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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4 06:23

삼삼오오(三三五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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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三三五五)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에 저항하던 세력들이 잡혀서 처형을 당하는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는 다른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처형당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치에 저항하다 잡혀왔지만, 자기는 장사나 하고 돈이나 벌며 조용히 살다가 잘못 잡혀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야 하는가?” 이때 순순히 처형을 기다리고 있던 한 저항운동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 때문에 죽어야 하오. 전쟁은 5년 동안 계속 되었소. 수백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무참히 피를 흘렸고, 수많은 도시들이 파괴 당했소. 조국과 민족은 멸망 직전에 놓여 있소. 그런데도 당신은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단 말이오.”

불의를 보고도 모른 척, 안 본 척 외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남의 일에 관심을 가져주고 함께해 준 사람에게는 굉장한 공로라도 세운 듯, 세간의 뉴스거리가 되곤 합니다. 사람이 사람노릇을 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것이 되어가는 사회가 되어 갑니다.

팽배해진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 모두는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한 하나의 부작용, 병폐입니다.

그 부작용과 병폐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일에 있어서도, 함께하는 것을 귀찮아 하고, 성가시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담이 낮아서 지나가는 사람이 담장너머로 이웃집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던 시절을 살았던 우리 민족입니다. 그러나 물질문화가 발달하면서, 어느새 우리는 콘크리트로 꽉 막힌 담을 쌓아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이웃집 마당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외적인 능력과 물질의 양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해 버리기도 합니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우리 안에 자리 잡을수록, 우리 인간은 각자가 더 외롭고 고독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외로움과 고독함을 이겨내기 위한 방편으로 쉬운 길을 가고자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분위기와, 자기에게 이로움을 주는 상황이 될 때, 서로 어울리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고만고만한 정도에서 외롭고, 고독한 인생을 위로 받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관계만으로는 2% 부족합니다. 우리 삶의 질서와 터전에서 참으로 언제나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함께하기’입니다. 이 ‘함께하기’는 내가 중심이 아니라 서로가 중심이 되는 ‘함께하기’입니다. 서로 격려하고 서로 믿어주고 서로 의지하며 마음 길을 트는 일입니다. 서로 함께함으로써 남이 겪는 불행과 불의에 내가 억울해지는 심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소공동체를 해야 하는 목적과 이유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소공동체 안에는 온갖 삶의 희로애락을 가진 사람들이 다 살고 있습니다. 아픈 사람, 고통 중에 있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쉬는 교우, 예비 신자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등 남녀노소 온갖 부류의 사람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힘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소공동체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말에 ‘삼삼오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너 사람이나 대여섯 사람이 떼를 지어 다니거나, 이만한 수의 사람들이 무리지어서 무슨 일을 한다는 뜻’을 지닌 말입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들에서도 그렇고, 문학작품들 속에서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런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 말은 매우 정겨운 느낌이 들게 할 뿐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의 공동체성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좋지 않은 일을 꾸미는 무리들에게 사용하기 보다는 아름답고 건전한 분위기의 일을 도모하는 무리를 일컬어서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소공동체의 분위기에도 참으로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소공동체! 이 얼마나 정겹고 아름다운 말입니까. 주님께서도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나도 함께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삼삼오오가 됐을 때에는 당연 주님께서 함께해 주실 것입니다.

존 브룸필드는 <지식의 다른 길>이라는 책에서 ‘우주는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는 끊임없이 진행하는 창조이자 진보를 위한 공동 작업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즉 우주는 자기 스스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사람도 혼자 살 수는 없습니다. 서로 아우르고 더불어서 함께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리스도교라는 큰 공동체인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수많은 작은 교회를 만들고 이루어가야만 하겠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소공동체 작은 교회입니다. 우리 함께 소공동체 작은 교회 건설에 참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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