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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준 한국의 날 행사

한 일 수 (경영학 박사/칼럼니스트)

뉴질랜드 한인사회가 시작된 지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1971년 7월에 주뉴 한국대사관이 개설되고 1974년 10월에 뉴질랜드한인회가 태동했다. 한-뉴 외교관계가 1962년 3월에 수립되었지만 10여 년 동안 뉴질랜드 내에 이렇다 할 한국공관이나 한인 단체가 없었다. 1968년 9월에 한국 국가 원수로서는 최초로 박정희 대통령이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했지만 환영을 준비할 한국 공관이나 한인 단체가 없었기에 어떻게 환영을 했는지도 궁금한 일이었다. 이번에 한-뉴 수교 50주년 자료를 검색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뉴질랜드 방문 당시의 동영상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수 십 명의 한인 동포들이 비행장에 나와 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콜롬보 플랜으로 공부하고 있던 장학생들, 뉴질랜드를 방문한 몇 몇 기업인들, 단기 체류 중이던 원양 어선 선원들과 그 가족들이 환영인파에 합류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금년의 오클랜드한인회 주최 한인행사는 ‘한인의 날’이 아니라 ‘한국의 날’로 설정하고 진행되었다. 한-뉴 수교 50주년 기념행사인 만큼 한인끼리 축제를 가지는 뉴앙스(Nuance)를 풍기는 한인의 날 대신 한국을 뉴질랜드에 알리고 한-뉴 양국 간의 유대를 강화한다는 이미지를 내포하는 ‘한국의 날’로 개념을 정립한 것이다. 다행히 좋은 날씨에 한인 행사 역사상 가장 많은 일만 삼천 여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이는 금년 행사가 열두 시간에 걸쳐 다양하게 펼쳐짐으로써 가족 동반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고 꽉 차여진 스케줄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남녀노소가 어울려 함께 즐기기에 충분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번 행사에는 현지인들의 참여율이 더욱 높았고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정계, 재계의 키위 VIP들이 참석하였다. 이는 현지인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 구성과 대사관/총영사관, 한인단체 등의 공동 협조 체제 확립, 현지인 상대 홍보 특히 행사 이틀 전에 이루어진 박용규 대사의 뉴질랜드 헤럴드지와의 인터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생각된다.

이번 행사는 몇 가지 면에서 뉴질랜드 한인 사회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이벤트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첫째, ‘모든 행위의 결과는 의지의 산물이다’라는 격언을 입증해 주었다. 현재 뉴질랜드 한인 사회는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다. 인구는 줄어들고 특별한 이슈가 없이 경제형편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인들의 사기는 떨어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성황리에 모든 참석자들이 신바람이 들어 하루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본 행사를 총괄 지휘한 홍영표 한인회장과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우리 한민족은 동기만 부여해주면 신바람이 나서 창조적인 역동성을 보여준다는 기질을 확인해 준 셈이다. 용광로가 아무리 크고 땔감이 풍부해도 이에 불을 지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불을 지피는 역할을 지도층들이 앞장서서 수행할 일이다.

둘째, 젊은이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현대 사회는 가족 간에도 교류가 부족해지고 의사소통이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래서 지위고하, 남녀노소 불문, 빈부 차이를 넘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바탕의 마련이 요청 되고 있다. 특히 다민족 다문화 사회인 뉴질랜드에서는 모든 민족이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행사의 프로그램 구성이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이번 행사에 80여명의 한인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까지 자원 봉사에 참여해 행사를 진행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한인 사회가 공고해지기 위해서는 수평적, 수직적인 네트워크(Network) 구성이 필수인데 이번에 많은 젊은이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은 한인 사회의 밝은 장래를 예견해주고 있다. 모름지기 젊은이들의 행사에도 성인들이 참여하여 협조할 일이다.

셋째, ‘과거의 역사는 미래 역사 창조의 밑거름이 된다’라는 교훈을 되새겨주었다. 행사장 2층에 마련된 한-뉴수교 50주년 기념관에는 62년 전 한국전쟁 당시의 기록, 한-뉴 외교관계 수립 후의 양국 간 교류자료, 한-뉴 통상 발전 자료, 한국홍보 자료, 뉴질랜드 한인 사회의 역사적인 자료 등이 사진과 도표, 동영상으로 전시되어 한인들은 물론 키위들이 흥미롭게 관찰하였다. 또한 한국전통 의상 쇼와 가야금 연주가 한국 전통 다도 시음과 어우러져 분위기를 한층 북돋아 주었다. 공식 행사 후에 가진 VIP들의 특별 관람과 리셉션을 통해 한-뉴 간 민관 외교 관계 증진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번 행사를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재정 지원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소규모 한인 업체들까지 후원하여 비용을 보탰지만 정작 대기업들의 협찬이 활발하지 못했다. 현재 뉴질랜드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LG, 국민은행, 대한항공, 한솔포럼, 대주개발, 오뚜기 식품, 일동 후디스 등 꽤 많은 본국의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는 지금까지 한인 매체에 광고를 싣거나 한인행사에 협찬하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번에도 국민은행, 대한항공, 대주개발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협찬 업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과연 이러한 현실이 옳은 일인지, 개선해야 될 일인지 공관, 한인단체, 지상사들이 모여 담론을 펼칠만 하다.

역사는 창조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우리는 힘을 모아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행해나간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돌파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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