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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
2011.09.15 18:48

목련이 피면 봄은 다시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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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피면 봄은 다시 오고



한 일 수 (경영학박사/칼럼니스트)



추석이 지나간 시기에 목련 꽃을 바라보며 한국의 4월을

회상해본다. 하찮은 미물이나 자연의 변화에서라도 그

속에 담겨진 의미를 발견할 때 삶의 희열을……


폴란드 속담에 사계절을 여성에 비유한 표현이 있다. “봄은 처녀요 여름은 어머니이다. 가을은 미망인이요 겨울은 계모이다.” 봄은 처녀같이 싱싱하고 창조적이며 여름은 어머니 같이 정열적이고 따뜻하다. 가을은 미망인같이 쓸쓸하고 스산하며 겨울은 계모같이 차갑고 혹독하다는 의미를 내포한 말로 해석된다.


뉴질랜드에는 하루 중에도 사계절이 있고 한 여름과 한 겨울은 구분이 되지만 봄과 가을은 언제 찾아 왔다가 지나갔는가싶게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계절 감각을 느끼지 못한 채 지내기가 쉽다.


그러나 이곳의 봄도 봄은 봄인지라 때가 되면 목련꽃이 봄소식을 전해준다. 이른 것은 8월 중순이 지나면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고 늦은 것은 10월에 피는 것도 있다.


이미 추석이 지나가 버린 시기에 목련꽃을 바라보면서 한국의 4월을 회상하는 것은 반대편에 살고 있는 우리의 처지를 말해주고 있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그해 4월에 처음 배웠던 「4월의 노래」를 떠올려본다.


그 때는 어려운 시기였지만 목련꽃 그늘아래서「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을 수 있는 정서가 있었고 무지개 같은 꿈을 지니고 살던 때였다. 기나긴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새 생명을 맞이하는 봄은 환희요 희망이었다.


내가 목련꽃을 실제로 대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아차산, 용마산을 배경으로 새로 조성된 주택단지였던 서울의 중곡동으로 이사를 하고 처음 맞이한 이른 봄, 마른 가지에 꽃망울이 통통하게 부풀어 오르는가 했더니 자고 일어나니 화사한 모습으로 날개를 펴던 목련꽃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후 아차산 등성이에 있는 집으로 이사했을 때, 나도 목련꽃을 집에서 감상하게 되었다. 이사 간 그 이듬해 봄에야 그것이 보라색 꽃을 피우는 자목련(紫木蓮)임을 알 수 있었다.


서울에서 자목련을 보기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백목련이 상큼하게 닦아선 갓 스무 살의 아가씨라면 자목련은 삼십대 중반의 과묵한 아저씨라고나 할까? 우리 집 자목련은 동네의 다른 백목련들을 내려다보면서 위용을 자랑했다.


고향의 봄은 다시 오는가? 어느새 동네의 집들이 하나 둘 헐리기 시작하더니 그 자리에는 다세대 주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 앞집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이민 오기 한 해 전 일이었다. 이민 짐을 쌀 때 이미 우리 집은 다세대 주택들로 포위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도 다세대 주택 업자에게 그 집을 팔고 떠났다.


오클랜드에 정착하면서 목련을 만나게 된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렸고 그것은 영락없는 서울의 목련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자목련을 더 흔히 대할 수 있다. 서울의 그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자목련도 자취를 감추어 버렸는데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어느 해 봄에 옆집의 키위가 나를 자기 집 담벼락으로 안내하면서 보여준 게 있었다. 순간 나는 ‘악’하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탐스런 목련이 피어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 살면서 자칫 지나치기 쉬운 것이 계절에 대한 감각이다. 일 년 내내 꽃이 피고 눈 없는 겨울에, 땀 흘릴 일없는 여름이니 무기력증에 빠질 수도 있다. 정서가 메마른 사람은 참으로 살기 힘든 곳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하찮은 미물이나 자연의 변화에서라도 그 속에 담겨진 의미를 발견할 때 삶의 희열을 느낄 수도 있다. 하물며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 환경에 살면서 무료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며 영혼을 활기차게 가꾸어 나가야 될 일이다.


이민 후 한국을 방문하게 될 때마다 내가 다시 돌아가 살기는 힘든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태어난 고향도 마찬가지이다. 어렸을 적 친구들이 없음은 물론이고 뛰어 놀던 개천도 흔적마저 사라져버렸다. 철저한 자연 파괴로 일궈낸 생활공간들은 생활 그 자체를 파괴하고 있었다. 도시는 숨 쉴 공간조차 허용됨이 없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가고 비인간화의 길은 가까워지고 있는 듯 했다. 다행히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 펼치고 있는 녹지 공원 조성 사업은 한 가닥의 서광을 비쳐주고 있다.


자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지니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다. 그래서 뉴질랜드 사람들은 바쁜 틈새에서도 꽃을 가꾸고 나무 한 그루라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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