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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4 06:47

하느님 앞에 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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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 앞에 선 나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과 벽에는 창세기에 나오는
  주제들로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그림으로
  가득합니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1508년부터 무려 4년에 걸쳐서 완성
  한 것입니다.
  그림의 방대함이나, 예술로서의 작품성이 너무나 어마어마해서 감히 사람이 저렇게까지 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몇 시간 동안이나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봐야 됩니다.
물론 그렇더라도 제대로 다 감상할 수는 없을 정도입니다.
감상을 위해 그냥 올려다보는 것도 힘든데, 그 긴 시간동안 천정에 대고 직접 그림을 그렸던 미켈란젤로의 혼신을 다한 노력과
능력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림은 성경의 내용이 바탕이 되기는 했지만 자연의 실제 세계는 아닙니다.
다만 미켈란젤로가 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삼되, 자신의 상상 속에서 이상적인 세계를 표현해 낸 것입니다.
그 중에 유난히 제 시선을 멈추게 하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아담의 창조’ 부분입니다.

방대한 그림 전체가 놀랍고 대단하지만 ‘아담의 창조’는 미켈란젤로의 가장 뛰어난 상상력의 표현이자 결과물입니다.
왜냐하면,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상으로 인간을 창조하셨던 바로 그 극적인 순간을 숨 막히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보면, 하느님의 손가락과 아담의 손가락이 서로 닿을까말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담이 하느님을 향해 내민 손가락은 조금 구부러져 있고, 팔은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손가락에 맞닿을 절실함이 그다지 없어 보입니다.
반면에 아담을 향한 하느님의 손가락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힘이 들어 있습니다.
이는 아담의 손가락을 통해 당신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 위함입니다.

닿을 것 같으면서도 아직 닿지 않은 두 손가락이 너무나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적어도 아담이 자신의 손가락을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있지 않고 쫙 펴기만 했어도 금방 닿을 것만 같습니다.
비단 손가락 뿐 만이 아닙니다.
아담의 몸은 비스듬히 드러누운 자세로 시선은 마지못해 하느님을 향하고, 팔꿈치는 무릎 위에 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런 아담을 향해 왈칵 몸을 던지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역동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은 아담과의 완전한 대비를 이루며 절대적인 존재로 여겨집니다.

온 몸의 기운을 손가락 끝에 모아 사람인 아담에게 생명을 전달하고자 하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하느님 앞에 힘없이 구부정한 손가락을 내밀고 있는 아담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가 않습니다.
아마도 하느님 앞에서 저 역시 또 하나의 아담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느님 앞에 어떤 자세로 서 있는가를 새삼 성찰하고, 또 묵상해 봅니다.

아담을 향한 역동적인 하느님의 손가락에 맞닿기 위해 이제는 구부정하게 굽어있는 손가락을 펴야만 하겠습니다.
역동적인 사랑의 삶만이 구부러진 손가락을 펴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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