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스페인풍의 자택의 창문에 붙인 글을 써 보고 흥취가 동하고 신바람이 났습니다. 우리 스페인풍의 자택의 집에는 꼭 창문들이 있었습니다. 가든의 창문들은 따뜻한 햇빛을 받고 서늘한 바람을통행하니, 이웃과 친구들이 출입하도록 만든 것만은 아님을 알았습니다. 가든의 창문들이 너무 많으면 겨울에 전망이 탁 트여 춥고 창문이 적으면 여름에 꽉 막혀 답답한 것도 알았습니다. 탁 트인 곳은 막을 수 있지만 꽉 막힌 곳은 통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 때문에 가든의 창문들은 많은 것이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일층에 있는 서고(Library)의 창문들은 더욱 그렇고, 책들을 볼 때마다 밝아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의 일층에 있는 서고(Library)에 동서남북에 모두 창문들이 있게 하고, 환하고 상쾌하고 시원스럽게 사방으로 통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 앉아 칼럼을 쓰고 에세이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팝송과 클래식을 들을 수 있고, 시들을 읊어 보았습니다. Regional Park의 빛은 언제나 창문에 닿고 샘물의 소리는 창문으로 기어 들어 오고,많은 새들이 가까이 와서 엿보기도 하고, 향기로운 장미와 목련, 매화와 야생 난초, 그리고 야생 선인장(Cactus)들의 꽃잎들이 날아 들어 오기도 했던 이곳은 늘 신바람이 났습니다. 한여름 밤의 꿈을 꾸거나, 무더위에도 답답한 고통이 없는 이곳은, 모든 스페인풍의 자택의 가든의 창문들의 덕택인지라 우리는 매우 즐거워하는 이유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우리 스페인풍의 자택의 집에, 사방의 창문들을 돌아 보고, 동쪽 창문에 써 붙인 시 하나는 “한가로워 무슨 일이든 여유롭지 않은 것이 없으니, 자다가 일어 나면 동창에 붉은 해가 떠오른다. (閒來無事不從容, 睡起東窓出日紅)”는 글은 정자의 시이고, 또 다른 시는 남쪽 창문에 쓴 “어제는 흙담이 면전에 서 있고, 오늘 아침에는 대나무 창이 햇빛을 향해 열렸네. (昨日土墻當面立, 今朝竹牖向陽開)”라는 글은 주자의 시이고, 서쪽 창문에 쓴 “묵정밭에는호마를 심고, 초가를 소나무 그늘에 지었다. 진중하고 무심한 사람은, 쓸쓸한 집에서 밝은 달을 희롱하고 있네. (畬田種胡麻, 結草寄松樾, 珍重無心人, 寒棲㺯明月)”라는 글은 주자의 시이고, 북쪽 창문에 쓴 “북창에서 신음하니, 기운이 답답하여 풀리지 않고 있네. 내 책을 내가 읽으니, 병이 낫는 듯하구나. (呻吟北窓, 氣欝不舒. 我讀我書, 如病得蘇)”라는 글은 역시 주자의 말씀이 좋아서, 모두 이렇게 모아 붙이고 신명 나게 즐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이곳에 눈의초점을 두고 쳐다 보고 있노라니, 감정을 유발하고 흥취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좌우명을 본 것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일기장에 이렇게 써 보았습니다. “환한 창가의 침구방석에 기대어, 맑은 낮에는 화로에 향을 피우고, 책을 펴고 엄숙하게, 나의 신성한 군주를 마주합니다. (明牕棐几, 清晝爐薰, 開卷肅然, 事我天君)”
옛날이나 지금에도 우리 한인들은 누구나 넓은 창문들이 있는 주택에 살고자 했습니다. 옛 한인 선조들은 주위의 맑은 풍경을 바라 보며 마음을 다스렸지만, 조망권이 있듯이 지금 이곳의 한인들은 주위를 바라보는 것조차 하나의 이권으로 여기고 사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웬만한 집에서는 옛 한인 선조들의 고고한 뜻과 정을 적은 글씨들을 걸어 놓았지만, 이제 지금의 젊은 한인들의 주택에서는 그런 것을 찾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한인들의 창문들은 넓지만, 세월의 풍파에 시들은 마음들이 넓지 못하여 각 방마다 이러한 진솔한 글씨액자 하나 걸어두지 않는 것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우리 한인들의 주택의 창가에서 옛 선조들의 글들을 읽으며 잠시라도 맑은 마음들을 갖는 것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이곳의 자연과 함께 하여, 간교하고 속이는 마음이 없기에, 새들도 창문으로 날아 들고 바람에 날리는 꽃잎들이 들어 오기도 해서, 이렇게 운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이곳에도 인간의 욕망(人欲, Human Desire)만 있으면 더러워 질 수 있으니, 하늘의 희망(天欲, Heavenly Desire)을 따라 목련꽃들을 찾고 포후투카와 빨간 꽃들을 찾는 일들을 좇아가기로 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우리 한인들의 생애에서 지향하는 삶들의 여정을(Journey)을 각 방마다 창문에 스스로 그린 그림과 함께 적어 두는 일도 이제는 잊혀진 옛 한인 선조들의 운치를 배운 것과 같았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