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26) 막걸리 찬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막걸리를 음미하면서 함께 줄탁동시(啐啄同時 = 줄탁동기 啐啄同機)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종로구 청진동 뒷편에 한식기와 방석집에서 저녁이면 들러 “탁주”와 “청주”를 먹곤 했는데, 그 한식집 대청을 지나 안방으로 가면 큰 벽에 “줄탁동시”라고 한지에 쓰인 한시사성어인 문구가 액자로 걸려 있었습니다. 예전 유신정치에서 누구에게나 공포였던 중정부장이었던 김x필씨도 이곳에서 바로 그 사성어를 “탁주”와 “청주”를 혼쾌히 마시며 음미하면서, 독재의 큰 꿈을 꾸었던 곳이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어미가 품에 안은 알 속에서 조금씩 자란 병아리가 있습니다. 이제 세상 구경을 해야 하는데 알은 단단하기만 합니다. 병아리는 니름대로 공략 부위를 정해 쪼기 시작하나 힘이 부칩니다. 이때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닭은 그 부위를 밖에서 쪼아 주게 됩니다. 답답한 알 속에서 사투를 벌이던 병아리는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됩니다.
이 처럼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밖에서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화답하는 것을 “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일이 동시에 발생해야만 어떤 일이 완성된다는 것이 “줄탁동시”입니다.
참으로 세상을 살아 가는데 꼭 필요한 가르침이자, 매력적인 이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부부가 “줄탁동시”할 때 이루어 지고, 훌륭한 인재는 사제가 “줄탁동시”의 노력을 함께 할 때 탄생하며, 세계적인 기업은 노사가 “줄탁동시”할 때 실로 가능한 것입니다.
더욱이 한 국가의 번영이나 국제관계에도 “줄탁동시”의 이치를 공유하고 함께 노력할 때 성공과 발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줄탁동시”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습니다.
첫번째, 내가 먼저 변화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이치는 기쁨을 주고 사랑을 받는 것입니다. 상대로부터 화답이라는 선물을 받으려면, 고뇌와 헌신이 담겨진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기뻐해야할 일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가정이라면 배우자가 기뻐해야할 일을 준비해야 하고, 사업이라면 새로운 혁신가치를 먼저 만들어 내어야 시장에서의 열광과 감동이 뒤따르는 것입니다.
두번째, 우리가 경청해야 됩니다. 어미닭이 아기 병아리가 부화할 준비가 되었는지 알려면 어느 부위를 두드릴 것인지를 먼저 그 시그널(Signal)을 잘 듣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병아리에게 필살의 도움을 줄 수가 있고, 함께 기쁨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족의 소리, 국민의 소리,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지 않으면 “위대함”이 없게 됩니다.
남의 말에 경청하는 것은 선물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경청하지 않는 것은 선물을 아무렇게나 뜯어 던져 두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누가 다시 선물을 주겠습니까?
세번째, 언제나 타이밍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변화와 헉신이라도 상대망이 갈망하고 있는 때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일을 망치게 됩니다. 사업도 새로운 고객가치에 소비자들이 갈망할 때 혁신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시장과 고객에서 보내 오는 열광과 감동의 화답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위대한 조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맞추어 박수를 칠 수 있는 사업일 것입니다.
네번째,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노력이 항상 인정을 받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때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상대방의 묵묵부답으로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필사적인 노력으로 새로운 제품 또는 제안을 내었다해도 늘 히트제품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줄탁동시”는 기다림에 있습니다. 고객 또는 파트너와 함께 “진실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안과 밖, 명과 암, 나와 너, 이것들이 만나 새로운 열정과 에너지를 창조해내는 기본원리인 “줄탁동시”로 세상사는 법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이 계절에 오클랜드 어느 곳에서 “막걸리”를 음미하면서 함께 절호의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