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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1 14:32

동정녀 탄생 /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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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복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보수적 복음주의에서는 동정녀 탄생을 문자 그대로 믿느냐 믿지 않느냐가 신자와 비신자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그러나 예수가 30세가 되어 세례를 받는 데서 시작하는 마가복음, 그리고 영원 전부터 예수가 하나님과 함께 있었음을 말하는 요한복음에서는 동정녀 탄생 이야기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종교사학파는 동정녀 탄생이 고대 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던 주제임을 밝혀냈다.
예수에게 육신의 아버지가 있는 것보다 동정녀에게서 태어나는 것이 예수를 더 가치 있게 할까?
동정녀 탄생 교리는 기독교의 근본이 아니고 예수에 대한 헬레니즘적 해석의 일부일 뿐이다.

동정녀 수태, 특별한 별이나 동방박사, 목자들, 혹은 베들레헴 말구유의 출생 이야기들은 역사적 보도가 아니라 문학적 창작, 즉 예수의 의미에 관한 핵심 진리를 표현하려고 고대의 종교적 이미지를 사용한 은유적(metaphorical) 이야기다.


복음서가 기록될 당시의 고대 세계에서는 왕들을 비롯한 영웅들이 죽은 후에 영웅주의적 색채를 가미하여 그들의 생애를 기록하면서 신화적인 탄생 이야기를 첨가하는 게 보통이었다.


예수의 동정녀 탄생이라는 다분히 동화적이며 신화적인 이야기 역시 예수가 죽은 후에 그의 역사적 생애에 덧씌워진 복음서 저자들의 신학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동정녀 수태 이야기는 예수가 정말로 하나님의 아들이었음을 증명하는 생물학적 경이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이야기를 통해 고백한 신앙이며 예수에 대한 충성의 확증이다.


"예수 안에서 일어난 일이 성령의 일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생물학적 기적에 기초한 사실적 주장이 아니라, 예수를 하나님의 결정적 계시로 보는 한 가지 방식이다.


예수의 출생 이야기에서 참으로 중요한 질문은 예수가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예수가 세상의 빛인가? 진정한 주님인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은 우리의 삶 전체를 거는 것이다.


해방자는 가난한 이들로부터 나온다는 명백한 진리가 동정녀 탄생 교리에 담겨 있다.
마리아는 가난하고 억눌린 여성들 가운데 하나다.
이렇듯 “가난한 자의 시각”에서 성서를 읽으면 성서의 이야기들이 전혀 달라진다.

동정녀 탄생을 고백하는 것은 불의한 이 세상이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으로 변혁될 수 있다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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