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는 친구 유십구에게 묻고 있습니다.
問劉十九 (문유십구) : 白居易 (백거이)
綠蟻新醅酒, (녹의신배주) 밥알이 둥둥 뜨는 새로 빗은 막걸리가 있고,
紅泥小火爐. (홍니소화로) 작고 붉은 질화로에는 불을 피웠네.
晩來天欲雪, (만래천욕설) 저녁이 되니 하늘에선 눈이 내리려 하네,
能飮一杯無. (능음일배무) 막걸리 술 한 잔 하는게 어떻겠는가?
● 제임스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맛있는 막걸리를 지금 막 걸러내고
화로는 발갛게 달구어져 있네.
해가 진 뒤 하늘에서 눈이 내릴 둣하니
이리 와서 나와 함께 막걸리 한 잔이나 하십시다.
● 제임스의 해설은 다음과 같이 풀었습니다.
<녹의>는 새로 담근 아직 여과하지 않은 술에 푸른빛 도는 거품이 이는 것을 말하고 그 크기가 개미만 하다고 헤서 붙여진 이름이고, <홍니소화로>는 붉은 흙을 구워 만든 화로를 말하고 난방용이나 술과 음료를 데우는데 사용합니다. 쌀로 담근 술이 익어 푸른빛 도는 기포가 올라 오고, 해 진 뒤 어두워진 하늘에서 금방 눈이 네릴 것 같은데, 추운 밤 찬 술을 데울 작은 화로도 방 안에 준비해 두었으니, 필요한 것은 밤을 새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막걸리 술을 마실 친구뿐이구나. 예나 지금이나 “친구를 만나 마시는 막걸리 술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는 반 마디도 많은 것 같구나.” 이것은 “새로 담근 술”의 짝으로는 역시 “오래 사귄 친구”가 제격인 것입니다. 눈 내리는 소리가 사각거리는 겨울밤에 오클랜드에서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제임스나 이곳 친구가>, 서울에서 먼데서 온 친구와 새로 담근 막걸리 술을 마시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고향의 집이 그리워졌습니다.
中唐때의 시인 백거이(白樂天)가 시골지방으로 옮겨 내려가 있을 때 쓴 시를 소개합니다. 친구인 유십구에게 막걸리 술 한 잔하자고 보내는 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살림살이 넉넉지 못하여 단간방에서 조그마한 화로를 끼고 앉아 있는데, 웃목에서 술익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침 저녁때가 되어 하늘을 보니 막 눈이 쏟아 지려는듯 구름이 일고, 멀쩡한 사람도 이쯤이면 술 생각이 날터인데 객지에 홀로 지내는 심사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술은 혼자 마실 수는 없는 법이어서, 얼른 창호지를 찢어 몇자 적어, 친구를 청하고 부른 것입니다. 한 잔 술에 취해서 또 시 한수를 읊어대는 데, 시인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임스의 이 글을 보고 달려 오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친구사이의 소박한 우정이 한 눈에 들어 오는 정경이었습니다.
참고 해설 :
綠蟻 (녹의) : 녹색 개미. 술이 익을 때 표면에 부글부글 쌀알같은 거품이 이는데 그 모양이 마치 개미와 같아 이렇게 표현합니다.
新醅酒 (신배주) : 거르지 않은 술.
紅泥 (홍니) : 발갛게 달아 오른 진흙으로 만든 화로.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