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시대에 실학자인 정약용(1762~1836)이 1804년 유배지 강경에서 쓴 시조인 것을 소개하는 것은, 250 여 년 전의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이지만 지금의 세태(世態)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에 가을이 깊어 가니 우리 모두가 이곳에서 막걸리를 한 잔을 기울이며 혼자 웃음을 짓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일세. 모두 한 잔 하자꾸나.
獨笑 (독소, 혼자 웃음을 짓는다) – 다산 정약용 (茶山 丁若鏞)
有粟無人食 (유속무인식) 먹을 것이 많은 집은 자식이 귀하고,
多男必患飢 (다남필환기) 아들이 많은 집에는 배고픔이 있는 것 같아 보이며,
達官必準愚 (달관필준우) 높은 자리에 있는 고관은 꼭 멍청한 것 같은데,
才者無所施 (재자무소시) 재능이 있는 인재는 소질을 펼칠 길이 없구나.
家室少完福 (가실소완복) 완전한 복을 갖춘 집이 드물어 보이고,
至道常陵遲 (지도상릉지) 지극한 도는 항상 쇠퇴하기 마련이며,
翁嗇子每蕩 (옹색자매탕) 아버지가 절약하면 아들은 방탕하고,
婦慧郞必癡 (부혜랑필치)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바보처럼 행하는구나.
月滿頻値雲 (월만빈치운) 보름달이 뜨면 구름이 자주 끼이게 되고,
花開風誤之 (화개풍오지)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 대고 있으며,
物物盡如此 (물물진여차) 세상의 일이란 모두 이런 것과 같은 것이니,
獨笑無人知 (독소무인지) 혼자 웃음을 짓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일세.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