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오클랜드의 벗들에게는 금년에 꼭 필요한 세가지가 있습니다.
지난 번에 벗들을 위한 생일모임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따듯한 느낌이 있는 보타니에 아담하고 정원이 크고 데크가 넓은 기와집에서 만난 벗들입니다. 매년 때마다, 때가 되면 만나는 모임인 것처럼, 모두가 한 해에 “좋았던 일”과 “힘들었던 일”을 떠 올리며, 우리의 삶과 희망과 바램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어떤 한 벗이 나이 먹은 우리 벗들에게 꼭 필요한 세가지가 무엇인 줄 아느냐고 질문했는데, 우리 벗들은 나이만 먹었지, 모두가 오클랜드에 처음 방문한 촌뜨기들 같았습니다. 모두들 모른다고 했더니, 그 벗이 신이나서 전해 주었습니다.
첫째로, <비상금>입니다. 비자금인 비밀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현금>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약간의 돈이 필요한 것입니다.
셋째로, 현재의 시간인 <지금>입니다. 지난 일과 모습은 생각지도 않으며, 미래의 추측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비상금>, <현금>,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이 <지금>인 것입니다. <지금>이 제일 중요함을 절실하게 깨닫는 시간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비상금이 우리에게는 자주 없는 것입니다. 때때로 조금 모아 비밀돈을 만들어 놓으면, 어떻게 아는지 가족들에게 쓸 일들이 입을 딱 벌리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아내는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때때로 기운이 떨어진 모습으로 처져 있어서 왜 그러냐고 물으면, 집안도 손 볼 곳이 생기고, 세금도 내야 하고, 용돈도 떨어지고, 겨울준비도 해야 하고, 그래서 돈이 떨어 졌음에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와 같은 모습을 볼 때면, 우리는 즉시 바보처럼 모아 둔 비상금을 다 털어 놓는 것입니다. 드디어 언제 기운이 빠졌는가 싶었는지, 보통의 아내는 아주 훨훨 살아 나게 되는 것입니다. 똑 같은 방식으로 수 십년동안 속아 주고 나니 비상금도 없어진 것입니다.
현재가 되고 있는 <지금>의 시간에, 일 할 수 있을 때 일하고, 먹을 수 있을 때 먹을 수 있고, 다닐 수 있을 때 다닐 수 있으며, 만날 수 있을 때 만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 속에서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때로는 몸이 불편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외출할 수 있을 때 나가 보고, 벗들도 만날 수 있을 때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내일로 나중으로 밀어 두게 되면 후회할 수도 있으며, 또 다른 일들이 우리의 발길을 막아 버릴 수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금년 모임에는 계획된 일이 있으면, 일기예보에 추운지 더운지 관심이 많아 지게 되지만, 우리가 <지금>의 시간이 금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한 좋은 때이므로, 오늘 벗들의 모임에도 열심히 나가서 엔돌핀을 많이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비상금과 현금을 모두 합쳐도 현재의 <지금>에는 미치지 못하며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의 시간에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모두가 과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각 모양의 결과들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삶을 의미 있게 살려면 시간을 낭비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시간은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출발해도 시간이 얼마 지나 가면, 어떤 사람은 비상금과 현금을 손에 쥐고 있고, 어떤 사람은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한 채 낙오자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시간>을 얼마나 잘 이용했느냐, 혹은 잘 이용하지 못했느냐에 따라, 헛된 삶의 세월을 살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돈을 시간보다 소중히 여기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돈으로 살 수가 없다”는 오클랜드의 이민선배들이 들려 주곤 했듯이, 현재 <지금>의 시간이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어제는 지나 갔고, 내일은 미지의 세계로 알 수가 없으므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선물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한인들에게 “큰 감격과 감동”으로 항상 남아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