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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
2012.04.04 04:19

이 가을에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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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띄우는 편지




한 일 수



다수의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 자연 친화적인 생활,

식품을 자급할 수 있는 뉴질랜드는 살기에 적합한 토양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토양의 자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을 갖추는 일은

초기 이민자들이 돌파해야 할 관문이다.




‘봄바람은 처녀 바람, 가을바람은 총각 바람’이라는 속담에서 계절의 상징성을 읽는다. 확실히 봄은 여성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다. 이민 온 첫해에는 계절이 뒤죽박죽 되어버려 종잡을 수 없이 지내게 된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나면 계절의 감각을 제대로 찾아가게 된다. 사계절의 변화가 분명치 않은 뉴질랜드의 기후이기도 하지만 가을만큼은 고국의 정서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침저녁으로 상쾌한 기운과 청명한 하늘은 활동 의욕을 고취시켜준다. 달빛이 바다에 부딪쳐 남실거리는 은파(銀波)를 바라보며 사색의 창을 열어 보기도 한다.



나는 왜 여기에 서 있으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는 해외 한인인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정답은 없으나 나름대로 합당한 답변을 마련해가며 살아갈 일이다. 사람은 각자 삶의 중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부평초(浮萍草)처럼 떠돌아다니는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여기에 서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명확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는 해결이 될 문제이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환경을 향수하며 살아갈 기본 권리를 가지고 있다. 좋은 환경을 찾아서 주거를 이동하는 것은 모든 동물들의 공통된 특성이다. 인간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조선 말기부터 해방 전까지는 넓은 농토를 찾아 또는 일제의 압제를 피해서 북쪽으로 진출해 국경을 넘었다. 분단 이후 6.25 때는 북에서 남으로의 대 이동이 이루어졌다. 1960년대부터는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로의 대 이동이 시작되어 도시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1970년대에 이르러 해외 이주가 본격화 된 것은 획기적인 변화의 시작이었다. 반쪽짜리 한반도의 생존 환경을 고려할 때 해외로의 이주 활성화는 21세기를 맞이한 한민족의 과제이기도 하다.



한반도만한 땅덩어리에서 지금도 6천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 영국의 현실을 바라본다. 만일 그들의 선조들이 신대륙으로의 진출이 없었더라면 어떠했을까? 지금도 북 아일랜드 문제로 고질병을 앓고 있는 그들이다. 통합 왕국의 유지는커녕 켈트 계와 앵글로-색슨 계의 분쟁이 불을 보듯이 뻔하다. 거기에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의 옛 왕국들과 잉글랜드의 영역 다툼으로 평화와 번영은 남의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손들은 본국에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물론 신대륙에서는 본국보다 몇 배나 더 많은 후손들이 번성하며 살아가고 있다.



“번영을 구가하는 현대 문명은 실은 세 가지의 떼죽음을 잉태하고 있다” 라는 어느 비평가의 지적을 되새겨 본다. 핵에 의한 것, 공해 및 자연 환경 파괴와 자연 고갈에 의한 것, 그리고 관리 사회에 의한 인격과 정신의 떼죽음을 말함이다. 고국이 처한 현실은 이들 세 가지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의 힘으로 통제 불가능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핵의 전진 기지에 놓인 국토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화 상태의 도시 인구 집중, 거기에 중국 본토의 산업화로 인한 공해의 유입은 한민족을 질식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 수립 후 전쟁과 혁명, 정치적인 격변기를 겪으며 63년을 넘겼지만 관리 사회의 개선은 보이지 않는다.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나설 일이다. 인격과 정신의 떼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도 한반도 밖에서 가능하다.



21세기는 다양성과 융통성의 사회로 전개된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살기 아니면 죽기, 굴종 아니면 반역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행복을 창조할 수가 없다. 양자택일의 사회가 아니라 선다형의 문제에 정답도 있고 부분 답도 있는 사회이다. 검정색과 흰색만 존재하는 사회, 무쇠같이 경직된 사회에서는 긴장과 갈등이 증폭될 뿐이다. 대(竹)나무가 곧으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것은 굽힐 줄 알기 때문이다. 다수의 횡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의견도 존중이 된다. 불합리하게 여겨지는 뉴질랜드의 MMP 정치 제도이지만 다양성과 융통성을 읽을 수 있다.



다수의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 자연 친화적인 생활, 식품을 자급할 수 있는 뉴질랜드는 살기에 적합한 토양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토양의 자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을 갖추는 일은 초기 이민자들이 돌파해야 할 관문이다. 후손들에게 번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기 위해서 1세대들은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2세대들을 보면 희망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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