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우리는 사랑을 품고 살아야 합니다.
시인이며 극작가인 박용재의 시와 평론을 보내준 서울의 친구에게 고마워했습니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렇게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 만큼이 그 사람의 인생이다. >>
시를 잘 모르는 분들도 이 시를 읽고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정말 사랑한 만큼이 사는 것이고 인생이구나”하고 감동적으로 고백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 깊은 곳에는 역시 뜨거운 사랑이 숨겨져 있고, 누구나 그 마음으로 살고픈 열망이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꽃, 새, 숲, 붉은 태양, 낮달을 사랑하며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보듬고 살 수 있다면, 그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요 참사람이 아닐까요? 제아무리 돈을 잘 벌고 큰 권력을 가지고 큰소리 친다고 할지라도, 좋은 대학, 직장에 들어가고 잘난 사람을 만난다 할지라도, 작은 사람, 여린 풀꽃 하나 가슴으로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 인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하는 모든 삶의 몸짓이 사랑이 아니라면, 사는 목적과 동기가 사랑 아닌 다른 것이라면, 아무리 성실하고 치열하게 일 할지라도 남는 것은 쓸쓸한 회한뿐일 것입니다.
작은 것일지라도 나누지 못해 안달하고 나직이 섬기면서 사는 정 깊은 사람이야말로 “잘 사는” 사람입니다. 얼마 전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는 시를 받은 거창에 사는 한 후배로부터 기가 막힌 선물을 받았습니다. 허름한 라면박스에 여러 가지 농산물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왔습니다. 포장을 펼쳐보니 노란 색지에 이런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형님, 고맙습니다. 큰 선물 넙죽 받고 행복했습니다. 참사람의 길에서 사람 하나 만난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서리태, 약콩, 서숙, 검은 참깨는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입니다. 청국가루는 우리 집사님이 직접 농사지어 띄운 청국을 말려 빻은 것입니다. 물이나 요구르트에 타서 드시든지 국을 끓여 드시면 됩니다. 김부각은 저희 친정에서 직접 농사지은 것입니다. 밥하실 때 섞어 드시면 톡! 톡! 터지는 맛이 재미있습니다. 들기름은 양이 적습니다. 양념에 조금씩 넣어 드시면 정말 고소합니다. 서숙은 꼭 돌을 가려 드셔야 합니다. 섬세한 사랑의 손길이 담긴 그 선물을 하나 하나 꺼내면서 꼭 고향 어머니의 뜨거운 정이 느껴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가슴속 깊이 담아 놓은 푸근한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고향이 있습니다. 가족, 고향 친구들과 함께 나눈 사랑의 이야기들, 정 깊은 마음을 헛되이 버리지 말고 꼭꼭 챙겨서 열심히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사는 겁니다. 그 만큼이 인생입니다.
이곳 오클랜드 보타니에서 살아가며, 우리도 친구와 우리 이웃과 더불어 사는 용기와 격려를 나눌 때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이 자진해서 먼저 초대하여 함께 우정과 친교 그리고 사랑을 건넬 수 있는 시간일 때 아름다운 모습으로 훈훈해지는 것입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