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모두 즐겁게 하자고 용기를 주고 격려해 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를 친구로 삼은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친구하자고 제안한 적도 없습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는 그를 자연스럽게 친구로 삼았습니다. 동갑내라서가 아니라 그의 특별한 죽음은 우리의 평범한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1989년 영화 피터 위어 감독의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에서 나오는 존 키팅 영어교사가 전하는 메시지는 두 가지가 있는데, “현재를 즐겨라 (Carpe Diem : 카르페디엠)”, “너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Make Your Life Extraordinary)”라는 것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학연과 지연과 무관한 우리의 친구인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살다가 죽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교사와 제자간의 우정, 경직된 학교와 주입식 교육에 빠진 학생들에게 따뜻하고 자유로운 정신을 심어주는 굴하지 않고 용감한 훌륭한 교사가, 희생양이 되어 학교를 떠나간다는 것이,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와 같다고 했습니다. 그 교사는 학생의 이익만 생각하고 책임회피에 혈안이 된 모든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며, 그 모순 안에서 진심으로 찾아가야 할 자신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째든, “카르페디엠”을 말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은, 엘리트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모범생”이 아니라 “모험생”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그들은 고정관념의 삶을 감옥으로 간주합니다. 어떤 틀 안의 삶은 그 자체가 지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어둠을 손님처럼 겸허하게 맞을 때 청년 토마스 에디슨은 이에 맞서 저항했습니다. 암흑의 시간을 못 견디어 하며 끈질기게 부수고 망가뜨리며 드디어 빛을 만들어 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을 즐긴 덕분에 혜택을 본 것은 누구일까. 그를 바보가 아닐까라고 의심했던 이웃들이었습니다. 에디슨은 빛을 남겼고 우리는 그에게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공중전화 부스 앞에 줄서서 평범하게 차례를 기다렸다면 이동전화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줄에서 뛰쳐나온 누군가가 우리에게 여분의 시간을 선물했습니다. 우체국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걸어 다니며 전보를 치고 곧바로 답장을 받게 됩니다. 음악을 듣고 길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위인은 위대한 말을 남깁니다. 그 말이 그의 삶과 일치할 때 위인으로 인증됩니다. “다르게 생각하라”고 외칠 순 있어도 다르게 생각하는 삶을 계속 보여주기는 쉽지 않은 것입니다. 항상 갈망하고 항상 대담하게 전하라고 권할 순 있지만 그대로 “항상” 행하기는 어렵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해낸 우리의 친구입니다. 그가 바꾼 것은 세상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인 것입니다.
그가 남긴 “사과의 향기”만으로도 사람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의 가치” 앞에 경의와 존경을 표명할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선물꾸러미는 지금도 우리 주머니 안에서 신호를 보냅니다. 밥 먹자고 하기도하고, 술 마시자고도 합니다. 그에게서 받은 것이 있으니 우리도 무언가 주어야겠지, 이제는 괴짜를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소년에게 여행도 가보라고 용돈을 주어야 될 것 같습니다. 표정이 우울한 뉴질랜드의 청년들이 있다면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면, 죽는 날 그대는 최고가 된다”라고 조언해 줄 것입니다. 모두 즐겁게 하자고 용기를 주고 격려해 줄 것입니다.
만약 천국으로 가는 입구가 있다면 스티브 잡스는 어떤 인터뷰를 했을까. 궁금합니다. 좀 다르게 질문해 보라고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토마스 에디슨을 만나서는 어떻게 인터뷰를 했을까. 그들은 최근에 인생을 마감한 친구들을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천국에 들어가는 입구가 붐비거나 조금 소란스러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