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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사랑으로 이어지지 않는 하나님 사랑은 사악한 위선         


                                                                                                     산들바람

지난 번 글에서 기독교 영성에 대해 말씀드린 데 이어 오늘은 기독교가 갖는 운동성을 주제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인류 역사에 큰 아픔을 안긴 교리의 기독교를 넘어서고 영성의 기독교와 운동의 기독교가 갖는 귀한 가치와 신앙을 되찾는 일은 우리 한국 교회와 교우님들이 반드시 짊어져야 할 권리이자 사명입니다.


1.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우리는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를 드릴 때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기도합니다.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살아가는 것, 저는 그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삶 전체로 가르쳐주신 복음의 원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는 지를 묻는 바리새인들에게 “하느님 나라가 오는 것을 눈으로 볼 수는 없다. 또 '보아라, 여기 있다.' 혹은 '저기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고 하셨습니다. (누가복음 17:20~21, 공동번역)


우리 기독교는 이웃들로부터 현실의 아픔과 모순을 외면하고 미래로 도피하는 나약한 종교라는 비판을 종종 받습니다. 심지어 우리 기독교를 반대하는 분들로부터 ‘개독교’라는 모욕적인 비난을 듣기도 합니다.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며 미래로 도피하는 종교, 그것이 비록 현실 기독교의 한 단면임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은 결코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교회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 오류의 결과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율법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묻는 랍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 가는 계명이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한 둘째 계명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두 계명이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이다.” (마태복음 22:37~40)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이 둘은 하나이며 분리될 수 없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이처럼 기독교 영성은 하나님과 우리와의 수직관계로만 끝나서는 아니 되며, 수평으로도 이어져 존재하는 모든 것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비로소 온전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사회와 자연, 이웃들의 삶의 현장에는 별 관심 없이 오직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에만 몰두하는 교우님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은 하나님만 생각하고 오직 믿음으로 사는 것이 영성 충만한 삶이라고 배워왔기에 순전한 마음으로 신앙생활과 교회공동체의 삶에 매진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성령충만한 신앙이 아니라 균형을 잃은 신앙입니다.


신앙생활과 사회생활, 이 둘은 반드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만일 우리의 영성이 수평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수직적인 관계, 즉 하나님과의 관계에만 집중하면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는커녕 사회와 단절될 뿐 아니라 이웃으로부터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됩니다. 때로는 사회의 정의롭지 못한 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억압과 폭력을 방관하거나 조장할 수도 있습니다.


가슴 아프게도, 우리 한국의 주류 교회들은 이런 일을 막거나 극복하지 못하고 조장해 온 측면이 있습니다. 자연이 파괴되고 사회가 고통을 받으며 생명이 소홀히 여겨지는 현실에 눈과 귀를 막고 자기 공동체의 확대에만 주된 관심을 보여온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처신은 이런 엇나간 영성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2. ‘하나님 사랑’은 반드시 ‘이웃 사랑’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하나님과 맺어진 관계가 심오할수록 하나님의 사람은 현실세계의 부조리를 견디지 못합니다. 기독교 영성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세계를 하나님과 분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그분의 품이며 거룩한 몸으로 인식하기에, 진정한 기독교 영성은 일그러진 실존세계에 대해 아파하며 본래의 아름다움이 회복되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 영성이 초월성에 머물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를 현실세계에 이루기 위한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하나님 나라 운동의 중심에 서신 분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종교 조직 안에 가두고 독점하려는 당시 종교인들의 독선에 항거하고, 억압과 착취를 일삼는 왜곡된 사회 구조에 맞서 가난하고 억눌린 백성을 일으켜 세우고 해방시켜 주는 레지스탕스(저항) 운동이 예수 운동의 원형이었습니다.


이러한 하나님 나라 운동의 뿌리는 이미 서기전 8~9세기경부터 구약성서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모스와 호세아를 필두로 이사야와 예레미야, 에스겔 등으로 이어지는 선지자들의 예언은 기득권자에 항거하여 힘없는 백성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고통스런 삶의 현장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저항운동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언자 아모스는 당시 종교 권력자들과 그에 야합한 무리를 향해 이렇게 질타하였습니다.

“너희의 순례절이 싫어 나는 얼굴을 돌린다. 축제 때마다 바치는 분향제 냄새가 역겹구나. 너희가 바치는 번제물과 곡식제물이 나는 조금도 달갑지 않다. 친교제물로 바치는 살진 제물은 보기도 싫다. 거들떠보기도 싫다. 그 시끄러운 노랫소리를 집어치워라. 거문고 가락도 귀찮다. 다만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서로 위하는 마음을 개울같이 넘쳐흐르게 하여라.” (아모스 5:21~24)


아모스의 예언은 수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종교행위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오히려 사악한 위선에 지나지 않음을 여실히 폭로합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정의가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억압과 착취를 버젓이 행하는 사람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예언자는 묻고 있습니다.


아모스의 사자후는 마치 성전에서 온갖 기물과 제물에 대한 상업적 독점권을 갖고 호사를 부리던 예루살렘 성전의 종교지도자들, 아니 종교 장사꾼을 질타하고 그들의 상을 뒤엎으신 우리 예수님의 격노를 연상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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