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설날을 그려보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옛날에 맞는 설날은 정말 재미가 났고, 어른이나 자녀나 그렇게 기다려지던 명절이었습니다. 동네 방앗간에는가래떡을 빼서 받느라 줄을 이었고, 집마다 음식 장만하며 시끄럽게 구수한 냄새를 풍기곤 했습니다.
바깥에서 일 끝나고 돌아오신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신발 혹은 양말을 설빔으로 사다 주면, 마치 반기는 강아지처럼 어린 마음에 그렇게 좋아했던 설날이었습니다.
한 살 더 먹는 게 좋았는지, 나이 먹고 어른 되기를 바라면서 내일이 오길 기다렸다가 설날 아침이 되면, 집안 네에 친척과 이웃 어른을 찾아 부지런한 마음으로 세배를 다니곤 했습니다.
세배하러 가면 곳곳마다 떡국과 만두, 그리고 식혜와 수정과, 떡과 전들을 주셨습니다. 한과인 산자까지 주셨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세뱃돈 타는데 절정에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용돈을 버는 날이 설날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폐 한 장이라도 주시면 천하라도 얻은 듯이 기뻐했던 고향의 설날이었습니다.
설날이면 눈감고 고향의 향기를 맡고 싶어지고, 가난했지만 아담한 우리의 정이 넘쳐났고, 사랑이 가득했던 날이 빡빡한 현실에서 바쁘게 살아야 했기에 더욱 그리웠습니다. 마음은 고향에 먼저 달려갈 수 있습니다. “안녕하시죠?”하고 안부만으로라도, 따뜻한 우리의 정과 사랑이 스며들고 묻어 나는 것 같습니다.
“설날이 되면, 서러워서 설이요, 추워서 추석이지”라는 우리의 속담을 기억했습니다. 부모에게 세배하고 조상을 기리는 제사의 풍속은 우리의 민족, 가문, 가계, 가족의 정체를 이어가는 정신적 문화적 화합을 다지는 즐거운 명절인 것입니다.
“설”의 뜻은 “낯설다”는 것으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에서 유래하고,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가 낯설으니 조심스럽게 맞이해야 함”으로 새해의 첫날을 “설”이라 했다합니다. 이때가 되면 하나가 느는 것이 “살(나이)”인 데, “살”이란 “해가 새로 솟아 오른다”의 뜻으로, “살다”와 “삶”의 파생어으로써, 스무살이라면 스무번의 “설”을 지냈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모여 의미있게 즐겁게 보내길 소망합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