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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복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시인은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다. 하지만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주책없이 빠져들지는 않는다.
시인의 눈에는 ‘자연’과 ‘인간’이 마냥 겹쳐 보인다.

 

‘산에 들에 나물 캐는 처녀가 없다면’, ‘마을 앞에 개나리꽃 피고 뒷동산에 뻐국새’ 운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산에 들에 쟁기질에 낫질하는 총각이 없다면’, ‘시냇가에 아지랑이 피고 보리밭에 종달새’ 지저귄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나물 캐는 처녀’와 ‘쟁기질하는 총각’, 즉 ‘자연에 가하는 인간의 노동이 있기에’ 비로소 산도 있고 들도 있고 꽃 피고 새가 우는 봄도 있는 것을….

 

 

청년 예수도 그렇다.

예수는 하늘을 맴도는 ‘참새’에 잠시 눈길을 준다.

하지만 예수의 시선은 곧바로 참새 너머 인간에게로 향한다.

 

그렇게 하찮은 ‘참새 한 마리’도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땅에 떨어지지 않는’ 법이거늘, 그렇다면

 

 “아버지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다 세어 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훨씬 더 귀하다”고 인간 생명의 존엄을 노래한다(마 10:29~31).

 

예수는 어느 안식일에 굶주린 제자들과 밀밭 사이를 지나다가 서슬 시퍼런 안식일 금지조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 이삭을 싹둑 잘라먹는다. 예수의 이런 행동에는 조금도 머뭇거림이 없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막 2:23~28).

 

배가 고프면 뭐라도 먹어야 하는 인간의 타고난 권리, 민중의 신성한 생존권을 억누르는 법이나 제도를 예수는 가차 없이 깔아뭉갠다.   

 

이렇듯 예수의 사고의 중심에는 ‘사람’, 노동하는 사람, 땀 흘려 일해도 제대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민중이 자리 잡고 있다.

 

예수는 이 노동하는 민중의 시각으로 자연과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고 평가한다. 예수는 민중 위에 군림하는 모든 권력과 제도와 종교와 이데올로기에 힘차게 맞서 싸운다.      

    

예수는 사람들의 감탄을 절로 자아내는 웅장한 건물들로 이루어진 예루살렘 성전 헌금궤에 가난한 과부가 자신의 생활비 모두인 랩톤 두 개를 바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가슴이 찢어진다.

 

그래서 예수는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성전 체제를 무너뜨리고야 말리라고 비장한 결의를 다진다. (막 12:41~13:2).

 

그리고 결국 예수는 성전 체제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십자가에 처형된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 것은 하나님이 태초에 예정하신 인간 구원 드라마의 각본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민중의 인간적 권리 회복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의 불가피한 귀결이었다.

 

예수운동을 종교적 관점에서만 해석하려 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운동은 참된 ‘인간의 나라’를 소망하는 민중 예수와 민중들이 협력해서 이루어가는 ‘노동’,

역사의 추운 겨울을 역사의 따스한 봄으로 변화시키는 ‘노동’이다.

 

말과 기도만이 아니라 몸으로 행동으로 싸움으로 밀어붙이는 ‘노동’이다.

 

고장 난 역사의 수레바퀴를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죽을 각오로 대드는 ‘사회적 노동’이며  ‘역사적 해방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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