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이가 내 사랑이었나
-조수미 콘서트 두 배로 즐기기-
한 일 수 (경영학 박사/칼럼니스트)
조수미가 비올레타가 되어 우리 곁에 온다. 이탈리아의
국민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1막 4장에 나오는 아리아에서
콜로라투라를 들려주는 조수미는……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남자와 여자의 본질은 무엇인가?’, ‘도덕이란 무었인가?’ 길 잃은 여인「라트라비아타」에게 묻고 싶은 내용이다.
창녀, 금권결혼, 황금만능의 세 가지 악(惡)의 꽃이 만발해 있던 19세기 중반의 파리, 우연한 일로 길을 잃고서 고급 창녀의 길로 들어섰던 불쌍한 비올레타……. 한 달 중 25일 동안은 흰 동백 꽃, 나머지 5일간은 빨간 동백꽃을 들고 나타나 귀부인 행세를 하던 사교계의 여왕- 그녀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부터 익히 알고 있던 알렉산드르 뒤마피스의 소설(1848년 발표) 춘희(椿姬-동백 꽃 부인)에 나오는 주인공이었다. 이를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가 이탈리아어 대본을 완성하고 베르디(Giuseppe Verdi)가 오페라로 작곡하여 라트라비아타(La traviata-길 잃은 여인의 뜻)라는 제목으로 1953년 3월에 발표하였다.
이탈리아의 국민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애정과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소프라노 가수, 마리아 칼라스가 라 스칼라 극장에서 비올레타 역을 맡고자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그리스 계 칼라스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랜 투쟁 끝에 1955년에야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칼라스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이제 한국의 조수미가 그 뒤를 이어가고 있다.
조수미가 비올레타가 되어 우리들 곁으로 온다. 오는 12월 7일 오클랜드 타운 홀 공연에서 60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1막 전주곡에 이어 조수미는 1막 4장에 나오는 ‘아, 그이가 내 사랑이었나’를 부를 예정이다. 환락의 세계에서 공허한 삶을 유지해오던 폐병 환자 비올레타가 순진한 청년 알프레도의 진실한 사랑에 젖으며 갈등 끝에 독백처럼 부르는 노래이다. 이 때 부르는 소프라노 아리아는 화려한 기교와 고난도의 고음으로 유명하다. 서정적인 ‘아, 그대가 내 사랑이었나(E strano! Ah, fors'e lui che l'anima)'로 사랑에 대한 동경을 노래하다가 갑자기 현란한 콜로라투라(Coloratura)로 넘어가는 성악적인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면을 연출한다.
콜로라투라는 여성 소프라노에서 가장 화려한 고음을 가장 고난도의 가창력을 발휘하여 기술적으로 표현해내는 방법이다. 초월적인 기교와 빠른 메시지를 과시하는 아주 화려한 소프라노의 한 분야로 경쾌한 움직임과 음색을 지니고 있어야하며, 특히 최고 음이 정확해야한다. 조수미 같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창법이다.
조수미가 콜로라투라를 우리에게 들려주기 위해 우리 곁으로 온다. 우리에게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의문이다. 노래의 가사를 미리 알고 참관하면 감상의 맛을 두 배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해! 이상해! 내 맘속에 새겨지는 그 말!
그 진실한 사랑이 내게 불행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산란한 이 마음 어이할까? 그가 내게 이러한 사랑의 불을 지르다니
오, 이 기쁨…… 나는 몰랐네……
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
나는 이러한 것을 쓸데없는 기쁨이라고 경멸하였는데
많은 사람 중에 그이만이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네.
즐거웠던 수많은 시간들이 다 거짓이었다.
아, 그이는 수줍게도 나의 병상을 훔쳐보고
마음 졸이며 사랑의 불꽃을 태우나니, 아- 그 사랑
온 누리의 사랑의 파도가 내게 밀려오다니
그러나 이상한 것은 고통과 기쁨이라네
마음속에 있네
아 헛된 생각, 허무한 나의 환상, 가련한 내 신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