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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인들에게 경고(敬告)한다.

 

비여북신(譬如北辰) ‘~비유하자면 마치 북극성 같아야 한다.’

 

정치를 하되 덕으로 행하라. 그러면 제자리를 지키는 북극성을 뭇 별들이 감싸서 도는 것처럼 될 것이리라(爲政以德, 譬北如辰, 居其所而衆星拱之). <논어>에서 공자가 한 말이다.

 

2012년의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한국인은 태풍 볼라벤의 피해와 함께 또다시 현해탄 건너 일본으로부터 불어오는 뜨거운 열풍을 맞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역사적인 독도방문(2012. 8. 10)을 둘러싸고 촉발된 한일 양국 간 해묵은 역사적 감정이 다시 재연되고 있다. 여러 말할 필요 없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제해결의 관건은 국력에 달렸다.

독도영유권 문제의 발단은 무엇인가? 일본의 위정자들의 정치적 동기에서 크게 연유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본의 위정자들은 우리가 보기에 얼토당토 않는 독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매년 국회에서 질의하고 정부의 답변을 속기록에 지속적으로 기록하여 둔다. 왜 그렇게 할까? 내가 생각하기에 장차 저들이 일정한 국가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꼭 필요하다면, 최악의 경우 다시 한국과의 전쟁을 일으킬 근거(전문 학술용어로, 카수스 벨리=casus belli, 개전의 단서)로 삼기 위한 명분축적용 기록이다. 이를 대비하여 한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준비해 두어야 한다. 임진왜란과 경술국치로 강제 합병이라는 두 번의 경험을 겪은 우리로서는 이에 대하여 아무리 대비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즈음 나름대로 일본을 잘 안다는 지식인 언론인이나 그리고 역사의식이 엷은 젊은 세대 등 일부 한국인들은 그것이 일본 우익의 상투적인 언사일 뿐 일본의 대다수 젊은이들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크게 잘못된 견해이다. 대동아 공영권을 부르짖으며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군국주의 일본도 당시 일본 국민 중에 소수였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나라가 거국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기기(國家機器)’로 바뀌자 일본국민은 총동원되지 않았던가? 일본은 필요하면 언제나 돌변할 수 있음을 과거역사를 통해볼 때 잊어서는 아니 된다.

 

작년(2011) 3월 일본 동해안을 뒤엎은 대지진과 쯔나미 피해 당시 한국에서 일어난 성금모금운동을 보고 느낀 점이 있다. 한국인들의 인정(휴머니즘)에 기초한 순수한 동기를 접하는 일본인들의 속마음(혼네=本音)은 어땠을까? ‘남북으로 나라가 나뉜 판에 북한 동족들이 굶어 죽는 것이나 신경 쓸 일이지.......’ 주제파악도 못하고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민족으로 보이지나 않았을까? 1995년에 발생한 한신(阪神) 대지진 참사당시 대한적십자사가 일본 이재민에게 제주도 생수를 공급하겠다고 했을 때 그들은 한국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던가. 오사카(대판) 고베(神戶=신호)를 폐허로 만든 지진참사를 바라본 도쿄(東京)의 건설업자들은 같은 일본인이면서 속으로 쾌재를 부른 사실은 일본 언론에서도 지나치다고 보도된 바가 있었다.

그래서 작년의 일본 지진 이재민을 돕기 위한 한국 내 성금모금은 결코 나쁜 일은 아닐 테지만 그렇다고 우리로서는 권장할 일도 아니라고 나는 본다. 한국인의 성금모금을 두고 과연 일본인들이 마음속으로 고마워할까? 전체 12천만의 일본 인구 중 이재민은 10만 정도에 불과했다. 12천만 일본인들이 자체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고도 남음이 있다.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우리는 일본과 중국 두 나라에 대하여는 항상 행동하게 전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 두 나라는 근대 개항 이후 접촉한 여타 외국과는 달리 수 천 년을 통해 우리와 역사적으로 민족적 감정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인들은 엄연한 최악의 국제인권 유린에 해당하는 전쟁위안부(여성 성노예라는 힐러리 클린튼 미국무장관의 표현은 매우 적실함) 문제에 대하여 사과와 반성하기는커녕, 독도문제로 축의적(畜意的)으로 우리와의 선린관계를 깨고 있지 않은가. 저들 눈에 우리가 힘에서 얕잡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 위정자들의 불순한 동기는 현재 노다(野田) 총리처럼 전후에 태어나 그들 국가로부터 의도적으로 역사교육을 잘못 받은 정치인들이 개인의 낮은 정치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하거나, 우익집단의 국수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돋우거나를 막론하고 우리들로서는 최대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왼편에는 중국이 있고 오른쪽에는 일본이 있는데, 중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좌익화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우방이면서도 일본 위정자들의 우경화에 대하여서도 항상 경계해야만 하는 처지에 있다. 일본이 독일처럼 과거 군국주의의 잘못에 대하여 철저히 반성하고 진정한 선린(善隣) 정책으로 전회하거나, 또 중국에서는 현재 일당독재를 고수하는 공산당이 철저한 정치개혁으로 민주화를 단행하기 전에는 한국의 외교적 입지나 군사적 안보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가 강대국에 둘러싸여 군사안보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한민족으로서는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게 하는 요소이자 동시에 우리민족이 오늘까지 강인하게 버티며 발전하게 하는 심리적 원동력이기도 하다. 마치 수족관 내의 한 마리 상어 때문에 다른 물고기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생존력을 키우게 되는 이치이다. 이런 까닭에서도 우리가 일본 군국주의의 소산에 기인한 민족분단을 극복하고 남북통일을 기필코 달성하고 강대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득세했을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중국이 극좌로 돌아섰을 때의 경험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한반도 왼편(중국)의 좌경화와 한반도 오른편(일본)의 우경화를 동시에 경계해야 한다.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이 개혁개방하기 이전인 1980년대 까지 중국은 좌경이었고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아주 껄끄러웠다. 일본과 중국 두 나라가 8년간 중일전쟁으로 얼룩진 과거의 원수관계를 청산하고 27년이 지난 후인 1972년에 국교를 정상화할 당시의 양국 지도자는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과 다나카 카쿠에이(田中角榮=전중각영) 총리였다. 당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정상회담을 위하여 베이징으로 마오쩌둥을 방문한 다나카 수상에게 마오쩌둥 주석이 선물한 것이 바로 <사서> 즉 논어` 맹자` 중용` 대학 한 부였다. 다른 많은 것 중에서 선물을 선택하여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사서>를 주었을까? 중학교 졸업학력 밖에 없는 다나카 수상에게 중국공부를 더하라고 준 것일까? 논어를 읽고 위정자의 마음자세를 가다듬으라고 준 것일까? 일본이 아무리 친미정책을 국책으로 삼더라도 중국의 한자를 배워 언어로 쓰는 아시아 국가임을 잊지 말라고 준 것일까? 추측이 다단하다.

 

중국 역사에는 ‘<논어>를 절반만 읽어도 천하를 능히 다스릴 수 있다’(半部論語治天下)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국빈방문 선물로 주고받을 정도로 <논어>의 가치를 알만한 두 정치 지도자들이 정치는 논어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논어를 선물로 준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을 발동하여 전국을 무법천지로 이끌어 수많은 중국백성들이 죽고 도탄에 빠지게 하였다. 다나카는 전후 일본을 부흥시킨 자민당 내 최대파벌을 이끌어 일본우익의 입김을 대변한 정치인이었다. 모두 <논어>의 일관된 주제인 덕치(德治)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

 

지금 일본의 정치지도자인 노다(野田=야전) 수상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하여 장차 일본과 일본 국민을 어디로 이끌어 가고자 하는가? 노다 수상을 비롯한 일본의 정치인은 <논어>를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정치를 이끌기 바란다.

 

일본의 위정자들은 <논어>에서 덕으로 정치를 행함은 마치 북극성이 제자리를 지키면서 뭇별들이 자신의 주위를 돌게 하는 것과 같다.’라는 구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 사시사철 변하지 않고 제자리를 고수하는 북극성은 다른 뭇 별들의 운행질서를 깨지 않고 자기 위치만 고수할 뿐이다. 일본의 위정자들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국제법 등 어느 모로 보아도 한국영토가 분명한 독도 소유권을 억지로 주장하여 일본국민을 호도하고 주변국과의 선린우호 질서를 깨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 위정자들이여, 당신네들을 정치인으로 뽑아준 국민들에게 덕정(德政)을 행하기 바란다. 당신네 나라의 한 세대 전 선배 정치인들이 선린을 포기하고 침략을 일삼아 선량한 이웃을 집어삼킨 결과 아직까지도 한민족은 분단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고, 중국에서 수많은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고 극악무도한 만행을 일삼아 생지옥으로 몰아넣었고, 동남아시아 태평양 등지의 작은 평화로운 나라 주민들에게 끼친 악행이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를 일으켰다가 결국 어떤 종말을 맞았는가?

 

그 결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공할 원자폭탄의 무자비한 횡액을 당신네 국민에게 안겨다 준 과거를 벌써 잊었는가. 히로시마 시내 당시 원폭피해 건물 잔해를 철거하지 않은 채로 남겨두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국민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가? 저지른 과오는 잊은 채 피폭 당했던 복수를 할 생각하는가. 당신들은 극우의 광기에 미쳐 날뛰던 선배 위정자들로부터 배운 것이 과연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한국과 일본은 태평양에 비하여 좁은 도랑에 불과한 현해탄을 사이에 둔 일의대수(一衣帶水)의 가장 가까운 국가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국민들에게 과거에 저지른 상처가 아물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또다시 원수로 만들려고 하는가? 가장 가까운 이웃을 원수로 돌리면서도 장차 일본 국가의 장래가 크게 펼쳐질 것으로 생각하는가? 일본 정치인들이 일본 국가와 일본국민을 위하여 보다 멀리 앞을 내다보는 지혜로운 방향으로 이끌기를 공경(恭敬) 마음으로 감히 충고(忠告)하는 바이다.

박 인 수

2012.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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