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희망은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더 뉴질랜드 헤랄드” 일간신문 기사가 아니더라도, 요즘 경제가 정말로 안 좋다는 걸 나도 오며 가며 느끼고 있습니다. 폐업한 빈 가게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 영업 중인 상점에도 아예 손님이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할인한다는 팻말이 붙은 가게엔 그나마 조금 붐비는 것 같은데, 그마저도 물건을 구입하는 실손님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먹고 사는 문제가 요즘같이 절박할 때가 또 있었을까.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은 느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힘들지 않은 사람이 내 주위에 없습니다. 직장이 문을 닫지는 않을까, 페이먼트 못내 집을 뺏기는 건 아닐까, 종업원들 월급 졔 때 못 줘서 고소당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남처럼 현재의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가야 되나,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노심초사들입니다. 연명(延命)한다는 표현이 딱 맞는 나날들입니다.
웬만해서 앓는 소리를 잘 하지 않는 한 친구도 사업을 시작한 이래 이런 혹독한 불경기는 처음이라는 푸념을 자주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말합니다. 요즘 같아서는 꼬박 꼬박 월급 나오는 직장인이 부러워 죽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죽겠다며 급료는 몇 년째 동결이라고 했습니다.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밥 사는데 항상 앞장 섰던 나였는데, 그런데 요즘은 선뜻 나서지를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3개월 치 생활비를 저축해 놓으라는 신문기사를 읽고부터 긴축을 하게 되었습니다. 3개월은 고사하고 단 한달 치 생활비도 없는 우리 중 하나가 실업하면 그날부터 쪽박 차는 신세가 되어야 합니다. 불안해서 돈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래저래 나도 신문 기사 속에 뉴질랜드 유럽인들처럼 뉴질랜드 희망은 지나가는 “개” 한테나 주라고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 한 식당주인을 만나고부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노력만 하면 아직까지 희망과 기회가 있는 나라도 뉴질랜드라고 했습니다.
어떤 “스시”라는 튀고 파격적인 상호의 일식당을 두 개째 차린 또 어떤 친구가 있는데, 영업을 시작한 지 열흘밖에 안되었다는 2호점은 평일임에도 빈자리 하나 없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불경기에 장사 잘 되는 집은 그 집밖에 없는 듯 했습니다. “음식 맛은 물론 차별화된 실내 인테리어와 온갖 이벤트들이 손님을 끌어들이는 비결”이라는 것이 그 친구의 말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 온 지 십여 년 만에 큰 식당을 두 개나 차릴 정도면 한국서 돈을 좀 가져 왔겠다니까 그 친구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IMF때 다 들어먹었는데 가져올 돈이 어디 있었겠냐면서, 처음부터 맨주먹으로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부부가 일년에 외식이라곤 딱 네 번, 그조차도 자장면이 전부였었습니다. 대학 때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스시”일을 하며 흘린 땀이 두 개의 식당을 차리는 초석이 되었고, 온갖 역경과 고난이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섰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했어요. 다들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만 묵묵히 죽으라고 열심히 하니까 되더라구요.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것도 “뉴질랜드 희망”인데, 끝난 게 아니구나. “아직도 이루어 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많이 생각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