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찬가를 소개합니다. : 우리는 김삿갓 김병언이 막걸리를 하며 홍련을 얻었음을 보았습니다.
김삿갓 김병연이 서당집의 완월정에서 서당집의 처녀 홍련을 만나 읊으니,
樓上相逢視目明(누상상봉시목명) 누각 위에서 만나 보니 눈이 참 밝은데
有情無語似無情(유정무어사무정) 정은 있어도 말이 없어 정이 없는 것 같구나.
서당집의 처녀 홍련이 화답하니,
花無一語多情蜜(화무일어다정밀) 꽃은 말 한 마디 없어도 꿀이 많고
月不踰墻問深房(월불유장문심방)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을 찾아오네요.
김삿갓이 홍련의 방을 찾아가서 읊으니,
暗夜訪紅蓮 探花狂蝶半夜行(탐화광접반야행) 미친 나비가 되어 꽃을 탐하여 한 밤에 찾아가니
百花深處摠無情(백화심처총무정) 모든 꽃 깊이 숨어 모두 무정하더라.
欲採紅蓮南浦去(욕채홍련남포거) 붉은 연꽃 캐려고 남녘 갯가에 가니
洞庭秋波小舟驚(동정추파소주경) 동정호 가을 물결에 작은 배가 놀라네.
김삿갓이 서당집의 처녀 홍련을 범한 후에 다시 읊으니,
毛深內闊(모심내활) 털이 깊고 안이 넓으니
必過他人(필과타인) 필시 다른 사람이 지나갔구나.
이에 대한 홍련의 화답하니,
溪邊楊柳不雨長(계변양류불우장) 시냇가 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절로 자라고
後園黃栗不蜂坼(후원황률불봉탁) 뒷동산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절로 터진다오.
이튿날 김삿갓이 떠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화답하니,
昨夜狂蝶花裡宿(작야광봉화리숙) 어젯밤 미친 나비가 꽃 속에서 잤건만
今朝忽飛向誰怨(금조홀비향수원) 오늘 아침에 훌쩍 날아가니 누구를 원망하리오.
우리도 오클랜드에서 이런 한 장면의 모습을 보고서야 기분이 좋아,
우리 막걸리 친구들과 막걸리를 한 잔을 할 때 한 수를 읊었습니다.
金笠以手不捕臀(김립이수불포둔) 김삿갓은 손으로 엉덩이를 움켜 쥐지 않고
捕虜以詩紅蓮心(포로이시홍련심) 시를 읊어서 홍련을 사로잡았네구려.
誰知女心多曲折(수지여심다곡절) 곡절이 많은 여자의 마음을 어찌 누가 알리오.
空誤嬲手使擾世(공오뇨수사요세) 공연히 손을 잘못 놀려 세상을 시끄럽게 할 수 있으리니 두렵구나.
막걸리 한 잔의 독백만 남았구나.
저무는 해를 잡을 힘은 잃었으니
막걸리 그릇에 맞추어 새 희망을 담으며
심장을 태우던 욕심들도 뜨거운 마음 속으로 숨었구나.
앉았다 일어나면 뜨거운 육신이 되어
읊은 시조 화답을 듣고 나니 거미줄 친 주둥이는 벙어리가 되었구나.
막걸리 한 잔에 안주만 보일 뿐이니,
여름의 시작은 더욱 가혹하여 한 해가 간다는 것도 온다는 것도 모르겠구나.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