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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의 원형은 하늘의 뜻을 땅에 이루려는 예수운동이었다


                                                                                                       산들바람


지난 번 글에 이어 기독교가 갖는 운동성을 주제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인류 역사에 큰 아픔을 안긴 교리의 기독교를 넘어서고 영성의 기독교와 운동의 기독교가 갖는 귀한 가치와 신앙을 되찾는 일은 우리 한국 교회와 교우님들이 반드시 짊어져야 할 권리이자 사명입니다.


1. 예수님은 절대평화와 절대정의의 세계를 꿈꾸며 행동하셨습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모든 폭력과 억압의 가능성이 완벽하게 사라진 절대정의와 절대평화의 세계를 꿈꾸었습니다.

 “늑대가 새끼 양과 어울리고, 표범이 숫염소와 함께 뒹굴며, 새끼 사자와 송아지가 함께 풀을 뜯으리니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친구가 되어 그 새끼들이 함께 뒹굴고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리라. 젖먹이가 살무사의 굴에서 장난하고 젖뗀 어린아기가 독사의 굴에 겁 없이 손을 넣으리라. 나의 거룩한 산 어디를 가나 서로 해치거나 죽이는 일이 다시는 없으리라. 바다에 물이 넘실거리듯 땅에는 야훼를 아는 지식이 차고 넘치리라.” (이사야 11:6~9)

아, 놀랍습니다. 아, 위대합니다. 전율이 흐릅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양과 염소들이 사자와 표범을 물리치고 약자들만의 천국을 만들 것을 꿈꾸지 않았습니다. 양과 염소가 사자와 표범과 함께 뒹구는 상생과 평화의 세계를 꿈꾸고 있습니다. 암소와 곰이 친구가 되고, 어린 아기가 독사와 장난치며 함께 노는 세상이 온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나라라는 것입니다.

브루주아를 타도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아니라,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천국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함께 어깨동무하고 사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은 이미 이천육백여 년 전에 꿈꾸고 노래하며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습니다.


온갖 어려움과 핍박을 견디며 수백 년을 이어온 이 예언자 운동은 우리 예수님에 의해 그 절정을 이룹니다. 복음서 기자는 예수님이 이사야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성취하기 위해 오신 분임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자기가 자라난 나자렛에 가셔서 안식일이 되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서를 읽으시려고 일어서서 이사야 예언서의 두루마리를 받아 들고 이러한 말씀이 적혀 있는 대목을 펴서 읽으셨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예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서 시중들던 사람에게 되돌려주고 자리에 앉으시자 회당에 모였던 사람들의 눈이 모두 예수에게 쏠렸다. 예수께서는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하고 말씀하셨다.” (누가복음 4:16~21)


누가는 예수를 예언자 운동의 맥을 잇고 완성하기 위해 오신 분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고백에서는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고 하늘 위로 도망가려는 현실도피 신앙의 근거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예수님은 왜곡된 현실세계에서 정의와 평화, 행복이 숨쉬는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한 저항운동의 중심에 서계십니다.

이처럼 올바른 기독교 영성은 필연코 왜곡된 모든 것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집니다.



2. 우리 한국 교회는 과연 예수님 편에 서 있는 걸까요?


오늘날 한국의 주류 교회들, 특히 대형교회와 그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배반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깊이 돌아보아야 합니다. 고난받는 백성들의 삶의 자리는 외면한 채, 조찬기도회를 만들어 권력자의 안위와 번영을 빌어주는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우리 예수님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 그들은 우리 예수님과 아무 상관도 없을뿐더러 상반된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행태를 보면 예수께서 종교지도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성직자’라는 이름으로 신을 모독하고 백성들을 속일 뿐 아니라 기득권자 편에 붙어 제 잇속을 챙기는 ‘거룩한 장사꾼’들에 의해 우리 하나님과 예수님은 지난 이천년 동안 끊임없이 능멸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진정한 예수정신과 예수운동을 이어가는 선각자들은 남아 있습니다.

-서구 자본주의 신학의 한계를 절감하고 민중의 모습으로 고난의 현장에 가계신 그리스도를 새롭게 발견하여 민중신학 이론으로 정립할 뿐 아니라 몸소 살아내신 안병무 박사님,

-이 땅의 갈라진 현실을 참지 못하여 북으로 달려가 김일성의 목을 끌어안고 이제 제발 그만 싸우자고 외치신 문익환 목사님,

-굶고 병든 이 땅의 백성들을 외면하지 못하여 그들의 삶의 자리로 달려가 함께 먹고 마신 허병섭 목사님

등은 진정한 예수사람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 전체로 보여주신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분들께 마음 깊이 경의를 표하며, 우리 교우님들도 예수님과 선각자들을 본받아 신앙과 삶의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사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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