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와 예수 살기
김준우 한국기독교연구소 소장 / 전 감신대 교수
1. 지난 20 여년 동안 역사적 예수 연구를 소개하게 된 계기는 감리교 종교재판 이후 성경문자주의에서 비롯되는 몰상식과 폭력성을 극복할 방법을 찾던 중에 ' 역사적예수 세미나 ' 를 알게 되었다
개인적 이유는 “예수에 관한 믿음”(그리스도 신화들)을 수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동정녀 탄생과 부활 등의 핵심교리에 관한 지적인 정직성이 문제였다
' 역사적예수 세미나 ' 를 통해 “예수의 시대와 삶과 비전과 전략”을 배우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 신화들”이 고백되게 된 역사적 상황과 신격화 과정을 이해하게 되어 오랜 체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예수 믿기”가 흔히 4영리에서처럼 천당행 티켓을 얻기 위한 “거래”(로빈 마이어스)로 둔갑한 것이라면, “예수 바로 알기”는 “예수 닮기” 혹은 “예수 살기”를 위해 복무한다. 그만큼 “예수 살기”가 어려운 일이며, 창조적 돌파를 위한 철저한 마음공부와 겸손을 요청하는 길이다.
2. 역사적 예수 연구 이전에도 성인들이 많이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모두 “예수에 관한 교리들”보다는 주로 산상수훈에 나타난 “예수의 믿음”에 충실한 “예수 살기”(제자도)의 증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특히 과학적 세계관과 역사주의, 개인주의의 영향 때문에 사실근본주의와 문자근본주의가 팽배하게 되었으며, 신앙이 사적이며 영적인 차원만의 문제로 오해되어, 결국 기독교의 지적인 정직성과 사회적 신뢰성이 문제가 되었고, 이것은 전 세계적인 기독교 몰락의 신학적 원인이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는 길은 “그리스도 신화”의 토대가 되었던 “예수의 믿음과 삶”에 충실한 “예수 살기”의 길이라고 믿는다.
3. 기독교의 급속한 몰락과 하나님의 사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예수 살기”다.
유럽과 미국에서 기독교인의 숫자가 한 세대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실은 기독교 역사상 전대미문의 현실이다. 기독교의 몰락은 하나님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이나 바빌로니아의 마르둑 신 등, 인류 역사에서 3천 년 이상 숭배되었던 신들이 죽었다는 사실(정진홍)은 유대-기독교의 야훼 하나님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신들이 죽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제국의 신”이 되어, 그 제국들의 멸망과 함께 그 신들도 죽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유대-기독교의 야훼 하나님 역시 생명과 세계의 성스러움을 일깨우는 기능 대신에 “제국의 신”으로서 더욱 큰 기능을 수행하는 한, 결국에는 죽고 말 것으로 예상된다.
예수 살기는 교회를 살리며 하나님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4. “예수=그리스도”는 기독교 신앙고백의 핵심이지만, “예수 살기” 없는 “예수 믿기”의 위험성은 근본주의적 신앙이다. 즉
1) 대속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개인숭배(personality cult)라는 우상화
2) 초자연적 하나님과 철저한 타력구원에 대한 신앙으로 인한 도덕적 허무주의,
3) 성경과 교리에 대한 절대주의와 그로 인한 폭력성
(Ronald Sider에 따르면, 미국 남부 Bible Belt의 중생한 복음주의자들은 아내구타, 이혼율, 인종혐오에서 미국의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
크로산의 질문: “폭력적인 기독교 성서에 근거한 폭력적인 기독교 안에서 비폭력적인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4) 기독교 복음이 사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둔갑하여, 진리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주체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이, 기독교의 진리주장을 절대화/정당화하고, 타자배제와 교단분열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5) 이런 위험성은 오늘날 4영리나 “번영의 복음”이 함축하는 것처럼,
(1) 우리는 예수를 따를 수 없다.
(2) 예수를 따를 필요도 없다.
(3)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이기에 예수를 따르려 해서도 안 된다(한인철)
는 믿음으로 나타난다.
5. 직접종교(모세와 예수의 종교)와 성전중보체제(성전, 사제, 안식일, 경전, 교리의 절대화).
예수는 성전중보체제가 은총의 수단들을 절대화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것에 대해 맞섰기 때문에 종교브로커들(제사장들과 신학자들)이 앞장서서 예수를 살해했으며, 그렇게 처형된 예수의 무덤 위에 세워진 교회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고한 성전중보체제가 되어, 직접종교를 가르친 신비주의자들을 계속 박해했던 기독교 역사는 세계 종교사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다(돈 큐핏).
신학의 기준은 특히 약자들의 해방을 위한 “풍성한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