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김지하는 희곡 <금관의 예수>에서 다름 아닌 예수의 해방을 다루었다.
먼저 예수가 해방되어야 한다 !
가시면류관 대신에 금관을 쓰고 있는 예수,
견고하고 갑갑하기 짝이 없는 신학과 교리체계 속에 갇혀 질식당하는 예수,
부자와 권력자들 편이 되어버린 예수,
자신이 생명을 바쳐 사랑했던 역사의 변두리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과는 무관하게 되어버린 예수,
자기 본래의 인간다움을 모두 제거 당한 채 초월적 그리스도로 신격화된 예수,
이 변질된 예수를 2000년 전 예수의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지 않는 한 한국 기독교에는 희망이 없다는 그의 날카로운 고발을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정녕 예수는 그리스도인가?
그렇다면 먼저 예수를 예수답게 하라.
예수의 인간성을 회복하라. 예수를 인간화하라.
예수에 대한 우상화·신격화 작업을 신속히 중지하라.
하늘 보좌 하느님 우편에 앉아 계신 그리스도를 이 땅 이 세상 한복판의 예수로 복귀시켜라.
모든 것에 초연한 그리스도를 인간의 작은 행복과 불행에 웃고 우는 감성(憾性)의 예수로 회복시켜라.
그리고 인간으로 복권된 예수에게서 인간의 아름답고 선한 모습들을 마음껏 발견하라.
그 아름다운 예수를 중상모략하고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은 세상권력의 그 죄악성과 잔인성을 또한 발견하라.
내 안에 있는 선한 자질들, 해방과 자유와 생명의 잠재력을 발견하라.
또한 내 안에 잠복되어 있는 죄성과 이기심과 권력욕과 지배욕과 진리를 거스르는 교만과 무지를 발견하라.
내 안의 모든 ‘예수적’인 것에 감격하고 기뻐하라. 내 안의 일체의 ‘반예수적’인 것에 전율하고 통곡하라.
예수 닮기, 예수 따르기를 열망하라.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예수의 모습을 닮아가라.
고통 당하는 생명에 대한 한결같은 관심과 애정, 생명을 억압하는 일체의 제도와 권력과 법과 종교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불타는 분노,
‘사람의 아들인 내가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당당한 자기인식, 생명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피 끓는 신념,
하늘 아버지의 거룩한 뜻이 언젠가는 이 땅 위에 실현되고 말리라는 현실 변혁적 신앙,
신앙의 길은 십자가로 통하지만 이 십자가의 길은 역사의 선구자들이라면 피할 길이 없는 참 자유와 사랑과 사람됨의 길이기도 하다는 예언자적 신앙,
인간 예수의 이 모든 고귀한 가치들을 하나 둘 나의 것으로 만들어가라.
예수의 인간화!
이것은 신학적인 유희가 아니다. 지적인 놀이가 아니다.
2000년 유구한 기독교 전통에 도전하는 객기가 아니다.
예수가 인간화되지 않으면, 예수가 인간으로 복권되지 않으면, 우리 역시 인간화의 길에서 멀어진다.
예수가 진정 우리의 벗이라면, 우리의 구원자라면, 그 예수와 우리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있어야 한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이 진정 우리를 구원(해방)시킬 수 있으려면 그 십자가와 부활에는 참으로 "인간적"인 요소가 깃들어야 하고 우리의 신앙과 삶이 그것에 끊임없이 도전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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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로써 정연복위원의 '전통기독론에 문제있다' 를 모두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의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 은 글을 올린 날짜입니다.
1. 인간 예수의 재발견 (7/30)
2. 주문이 되어버린 ‘예수는 그리스도’ (8/2)
3. 예수를 예수답게 하라 (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