물음표를 던지고 느낌표를 달 줄 알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순수하고 종교적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그 소중한 느낌표를 잃어버리고, 그 결과 겉으로 제아무리 종교적인 체해도 실제로는 종교의 핵심에서 멀어진다.

윌리엄 워즈워드는 바로 이 점을 간파하고서 '무지개'라는 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일침을 놓았던 게 아닐까.

지금까지 내 신앙생활 대부분의 시기는 자의든 타의든 거의 마침표 수준에서 맴돌았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이나 주체적 사색, 깊은 가슴앓이 없이 소위 '기독교 신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그럭저럭 살아왔다.
나뿐만이 아니다. 내 주변 신자들을 보면 대다수가 획일적·평균적 수준의 신앙에 그런 대로 만족하며 안주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게 오늘날 이 땅의 기독교가 참된 생명력을 잃어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초래한 근본 원인들 중 하나가 아닌가.

물음표가 없으니 신앙의 깊이가 없고, 느낌표가 없으니 신앙의 감격이 없다.
그래서 하느님을 사랑한다지만 그 사랑이 천박하고 메말랐다.
입술만의 사랑이지, 가슴 절절한 진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그저 습관적인 사랑, 어쩌면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사랑으로 변질될지도 모른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앞으로는 아무런 생각 없이 믿어 왔던 전통 신앙에 하루 한두 번 툭툭 물음표를 던져 보고 또 가슴 찡한 느낌표도 이따금 달아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것이 먼지가 수북이 쌓인 내 신앙이 살아나고, 그래서 또 내 삶이 새롭게 살아나는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무지개 >

하늘에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나니,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아니면 이제라도 나의 목숨 거둬 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하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천생의 경건한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윌리엄 워즈워드·영국 시인, 1770~185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4 우리가 펼쳐가는 우리의 사랑이 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옵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11.08 1093
483 성령은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 곳에 임하십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3.07.01 1092
482 한가위 명절에도 하나님께 영광돌리는 삶을 살게하여 주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09.09 1089
481 우리 사회를 위해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2.10.09 1089
480 ‘자기중심의 신앙’을 넘어 '하나님 중심의 신앙’으로 / 산들바람 나누리 2013.10.23 1085
479 오클랜드의 내 사랑에게 기도를 드립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2.11.07 1083
478 여름의 축복을 찬미하며 하루를 열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01.25 1079
477 우리가 겸손할 수 있게 도와 주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02.24 1076
476 이웃을 위해 기도하게 하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2.01.23 1074
475 설날 아침에 기도를 드립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2.01.23 1074
474 우리의 겸허함을 보이게 하여 주옵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12.28 1072
473 ‘사람의 아들’ 예수 / 산들바람 나누리 2013.09.26 1070
472 주님은 나를 위해 고난을 받으셨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2.04.02 1069
471 우리가 쓰임 받는 길로 인도하여 주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1.11.12 1069
470 축복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힘과 평안함을 주옵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10.06 1068
469 예수를 믿되 예수처럼 살지 않으려는 기독교인 / 한인철 교수 나누리 2013.06.11 1067
468 차 커피 한 잔으로도 행복한 아침이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04.24 1066
467 젊은 신앙의 열정으로 오늘을 살게 하여 주옵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06.17 1065
466 받기를 바라는 신앙에서 누리는 신앙으로 / 산들바람 나누리 2013.10.07 1064
465 조국의 여야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를 드립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2.12.06 1064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37 Next
/ 37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