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아시아인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1)
명품을 찾는 고객은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싱가폴인과 말레이지아인들이었습니다. 유럽의 명품제조자들은 그들의 과잉 사치욕구를 찾아 디자인을 하고 품질을 결정하며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입니다.
프랑스인은 루이뷔똥을 사지 않습니다.
서울은 낭비가 너무 심하고, 마치 다른 나라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부럽고, 다음에는 신기하다가, 마지막에는 걱정스럽습니다. 사람들은 거품이니 금융위기니 불황이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거품이 낭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뼈저리게 느끼는지는 알쏭달쏭하며, 영종도 공항 입국 때부터 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공항 면세점이나 레스토랑과 대기실에서는, 파리공항, 런던 히드로공항, 뉴질랜드 오클랜드공항, 오스트랄리아 시드니공항보다, 배나 더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환경미화원 수도 두 배 많습니다. 특히 프랑스를 명품의 나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착각입니다. “루이 뷔똥” 같은 명품은 일본, 대만, 홍콩, 한국을 위한 수출품이지, 프랑스 자국민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명품회사들이 발표하는 수출국가 분포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국가들은 GNP가 한국보다 40-50% 더 많습니다. 그러나 세금으로 다 거두어 가서 (국민의 복지를 위해) 개인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한국보다 30% 더 빈약합니다.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 동안 얼마나 인건비가 올랐는지, 사람쓰기가 무섭다. 한국 인건비,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뉴질랜드에 비하자면 한국은 아직 여유가 많은 듯 합니다. 뉴질랜드는 고용인 1명당 급료의 대략 20%가 명목의 세금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용이 나갑니다.
뉴질랜드는 주유소가 ‘셀프 서비스’로 하고 있습니다. 직접 기름을 넣어야 하는 ‘노맨(No man)’ 주유소입니다. 스웨덴의 조립형 가구업체 ‘이케아형태’가 뉴질랜드에서 크게 성장한 이유도DIY(스스로 하기, do it yourself)이기 때문입니다. 주유, 가구 조립, 집 손질, 페인트 칠, 자동차 수선, 배달, 이삿짐 운반까지 내 손으로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짜장면을 배달 받는 호강(?)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오클랜드는 백화점에 주차 보조원이나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없으며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식당들은 뉴질랜드 식당의 2배 인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한국의 인건비가 2배 싸다(?)는 증거입니다.
서울의 낭비는 주택과 차량에 이르면 극치에 이른다고 말하는 한 기업의 지점장의 경험담입니다.
“오클랜드에서 경차를 타던 버릇대로 귀국하자마자 ‘게츠’를 운전해서 출근했습니다. 10년간 떠나 있었기 때문에 회사 주차장 경비원들이 얼굴을 몰랐기 때문일까. 내게 ‘야야, 저쪽으로 가!’하고 반말로 명령(?)했습니다. ‘너무 작은 차’를 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차를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은 나 뿐이었습니다. 10년간 오클랜드에 있다가 오는 사이에 한국이 이처럼 부유해졌음을 깨달았을 때, 웬지 불안한 느낌이었습니다.”
호텔은 더 합니다. 서울의 특급호텔은 방이 운동장만합니다. 오클랜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크기며 하루 천 불 이상 되는 오클랜드의 최고급의 스위트 룸이 한국의 특급호텔의 보통 방 크기입니다.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클랜드의 중상층 아파트가 한국에 가면 중하층 면적이 됩니다. 뉴질랜드 국토는 남한보다 2.5배나 큰데도 말인데, 뉴질랜드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절약형이고 검소해서가 아닙니다. 그들도 인간인데, 널찍한 아파트에서 살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뉴질랜드인들은 급료의 20%를 세금으로 빼앗겨서 절약해서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국민을 위한 복리후생 정책에 기인하고 있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한국인 출장자들이 뉴질랜드 회사와 상담하러 와서는 가장 먼저 내뱉는 말이 “접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공항영접과 식사는 있기는 하지만, 술대접과 노래방 초대는 절대 없으며, 연석회의 때는 커피 한잔이나 물 한잔 대접만은 허용됩니다(?).
이는 수입업자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 수 백만 달러, 수 천만 달러를 수출하는 수출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출장비 들여 찾아와서 수 백만 달러어치의 물건을 사는데도 공항영접, 물 한잔 대접이 없다니, 우리는 빚을 내서라도 해주는데”라는 불평을 한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들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뉴질랜드는 그런 나라입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본래 그런 것이 아니라, 세금과 관련한 뉴질랜드 법이 이처럼 인색한 것입니다. 인색한 법 아래서 사는 사람은 인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인동포가 뉴질랜드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 뉴질랜드식 국세법 때문입니다. 비자금, 돈세탁, 급행료, 봐주기 봉투전달 등이 잘 통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불경기의 파급으로, 실질 실업자 수가 10만을 넘어간다는 뉴질랜드에도 가정주부의 70%가 직장에 나갑니다. 모두 여성으로 사회와 가정의 재정을 돕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한국의 경제위기를 미국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무절제한 낭비가 없어지지 않는 한, "한국의 위기"는, "한국인의 위기"는 하루 이틀 아침에 회복될 것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