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왜 오디션 열풍에 휘말리고 있을까.
대단한 나라, 대단한 국민인 것이다. 조국의 오디션 열풍 이야기이다. 작년만해도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들은 바로는 작년에 지원자가 대략 130만 명이었는데 올해는 200만 명이 몰릴 것이라고 한다. 국민스타로 만드는 허상이요, 국민을 스포츠 경기장 또는 오락예능물 공연장으로 몰아가는 방송매체의 저의(底意)가 무엇일까. 국민을 왜 우매화(愚昧化)의 장(場)으로 몰아가고 있을까.
이쯤 되면, “전 국민의 연예인화”라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나 연극 뮤지컬의 배우나 가수를 선발하기 위한 방법이 오디션이다. 그것이 이젠 국민오락이 된 것이다. 영국 ITV의 2007년에 시작한 TV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의 리얼리티 쇼를 카피한 한국판인 것이다. 재능 있는 보물을 캐거나 세계적인 가수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이란다. 누구에게나 스타가 될 수 있는 공평한 기회가 있다는 것도 앞세우고 있다. 실제로 “끼”(Talent) 하나로 인생역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것이 “착각의 시작”인 것이다.
1999년 하버드대학에서 실험을 했다. 까만 셔츠와 하얀 셔츠를 입은 팀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보여 주면서 하얀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만 세도록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 대상자들 중 절반이 코트에서 섞여 뛰었던 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주의력 착각”의 실험이었다. 이 실험은 “사람은 자기가 보려고 하는 것만 본다”는 사실임을 입증했다. “상황에 따라 누구든지 눈 뜬 장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것이다.
요즘 많은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순위가 연예인이라는 것이다. 약삭빠른 사람들이 이 현상을 가만 놓아둘 리가 없다. 인터넷에도 스타를 열망하는 그들의 눈길을 유혹하는 온갖 광고들이 쏟아지고 있다. 금방 스타가 될 것 같다. 나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으니까 몰입하게 된다. “착각의 심화”로 가고 있다. 시청률이라는 숙제 앞에 방송사의 욕심은 도전자들의 감동 스토리조차 철저히 기획되고 계산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문까지 갖게 만드는 것에 실소를 금치 못하며 곧 실망할 수도 있다. 노래, 춤, 연주, 몸매 만들기 등에 본격적인 스펙(Spec) 쌓기에 학원에서 열 올리고 있다. 자녀를 스타로 키우겠다며, 예능자질이 아닌데도, 어릴 때부터 열정적으로 머리 싸매고 빚을 내어 뒷바라지 하겠다는 보통의 부모들이 확산되고 있다. 정말 큰 일이다.
조국에 몰아친 오디션 열풍은 전 국민을 “끼돌이와 끼순이”로 바꾸어 놓았다. 사람들은 “오디션 뒤에 숨겨진 음습하고 퀴퀴한 곰팡냄새”는 별로 맡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라는 가혹한 실적 앞에 내몰린 방송사의 과잉욕심은 도전자들의 감동 스토리조차 철저히 각색 기획되고 계산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문까지 갖게 만드는데, 실소를 금치 못하며 실망할 수도 있다. 우매화 현상은 미국 LA까지도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연예인 고시생”인 그들에게 오디션은 전후가 막힌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비상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신분상승”도 될 수 있는 급행표를 얻기 위해 너도 나도 “착각의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타려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한다. 가수만이 아니다. 연기자, 모델, 디자이너, 아나운서 등으로 퍼지고 있다.
그들은 외치고 있다. “Yes. I Can.” “I Can Do It.” 훌륭한 구호이다. 꿈은 구호처럼 꼭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에 기형적인 문제가 있다. 이성(Reason)과 합리(Rationality)가 배제된 자신감(Self-Confidence)은 무모함(Imprudence)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오디션 열풍은 또 하나의 로또(Lotto, 복권→행운추첨→기복주의→점괘)이고, 미망(迷妄, Illusion, 환상→착각→허상→우울→열등감)일 것이다. 이것이 마치 우마(牛馬)들의 행진처럼 이어질까 두려운 것이다. 삶의 정의와 진리를 잊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