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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수
2012.08.11 01:34

은감불원(殷鑑不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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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감불원(殷鑑不遠) 

은(殷)나라의 거울(鑑)이 멀리 있지 않다. 

사람들이 아둔하여 바로 눈앞에 있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볼 줄 모른다. 득의하여 잘 나갈 때 올바로 처신해야함을 망각한 즉 득의망형(得意忘形)한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다. 원래는 <시경(詩經)> 대아(大雅) 탕(蕩)에 나오는 말인데, 맹자(孟子)가 당시 아둔한 제후들을 훈계하기 위하여 인용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지금 이 구절을 인용하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비출 거울을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직전 노무현 대통령의 인생 말로에서 찾았어야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부엉이 바위의 처참지경과 남겨진 가족들의 폭루(暴淚)를 생생하게 보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걸 눈으로 보고도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에 가형(家兄)이 구속되는 지경까지 사태를 방치한 것이다.

온 국민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음에도 정녕 몰랐다가 검찰에 구속되고 나서야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대국민 사과성명을 하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일국의 지도자라면 지도자다운 결단력과 풍모가 있고 지도자로서 위신이 서야 하지 않는가.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다면 그야말로 저자거리 아무개나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우(衆愚)에 의해 민주주의가 길거리에 팽개쳐진 나라일수록 지도자는 정도를 걸어야 하고 그래서 지도자의 권위가 살아있어야 민주주의는 제자리를 찾고 나라의 장래가 밝다. 권위는 남이 세워 주는 것인가 스스로 세우는 것인가?

시경에서는 읊는다. ‘은(殷) 나라 거울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것을, 하(夏)의 망국 비쳐볼 줄 몰랐도다(殷鑑不遠, 在夏候之世).’ 하나라의 마지막 군주 걸(桀) 임금은 포악무도하다가 나라를 잃었다. 은(殷) 나라 탕(蕩) 임금에게 망한 것이다. 그런데 은나라의 군주였던 주(紂) 임금도 포악무도하다가 자신의 신하에게 망한 것이다. 주(周)나라 문왕이 그의 신하였다. 그래서 걸주(桀紂)는 폭군의 대명사가 되었다. 새로 탄생한 주(周) 나라 군주는 경계하여 <시경>에서 ‘은나라 거울이 멀리 있지 않다(殷鑑不遠)’고 노래하여 후손들이 거울로 삼도록 한 것이다. 

이제 앞으로 한국의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이라면 독재자의 말로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거울에 비춰보고, 철권을 휘둘러 기업으로부터 불법 비자금을 긁어모았다가 퇴임 후 감옥행은 전두환 노태우의 거울에 비춰 보고, 정파와 계보정치로 당리당략에만 치중하다가 나라경제를 천길 나락으로 빠트린 것은 김영삼의 거울에 비춰 보고, 원리원칙도 없이 국가의 정체성을 혼란에 빠트려 나라를 위태롭게 한 것은 김대중 노무현의 거울에 비춰 보아야 할 것이다. 

지도자들에게 비춰볼 거울이 전혀 없어서도 아니 될 것이지만, 이런 종류의 거울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은 분명 나라의 장래에 좋지 않은 징조이다. 전국시대 맹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철인 장자(莊子)는 “지인의 마음 씀씀이는 거울과 같아야 한다.(至人之用心若鏡)” 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지인이란 나라를 다스릴 큰 지혜와 비전을 소유한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말한 이상적인 철인군주(Philosopher King)가 바로 장자의 ‘지인’이다. 우리가 바람직한 정치 지도자이다.    

그러한 지도자는 마음이 거울같이 맑고 사심이 없어야 세상(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춰본다. 주관적인 감정개입에 치우쳐서도 안 되고, 먼지나 때가 끼어서 비쳐지는 외물(外物)을 왜곡시키거나 굴절시켜서도 아니 된다. 그래야만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반사할 수 있다(應而不藏)” 라고 장자는 강조한다. 응이부장(應而不藏)의 함의는 공이불사(公而不私)와 직통한다. 바로 사심에 치우치지 않는 공명정대한 정치를 뜻하는 말이다. 공명정대란 대통령 주위의 몇몇 사람만이 아닌 만백성들이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정치를 일컬음이다. 위로는 일국의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크고 작은 조직과 단체의 수장들이 모두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만일 지도자가 마음속에 사심을 품은 채 임하여 국민전체를 보지 않고 당리당략이나 편파주의에 사로잡히면 그 정치는 보나마나이다. 아무리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만 백성들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어떤가?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장자의 거울’에 비춰볼 때 과연 어떠했는가? 여기서 부연하여 말하자면 입만 아플 뿐이고, 두 말하면 숨 가쁜 소리가 된다. 그러니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모두 말로가 좋지 않았고, 재임 중이나 퇴임 후에 직계가족 친인척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범례처럼 매번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가까이 있는 거울을 찾아 비춰보고 처신을 잘하도록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겠다. 지도자는 물론이려니와 개개인도 거울에 비춰보아 매사 행동거취가 공명정대(公明正大) 하다면 우선 남의 지탄을 받을만한 과오나 법망에 저촉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박 인 수
2012.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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