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오클랜드에서 아름다운 친구들이 되고 친구들의 짐들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우리 한인들이 스스로 지고 가는 배낭이 무거워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와이타와 산 정상까지 참고
올라가 배낭을 열어 보니, 먹을 것이 가득했습니다. 우리의 생애에서 세상의 짐들이 없이 사는 한인들은
없었습니다. 우리 한인들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각자 힘든 세상의 짐들을 감당하다가,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떠나 가는 것입니다. 생애에서 삶들 자체가 세상의 짐들인 것입니다. 가난도 우리의
짐이고, 부유도 우리의 짐이고, 질병도 우리의 짐이고, 건강도 우리의 짐이고, 책임도 우리의 짐이고,
권세도 우리의 짐이고, 헤어짐도 우리의 짐이고, 만남도 우리의 짐이고, 미움도 우리의 짐이고, 사랑도
우리의 짐인 것입니다. 오클랜드에서 살면서 부딪히는 것이 모두 우리와 함께하는 짐들인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우리의 짐들을 풀 때 그 무게만큼 기쁨과 행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큰 강을 건널 때 큰 돌멩이를
지면 강물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때로는 무거운 짐들이 자신을 살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의 짐들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조심하며 걷게 되고,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지고 허리가 굽어지고,
시선이 아래로 향하게 될 때, 누군가가 우리를 기억해 주는 친구들이 있다면 행복한 일인 것입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걱정해 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고, 친구들에게 고마워서 행복을
주는 친구가 되고 싶었고,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지인이며 친구인 K대 교수하고 환담을 나눈 적이 있어 한 번 나누고 싶었습니다. 정말 좋은 친구는
“자신을 알아주는 친구”인 것입니다. 그런 옛 친구는 다시 오래 사귈 필요가 없었고 가까이 자주 볼 필요도
없었지만, 거의 몇 번밖에 못 만났어도 평생을 함께 한 듯하고, 멀리 있어도 현재 지금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벅차고 신명 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친구가 많을 수 있지만 그런 좋은 친구들은 드물었으며, 때로는 스승일 수도 이었고, 연인일
수도 이었습니다. 친구와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눈 적이 있었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친밀함의 분량과
입장도 같고, 다른 길과 여정을 떠나서 마음이 가는 대로 마음이 따라가는 것처럼 신뢰가 가는 한인들이
있습니다. 어떤 여건이라도, 친구들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한인들의 친구들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 한인들이 하는 일들은, 목적이나 분야나 내용이 다르지만, 능력(Capacity)도 유사하고 정신(Spirit)도 서로 통하고 심지어 취향도 같은 한인들인 것입니다. 진실한 참 우정은, 이러한 차이를 극복할 수 있고,
서로의 경쟁을 뛰어 넘는 끝없는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 한인들의 생애는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죽음이 가까워지면서 주변에 있던 한인들은 하나 둘씩 떠나게
되고 마침내는 혼자 남게 된다면, 이렇게 철저하게 혼자 있게 되고, 쓸쓸한 개인이 되었을 때, 마지막까지
옆자리를 지켜 주는 친구들이 진정한 참 친구들이고, 지금 우리 한인들의 만남들이 바로 진솔한 참 우정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한인들의 친구들은 우리의 자신을 발견하는 거울이었고, 우리의 쓸쓸함을 포근하게 감싸 주는 울타리이었고, 우리의 마지막까지 자존감을 지켜 주는 보루(Stronghold)인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한 친구가 전하는, “열매가 맺지 않은 꽃은 심지를 않으며, 의리가 없는 친구를 사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것을 기억해 보았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