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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일들을 겪으면서 우리 예수사람들이 냉철하게 인식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햇빛과 비가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내리듯이, 사고와 재해 역시 선인과 악인을 구별하지 않고, 또한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구별하지 않고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1980년대 후반, 서울의 어느 여자중학교에서 교목으로 일할 때였습니다. 저는 작은 승용차를 이용하여 안양 외곽에서 서울 중심부로 출퇴근하였습니다.

그때는 안전띠 착용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갑갑하다는 이유로 안전띠를 매지 않았고 동승자가 매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운전할 때마다 늘 안전띠를 맸고 동승자에게도 매도록 자주 권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오래 전의 일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때 겪었던 슬픈 일이 지금까지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날은 수업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장로로 시무하시는 선배 선생님 한 분을 방향이 같아 모시고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그랬듯이 안전띠를 맨 다음 선생님께도 매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목사님! 목사님께서 운전하시는데요.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줄로 믿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뭐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날은 종일 슬펐습니다. 선생님은 매우 순박한 믿음을 갖고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한국 교회의 많은 교우님들이 그러신 것처럼 ‘목사는 하나님의 거룩한 종’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께서 특별한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주실 것이라는 그 믿음 말입니다.

 

목회자를 하나님과 교우 사이에 존재하는 신성한 인물로 받아들이는 한국 교회 교우님들의 순박한 믿음으로 인해 당시 서른 전후의 젊은 교목이었던 저도 많은 특혜(?)를 누렸습니다. 부모님 연배 되시는 선생님들로부터도 늘 존댓말을 들었으며 깍듯이 예우를 받았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물론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늘 교장 교감 선생님과 함께 상석에 앉는 불편(?)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목사라는 이유로 특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만일 하나님께서도 목사와 평신도를 구분하고 차별(?)하신다면, 저는 하나님을 공평하고 정의로우신 하나님으로 고백할 수 없음은 물론, 사랑의 하나님으로도 고백할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생명이 소중하여 운전할 때마다 돌보아주시는 하나님이라면 누가 운전해도 똑같이 돌보아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하나님께서 그렇게 불꽃같은 눈으로 당신의 자녀들을 지켜주시는 분이라면, 목사만이 아니라,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생명들을 똑같이 사랑하시고 지켜주셔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하나님은 만유의 근원이시고 존재하는 모든 것의 어버이이시니까요.

 

하지만 만일,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녀들을 특별히 사랑하셔서 세세하게 돌보아주시는 분이라면, 또한 어떤 일도 하실 수 있는 전지전능하신 분이라면,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들’에게는 사고나 재해가 닥치지 않도록 지켜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무리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인정받는 분이라 하더라도 교통사고나 질병 또는 자연재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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