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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수
2011.09.08 18:37

베드로와 자로(子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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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와 자로(子路)





베드로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수님 생전의 12사도 가운데 한 분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는 곧 천국의 문 열쇠를 가지고 계신 분이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원래 고기를 잡던 어부 출신이다. 예수님이 잡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에 베드로는 겁에 질린 얼굴로 예수님을 모른다고 3번이나 부인했던 제자이다. ‘새벽닭이 울기 전에 나를 3번이나 부인할 것이라’고 예수님이 미리 예고하셨던 제자이다.



자로는 누구인가? 공자의 제자로 이름은 유(由) 이다. 공자가 일생동안 가르친 제자는 3천 명이 넘지만 학문과 능력이 뛰어나 사기 기록에 이름이 올라있는 제자만 해도 70명이 넘는다. 공자의 제자 중에서 자로는 학문과 능력으로 볼 때 평균미달이지만, 특히 힘이 세고 용기가 뛰어나 공자의 제자가 된 후로 죽을 때까지 공자를 따라다니며 보디가드를 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공자는 자로를 얻고부터 사람들이 나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라고 술회한 바 있다. 공자 일행이 산길을 가는데 범강장달이 같이 생긴 목마른 사나이가 나타나 샘이 있는 곳을 물었다. 길을 가르쳐 주고 떠났는데 곧이어 그 범강장달이가 일행을 뒤쫓아 와서 공자를 때려죽이려 대들었다. 샘물을 찾아가다가 배고픈 호랑이를 만나 덤비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누이고, 분이 안 풀려 공자를 찾아와 때려죽이려고 했던 인물이 자로이다. 나이도 공자보다 겨우 9세 연하이다.



공자의 제자 중 매사에 인품이 온화하고 생각이 깊은 성격의 수제자 안회(顔回)와 자주 비교되는 인물이다. 성격이 우직하여 아무데나 나서기를 좋아하여 공자로부터 자주 꾸지람을 들은 제자이다. 공자는 자로를 자주 꾸짖으면서도 그에게 깊은 애정을 가졌다. “유(由)야, 너에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랴, 아는 것은 안다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하라, 그게 아는 것이다.(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또는 “군자는 자기가 모르는 것에 입을 다무는 법이다.(君子於其所不知, 蓋闕如也)”라고 자주 훈계를 하였다. 애착이 가는 제자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꾸 실수를 하니까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예수님이나 공자나 자기가 특별히 사랑하는 제자가 있었고 스승과 제자로 만난 인연도 특별한 경우가 있다. 예수님이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시다가 시몬이라 불리는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 형제가 호수에 어망을 던져 고기잡는 모습을 보셨다. 예수님이 그들에게 이르러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마태 4, 19) 그 말씀을 들은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두말하지 않고 예수님을 따라나섰다. 거스를 수 없는 어떤 영감이 작용하여 예수님을 따라나섰을 것이다.



예수님을 따라 나서는 이들이 많았지만 최후에 12제자를 뽑으셨고, 성경에도 12제자 중에서 베드로는 항상 첫 번째로 이름이 나온다. 제자들 중에는 예수님을 적에게 팔아넘긴 유다도 있었지만 이는 모두 예수님의 인류 구원사업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부분으로 미리 예고된 것이었다. 역설적이지만 유다가 밀고하지 않았더라면 예수님의 인류구원 프로젝트는 바뀌었을 것이고, 성경도 달리 쓰이게 되었을 것이다. 베드로가 죽음 직전에 놓인 스승을 세 번씩이나 부인한 것도 다 그러한 프로젝트의 일환이겠지만, 거기서 우리는 나약한 베드로의 인간상을 볼 수 있다.



우리 인간이 실로 얼마나 나약하고 또 때때로 얼마나 비굴한가?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가 나약하하고 믿음이 약한 행동을 보인 것은 성경에 자주 등장한다. 물위를 걷는 예수님을 보고 유령이라고 놀라서 소리 지르고, 겨우 용기를 내어 한다는 말이 “주님, 주님이시거던 저더러 물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라고 하였다.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배에서 내려 물위를 잘도 걷다가 거센 바람을 보고 놀랍고 무서워서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주님, 저를 살려주세요.” 하고 비명을 지른 것이다. 만일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시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베드로는 끝끝내 그러한 의심과 나약함과 비굴함으로 일생을 살았을 것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에야 참된 용기를 되찾은 것이다.



산길에서 자로가 공자를 때려죽이겠다고 대어들었을 때 공자는 의연하게 자로에게 말하였다. “군자가 두려워 외경해야 할 것에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천명이고, 둘째는 대인이고, 셋째는 성인의 말씀이다.(君子有三畏. 畏天命, 畏大人, 畏聖人之言)” 외경이란 곧 두려워하여 존경함을 말한다. 천명을 두려워 할 줄 알고, 덕망이 큰 사람을 두려워 할 줄 알고, 고전에 나타난 성현의 말씀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셋 중에 하나라도 알고 두려워 할 줄 몰랐던 자로는 곧장 공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까지 배운 바 없고, 거칠 것 없이 무지막지로 세상을 살아온 자로가 처음으로 가르침다운 훈계를 공자로부터 들은 것이다. 그래서 자로는 그 자리에 엎드려 자기도 제자로 삼아 앞으로 계속 가르쳐달라고 간청하여 공자의 제자가 된 것이다.



사람의 몸으로 오신 예수님이나 공자는 인류의 성인이요 훌륭하신 스승이다. 스승에게는 유능한 제자가 많을수록 사후에 빛을 많이 본다.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와 공자의 애제자 자로 두 사람은 성경과 논어의 기록에 의하면, 출신배경도 비슷하였고, 평소 하는 짓도 서툴러서 스승이 살아계실 적에는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로’자 돌림이다. 베드로는 결국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하느님으로부터 넘겨받아 가지게 되었고, 자로는 스승 공자에 앞서 살해당하는 비운을 겼었지만 그의 인간상은 오늘까지 책에 전해 오고 있는 데는 다 그런 까닭이 있다. 우리도 깊이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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