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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한국 여인은 다섯 번 운다



한일수 (경영학 박사/칼럼니스트)



       다섯 번 울 수 있는 뉴질랜드 한국 여인은 그만큼

       성숙되고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인간은 눈물을

       흘리면서 카다르시스를 맛본다.


여성은 눈물을 흘릴 때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동네 어린 아이가 웅덩이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익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시체로 건져진 아이가 동네로 들려오고 있었다. 그 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한 여학생의 얼굴을 지금도 난 잊을 수가 없다.


눈동자 바깥면의 위에 있는 눈물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인 눈물은 다른 물질들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눈물의 물리적 및 화학적 성질은 수분과 염분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눈물의 가치를 어찌 물리적 화학적으로만 설명할 수 있으랴. 그 중에서도 여성의 눈물, 특히 어머니의 눈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응축상태라고 할까?


며칠 후면 이곳에서 또 추석날을 맞이하게 되겠다. 특별한 감흥이 있을까마는 마음이 허전할수록 옛날 생각에 눈물 젖는 것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눈물을 흘리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맛본다고 한다. 억압된 감정, 억눌린 어떤 정서를 울음을 통하여 정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하면서도 주인공을 통해 대리감정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일이 흔히 있다.


눈물은 인간을 한결 성숙하게 만든다. “눈물과 함께 밤을 지새워 보지 않은 사람하고는 사랑을 논하지 말라”라고 누가 말했던가? 다섯 번 울 수 있는 뉴질랜드 한국 여인은 그만큼 성숙되고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가느냐마느냐, 엎치락뒤치락하기를 몇 번씩 하면서 회유 반, 공갈 반인 남편의 설득에 떠나게 된 이민 길…….


지금까지 외국 한번 나가보지 않고 살아왔는데 어린것들을 데리고 산 설고 물 설은, 말도 통하지 않는 타향살이를 어떻게 견뎌낸단 말인가? 공항 출국 장소에는 그동안 미운 정, 고운정이 쌓였던 친척 친지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다. 아빠와 철모르는 세 살짜리 아이는 벌써 저만큼 들어가서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하는데 늙으신 어머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여인은 그만 주저앉아 울고 만다. “나는 못 간다, 나는 못 간다.” 품속에 안긴 6개월짜리 아기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저녁 내내 비행기는 날고 있는데 창밖을 보니 벌써 아침이 온 듯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도착할 시간이 가까워지자 육지가 보이는데 푸른 초원을 보니 뉴질랜드가 틀림없다. ‘천사들의 고향’이라더니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땅이다. 공항에 내리니 날씨는 청명한데 바람은 시원하고 공기는 상큼하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이제야 데리고 왔느냐고 남편을 원망하면서 두 번째 눈물을 흘린다.


모텔에 짐을 풀고 눈을 붙이고 났더니 밤이 되어 어스름하고 비가 내리더니 겨울이라 그런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늦은 여름의 더운 날씨였는데……. 이럴 땐 뜨끈뜨끈했던 온돌방이 새삼 그리워진다. 어린 것들은 보채는데 문밖에 가게가 있나, 말이 제대로 통하나, 차가 있나, 길을 아나,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지고 온 라면도 한 두 끼지 살길이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설움이 북받친다.


살림집을 얻어 이삿짐을 정리하고 나니 여유가 생긴다. 길도 익히고 사람들도 사귀면서 이민 생활의 묘미를 찾게 된다. 찌는 듯 하는 더위도 없고 혹독한 추위도 없으며 전국이 초록의 카펫이요 도시 전체가 공원이다. 알고 보니 모든 시스템이 편리하게 갖추어져 있어 매력을 느낀다. 어린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고 큰 아이는 제 세상을 만난 듯 뛰어 다닌다. 이렇게 좋은 곳에 살면서 고국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맺힌다.


세월이 흐르면서 가져온 돈은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고 돈 벌이는 막연하니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거들먹거리고 다니기도 했는데 여기서는 누가 알아주랴. 뉴질랜드가 지상천국이라고 친구며 친척이며 들락거리는데 손님 치다꺼리 하느라고 가슴이 타는 것은 어쩌랴. 그런데도 입장과 생활방식의 차이로 서운한 감정이 생길 때 슬프다.


다섯 번 울 수 있는 한국 여인은 행복하다. 뉴질랜드 한국 여인들이여, 부디 용기를 잃지 말아다오. 인간은 사명을 다 할 때까지는 죽지 않는다. 그대들의 사명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의 후손들이 복된 땅에서 행복을 가꾸도록 터전을 닦는 일이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6.25 전쟁 중에도 엄마 있는 자식들은 굶지 않았다. 입에 흙이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고국에 손을 내밀 수 있으랴. 우리에게 제3의 땅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여기서 성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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