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던가?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 꽃을 피우며 추억에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 영국의 시인 엘리어트(T.S. Eliot, 1888-1965)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다.
잔인한 달은 젊은이들의 피를 먹고 사는 것일까? 1차 세계대전중인 1915년 4월 25일부터 시작된 터키의 갈리폴리 전투에서 뉴질랜드 군은 2,721명이나 전사했다. 당시 인구 1백만에 불과했던 뉴질랜드로서는 너무 큰 희생이었다.
1960년 4월 19일 한국에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부정선거 항의 대모가 전국적으로 이루어졌다. 서울에서는 그들의 뜻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경무대(현재의 청와대)를 향해 달려가던 대모 대열이 경찰의 무차별 발포로 200여명의 희생자를 발생시켰다. 그 후 4월은 잔인한 달로 학생들 사이에 회자되곤 했다.
1912년 4월 14일 영국에서 뉴욕으로 항해하던 타이타닉(Titanic)호가 뉴파운드랜드(Newfoundland) 근해에서 빙산에 부딪혀 침몰하고 배에 탄 2,200 여 명 중 700 여명만 구조되는 사고가 났다. 타이타닉호는 불침선(不沈船, Unsinkable ship)이라 불리었고 선장은 ‘신(神)도 이 배를 침몰시키지 못할 것이다(God himself could not sink this ship)’라고 호언장담하고 다녔다.
그로부터 102년 2일이 지난 2014년 4월 16일, 한국에서 세월호가 침몰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5일이 지난 4월 21일 현재까지 승객 476명 중 174명만 구조되고 300여명은 사망자로 또는 실종자로 남아있다.
네메시스(Nemesis) - 복수의 여신은 향락과 초호화, 자만심에 빠진 타이타닉 호에 벌을 내린 것일까? 기고만장하던 인간 행태에 경고를 내린 것일까? 타이타닉호는 처녀 운항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선장이 여러 가지 면에서 실수를 자행한 것이 사고 원인인 것으로 규명되었고 또한 배 건조 시 사용한 볼트와 리벳이 불량품으로 충돌 시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구조 상황만큼은 휴머니즘 적인 요소가 다분하여 선장과 선원들이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선장 책임 하에 어린이, 여성 중심으로 구조 작업을 끝내고 선장을 포함한 승무원 등은 침몰하는 배에서 최후를 맞았다. 또한 그 배를 설계하고 건조한 책임자도 그 때 시승 길에 그 배에 탔었는데 그 배와 함께 유명을 달리했다.
세월호는 어떤가? 승객들에게는 안심하고 기다리라는 방송을 틀어놓고 자기들은 제일 먼저 구조선을 타고 배를 탈출하는 행태를 저질렀다. 한국의 품격 이 여지없이 추락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구조 과정에서의 난맥상도 한심 그 자체이다.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며 임진왜란과 6.25사변 때의 해프닝을 떠올린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왜군이 부산성을 일거에 함락한 후 북진을 계속하자 당시 임금인 선조는 서울을 떠나 북쪽으로 피난 갈 생각에 바빴다. 왜군이 북진하는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선조는 개성, 평양으로 도피했다. 다시 평양을 탈출하려고 시도하자 일부 대신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선조는 자기 목숨하나 부지하기 위하여 도피를 계속하고 연변을 거쳐 의주에까지 이르렀다. 그것도 모자라 왕권도 아예 세자에게 맡기고 중국으로 도망갈 계략까지 세웠다.
1950년 6월 25일 사변이 터지고 순식간에 북괴군은 남하하여 의정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27일 저녁 서울 시민들은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대국민 위무 담화를 들었다. 내용은 ‘서울은 내가 지킬 테니 시민들은 동요하지 마십시오. 아군은 의정부를 탈환했으니 서울 시민은 안심하라’. 대통령은 이미 그 때 대전으로 피신한 후였으며 시민들은 음성녹음을 모를 때라 대통령이 서울에서 방송하는 줄 알았다. 그 후 몇 시간 지나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었다.
고위 지도층의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노블리제 오블리스(Noblesse Oblige)라고 한다. 반면 사회의 도덕률이 어긋나고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해이해지는 현상을 모럴 해저드( Moral Hazard)라고 한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한국인들이 맨붕(Mental 붕괴) 상태에 까지 이르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기도 한다. 하루빨리 이 상태를 모면하고 심기일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한 일 수 (경영학 박사/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