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거스릴 역)이라 함은 일의 순서를 알지 못하고 힘에 감당 못할 일을 구태여 하고자 하며, 남의 원 없는 일을 구태여 권하며, 남의 마음을 매양 거슬려주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누구나 자기를 좋게 하려는 한 생각이 없지 않으나, 무엇을 구하는 데 있어서는 혹은 순리로, 혹은 역리로, 혹은 사실로, 혹은 허망하게 각각 그 지견과 역량을 따라 구하므로 드디어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순리로 구하는 사람은 남을 좋게 하면서 자기도 좋아지는 도를 행하므로 한없는 즐거움을 개척하게 되고, 역리로 구하는 사람은 자기만 좋고자 하여 남을 해하므로 한없는 죄와 고통으로 빠지게 됩니다.
또한 사실로 구하는 사람은 모든 복과 즐거움을 이치에 따라 당처에서 구하므로 그 성과를 얻게 되고, 허망으로 구하는 사람은 모든 복과 즐거움을 알 수 없는 미신처에 구하므로 필경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무릇, 천하 만사가 다 본말(本末)과 주종(主從)이 있는 것입니다. 근본을 알아서 근본에 힘쓰면 끝도 자연히 좋아질 것이나, 끝을 따라 끝에만 힘쓰면 근본은 자연 매하여질 것입니다. 또한 주(主)를 알아서 주에 힘쓰면 종(從)도 자연히 좋아질 것이나, 종을 따라 종에만 힘쓰면 주가 자연 매하여질 것입니다.
말이 수레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혹 가다가 가지 않을 때에는 말을 채찍질하여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수레를 채찍질하여야 하겠습니까? 당연히 말을 채찍질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을 채찍질하는 것이 바로 근본, 즉 주에 힘쓰는 것입니다. 사람이 먼저 그 근본을 찾아서 근본에 힘쓰면 모든 일에 성공을 가져올 것입니다.
사람이 무슨 일을 할 때에는 먼저 이 순과 역을 잘 구분해서 눈 앞의 이해에 얽메이지 말고, 영원한 장래를 놓고 보아 근본 되는 일에 힘을 쓰고 순을 주로하여 행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일이 거의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