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우리는 오클랜드의 한인들을 좋아하는 이유들이 있습니다.
오클랜드에서 컴을 어느 정도 만질 줄 알고, 인터넷을 사용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멋진 카페에 드나 들며 태그하고 영상시를 올리고 음악을 들으며, 컴에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는 한인들이면 좋아했습니다. 깨알같은 갤럭스에 메세지를 띄울 줄 알아서, 남편과 아내와, 자녀와 친구와 이웃에게 사랑한다고, 문자 (Text) 메세지 보낼 줄 아는 한인들이면 좋아했습니다.
자기관리를 잘해서 배도 안 나오고 몸이 많이 안 퍼지고, 계절마다 울어대는 풀벌레의 소리를 들으며 독서 삼매경(三昧境)에 빠져 보기도 하는 한인들이면 좋아했습니다. 클래식이나 팝송도 좋아하고, 오솔길에 핀 들꽃 한 송이와 돌맹이 하나에도 시심(詩心)을 느껴서 녹슬지 않는 감수성을 가진 한인들이면 좋아했습니다.
오클랜드의 작은 일에도 감동을 잘하고, 불꽃놀이를 보고 감동하고, 예쁜 꽃을 보고 감동하고, 풀벌레 소리에 감동할 줄 알고, 길거리에 쌓여 있는 낙엽을 보고 감동하고, 저무는 석양이 아름다워 감동하고, 우리는 이런 한인들이 아름답고 멋있어 보이고 좋아했습니다.
보타니 언덕에 진한 천리향보다는 은은한 장미꽃 향이 좋아 보타니 길에 활짝 핀 장미의 아름다움이 좋아 보이고, 외모가 아닌 속이 깊은 친구가 좋으며, 속마음을 털어놓고 눈빛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한 한인들을 좋아했으며, 갈매기가 모여 드는 보타니의 바다같은 한인들이라도 안아 줄 수 있는 큰 마음의 한인들이면 좋아했습니다.
보타니 호수처럼 잔잔한 정적이면서 동적인 한인들이면 좋아 했으며, 우리 한인들의 색깔은 화려함보다 진한 향기보다 계절에 취한 문헉소년 소녀와 같은 한인들이면 좋아했습니다. 바다가 부르는 정열의 여름을 훌적 보내기가 아쉽고 정겨운 사람과 가까운 카페에서 한잔하고 쉬고 있는 모습을 좋아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좋하했던 것은, 약간은 흐린 듯 하고 무언가 쏟아질 것 같은 그래서 조금은 우울해지고 싶은 이런 날을 좋아했으며, 향기가 좋은 커피를 놓고 조금은 사치하게 여유를 부려 볼 이런 날을 좋아했으며, 맑은 날에 가려서 잊고 살았던 지난 옛 기억들을 끄집어 꺼내 볼 수 있는 이런 날을 좋아했습니다.
잠깐 바쁜 것을 접어 두고 푸근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져 볼 수 있고 웬지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충만함이 솟아 나는 이런 날을 좋아했으며, 부추 넣고 감자 넣고 양파 넣고 골고루 섞어 고소한 냄새 풍기며 부침이나 지글지글 부쳐서 오클랜드의 세상이야기를 질펀하게 풀어 놓고 우리 한인들이 모여 앉아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런 날을 한인들은 좋아했습니다.
오늘 누구에게 전화할까? 누구를 불러 볼까? 어떻게들 변했을까? 어떻게들 살고 있을까? 그리운 향수에 젖어 빙그레 미소질 수 있는 이런 날을 좋아했으며, 비록 바쁘게 살다 보니 자녀들이 떠난 빈 둥지 같은 모습을 가진 나이에 있을지라도 오늘 오클랜드의 지금을 한인들은 좋아했습니다.
조금은 지글거리는 눈가의 주름과 세월을 온몸에 바른 모습이 있는 지금의 한인들을 좋아했으며, 모아 놓은 재물도 없고 살아 갈 날의 담보도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이 즐거우면 신바람이 났던 한인들이면 좋아했습니다.
조금 더 벌어 보려 안간힘을 써보고 조금 더 채워 보려 욕심을 내면서 안달하는 모습이 있을지라도, 비록 조금 초라해 보여도 구김 없는 오클랜드의 한인들의 지금이 근사해 보여서 좋아했습니다. 햇살이 고운 계절의 중턱에서 어느 카페의 커피의 달콤함에도 가벼운 행복을 찾아가는 소박한 한인들이 참 좋아했으며, 비록 못 부르는 노래일지라도 정성껏 흥얼거리며 들려 오는 음악에 맞춰 흥겨할 수 있었던 참 모습의 털털한 우리 한인들을 참 좋아했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