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길 세계와 기독교 변혁연구소 연구실장
1. 성경의 오류설에 대한 보수측의 항변
지금까지 숱하게 언급한, 피할 수 없이 명백한 성경의 오류와 불일치의 사례들에 대해 보수 진영의 신학자들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도 여전히 궁금할 따름이다.
저들은 성경안의 분명한 의문들에 대해선 전혀 눈을 감고 있는 소경들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히 말하지만, 저들은 제대로 된 온전한 설명들을 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진리 탐구의 다른 가능성들에 대해선 고려되지도 않는다.
결국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꼴이니 이들을 따르던 기독교 신자들도 어떻게 되겠는가.
죄다 무지의 구렁텅이에 빠질 뿐이다.
저들은 성경의 통일성 운운하면서 ‘무조건 믿어라’의 기독교로 전락하게끔 만든다.
굳이 성경 안의 무수한 오류와 불일치 사례들에 대하여 보수 기독교인들의 궁색한 답변들을 찾는다면, 그저
“무조건 믿어라”,
“그 문제는 하나님만이 아신다.”,
“인간은 오직 성령의 능력으로만 성경을 알 수 있을 뿐, 인간의 지식으론 알 수 없다”
뭐 그런 식으로 기울기 십상이잖은가.
이런 레퍼토리들은 참으로 지겹기 짝이 없다.
나는 성경의 오류 문제를 제대로 인정하고 들어가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무오류의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2. 성서무오설 혹은 성서문자주의야말로 사탄의 교리
나는 분명히 말한다.
성서무오설 혹은 축자영감설 같은 성서문자주의 태도야말로 오히려 성경을 사탄의 바이블로 만든다는 사실을.
이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성경을 생명살림의 책이 아닌 생명죽임의 책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교회에서 성경의 오류를 얘기하면 금기시된다.
성서는 무조건 백퍼센트 역사적 사실이며 완전무오하다는 것이다.
성서문자주의가 최고로 편한 입장인 것이다.
만일 평신도가 성서비평을 알고서 머리가 커질 경우 목회자로선 여간 껄끄럽지 않을 수 없을 게다.
하지만 성경의 오류문제는 이미 학계에선 일반화된 얘기다.
그것이 일반교회 안에서는 금기시되고 소통이 안되고 있는 것뿐이다.
소위 말하는 복음주의(온건주의) 진영의 가장 치명적 한계도 바로 이 성서무오설에 대한 입장이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거나 지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죄 많은 세상과 역사 사회에 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다.
기독교세계관 또는 성경적 세계관을 말하면서도 성경의 오류와 역사적 비평들에 대해선 명확한 검토를 보여주진 않는다.
한 때 복음주의 진영의 행사였던 <성서한국> 단체의 신앙고백문을 보면 이들 역시 성서무오설에 기반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점도 별로 놀라운 사실이 못된다.
성서한국의 성서 역시 태생적 한계를 지닐 뿐이며, 사실 이것은 복음주의 진영 전반의 치명적 한계와도 맞물려 있다.
언뜻 보기에 저들은 신실한 것 마냥 "성경적", "복음적" 운운하지만 정작 알고보면 저들이야말로 성경을 제대로 모르는 자들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제대로 무지하거나 혹은 솔직하지 못하거나 라는 얘기다.
제발 성경 안의 분명한 의문과 오류들에 눈감지 말라!
아무리 정치, 사회, 역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복음주의라 하더라도 분명하게 성서무오설을 전제해버리면 복음주의 진영 역시 언제라도 보수 근본주의로 회귀될 가능성을 안고 가는 것이기에, 진보 진영이 이들 중도 진영을 두리뭉실한 집단이나 혹은 이들마저 보수로 규정하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바로 이 지점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