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생선 도미가 많은 바다와 장어가 많은 시냇가와 돌고래도 많은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여름(Midsummer)을 매년 손꼽아 기다리며 살아 갑니다. 태양이 우리를 들볶는 계절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바람이 나고 열정이 가득하고 희망과 쉼과 기쁨이 넘쳐 흐르는 계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면 언제나 남태평양 바다를 떠올리기 마련이며, 아무 곳에 가도 머무르며 피서를 할 수 있는 곳이 오클랜드이고 보면, 남태평양 바다가 제격이라는 생각에서 지금부터 바비큐 생선과 조개와 스테이크와 와인이 어울리는 곳이 바로 이곳 오클랜드이고, 서로가 한여름 밤의 꿈을 이야기하며, 축제의 낮과 밤을 포크송과 샹송과 칸소네를 들으며, 모닥불이 있으면 더 좋아 보이는 풍경으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옛날이야기를 포도송이처럼 엮어갈 것입니다.
오클랜드의 바다는 단순히 피서지만을 제공하는 장소가 아니며, 오클랜드의 우리 한인들의 근원적 향수를 일깨우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모든 자연의 고향인 것처럼 정과 사랑으로 묻어 나는 곳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더욱이 영어로 말하면 바다를 여성 대명사 She로 받으며, 한자어의 바다 해(海)에도 모(母)가 들어가 만들어져 있음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파도가 출렁이는 오클랜드의 남태평양 바닷가의 절벽에 올라 서면, 문득 바다에 몸을 던져 수영을 즐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원초적 향수에서 모성애에 대한 강한 그리움이 솟구치는 것 같았습니다.
오클랜드의 바다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항해의 항구로 발길을 옮기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서, 시끌하고 번잡한 세상의 일에서 벗어나 요트나 페리선에 몸을 싣게 되는 것입니다. 페리호는 선수로 물살을 가르고, 선미로는 막걸리 거품처럼 시원한 물안게를 만들며, 상쾌하게 달리며, 날씨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바다의 물빛과, 갈매기가 키욱 키욱 소리치며 날개 치는 모습과, 돌고래가 까만 등을 번쩍이며 해면 위로 솟구치는 자태가, 모두 일상의 권태로움으로부터 일탈하고 싶은 우리의 본능을 충족시키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섬들에 방문해 보는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태평양의 바다는 섬에서 보는 것이 훨씬 아름다우며, 주변의 섬은 신비롭고 환상적이며, 사암이 파도에 씻겨 갯바위에 살아있는 모습으로 서 있고, 빨간색 도미의 빛으로 어둠에서 깨어나는 섬들과 물안개가 해면 위를 아른거리며, 멀리 아득히 펼쳐지는 남태평양의 수평선이 보이며, 형형색색의 해조류 사이로 물고기가 유영하는 섬들과, 해파리가 둥실 둥싱 헤엄치는 모양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더욱이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섬 사람들이 처음엔 무뚝뚝하게 보이지만, 순박한 오클랜드의 인심이 또한 좋아 보이고, 척박한 땅에 곡식과 포도와 키위와 오렌지와 만다린를 심고, 때로는 바다와 싸워온 원주민과 유럽인들의 개척정신으로, 그래도 마음 하나만은 남태평양 바다처럼 넉넉한 것입니다. 오늘은 그들이 갓 건져 올린 펄펄 파닥이는 생선 도미를 회쳐 놓고 와인 한잔을 기울이며 그들과 바다를 이야기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은 것입니다.
그때가 생각나면, 우리가 미워하고 싸우며 갈등을 겪었던 사람들은 진실로 그들을 사랑하기 위한 연습이었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들이 새롭게 느껴질 것입니다. 모든 것이 우리의 아집에서 비롯된 오해의 산물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삶의 현장으로 돌아 가면 저 남태평양의 바다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할 것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벌써 오클랜드의 항해의 항구로 달려 가고 있습니다. 가까운 이스턴 비치이면 어떠랴. 가까운 미션베이이면 어떠랴. 보트를 타고 요트를 타고 페리호를 타고, 잠깐 떠나 오클랜드의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배우고 싶은 것입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