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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화폐.jpg

 


 

소설 ‘오만과 편견’(1813년)의 저자인 제인 오스틴(1775-1817)이 자신의 조국 영국 지폐에 곧 주인공이 될 거라고 한다. 영국문학의 거장 제인 오스틴이 영국 10파운드 지폐의 새 주인공으로 선정된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2017년부터 10파운드 지폐에 여성 인물인 제인 오스틴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그녀의 사후 200 주년이 되면서 모든 국민들이 사용하는 지폐에 얼굴을 드러내게 되는 셈이다. 현재 이 10파운드 지폐에는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의 사진이 찍혀있는데, 곧 제인 오스틴으로 바뀌는 것이다. 영국은 역사적 인물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주기적으로 지폐의 등장인물을 바꿔오고 있다.

 

 

‘오만과 편견’( Pride & Prejudice ) !

 

이 작품을 읽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느낌은 같아 보인다. 요즘 교민 사회에서도 공감되는 화두다. 원래의 소설 제목은 '첫인상'이었다. 이것을 다시 써서 만든 것이 ‘오만과 편견’이다. 남녀 두 주인공이 오만과 편견의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인간성이 완성되어 간다. 가정과 여성의 삶, 결혼을 통해 시대적 갈등과 내면의 자아 성찰을 다룬 오스틴 문학의 정수이다.

 

 

만나서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한 인간의 첫인상이 결정되기도 한다. 편견에 사로잡힌 인간이 범하는 오류이자 오만함이다. 사랑을 느낄 무렵 남자들은 자칫 오만’에 빠지고 만다. 여자들은 곧잘 ‘편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소설 ‘오만과 편견’이 그랬다.

 

 

제인 오스틴은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담담한 필치로 인생의 내면을 포착하고 은근한 유머를 담아냈다. 그녀의 작품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높이 평가되고, 특히 21세기에 더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귀족 남자 다르시의 오만과 평민 여자 엘리사벳의 편견이 대립하며 갈등을 겪는다. 이 두 주인공이 어떻게 지독한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며 사랑을 찾아가는가 하는 이야기이다. 서로의 가슴에서는 찌릿 찌릿 감정의 스파크가 일어난다. 그러나 애매한 오해와 편견으로 눈이 멀어있는 두 사람이다. 자신들의 덫이었던 오만과 편견에서 해방되면서 서로의 참모습을 발견한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루어진 사랑 앞에서 환희의 기쁨에 젖는다. 사람은 누구나 오만과 편견이 있다. 그것을 제대로 극복하려다가 오히려 좌충우돌 부딪치고 만다.

 

 

오늘 내 모습은 어떤가? 오만과 편견에 젖은 나만의 꼬리표가 달려있는 것 같다. 최소한 이런 굴레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데도 웬걸 또 편견에 기울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조금은 씁쓸해진다. 오만과 편견에 젖은 꼬리표가 붙으면 진실이 가려지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는 교민 사회의 여러 상대적 관계 속에도 오만과 편견의 꼬리표가 있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성직자와 신도, 단체장과 회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일하는 자와 쉬는 자, 외국인과 한국인……

 

 

이민 오면서 태평양에 던져버리고 온 것 같은데 간혹 그 과거와 현상이 고개를 내밀 때가 있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오만과 편견의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 세상이다. 물건에 붙은 꼬리표는 떼어낼 수가 있다. 다른 꼬리표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에게 붙어 있는 꼬리표는 좀처럼 뗄 수가 없다. 이런 꼬리표가 인격을 대신하기도 한다. 좋은 꼬리표가 오래 달리기는 어렵다. 긍정의 꼬리표는 그 사람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 부정의 꼬리표는 그 사람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을 자주 왜곡시킨다. 이처럼 꼬리표는 사람이 사람에게 다가가는 데에 커다란 장애물이다. 서로간의 신뢰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그 사람의 진실한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든다.

 

 

요즘 오클랜드에 다행히도 책과 함께하는 모임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책 읽기, 글 쓰기, 수필 문학 교실,영문학 영어교실,동양 고전 강좌 등등… 그리고 책 빌리기 좋은 도서 시설들도 늘어나고 있다. 칠천 여권의 한국장서가 대여되고 있는 한솔문화원,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고 있는 공공 도서관, 한국 책 코너가 잘 정리된 현지인 키위 도서관 등등… 이를 잘 활용들 하고 있다. 여기에, 고국에서 시행하는 재외동포 문학상 대상의 영광과 문예 공모전에 참여하여 신인 작가상에 선정되는 결실을 맺는 수상소식도 봄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책은 확실히 우리 인생의 깊이를 더해주는 활력소이다. 이제는 그 깊이를 파는 시기가 온 것 같다. 뉴질랜드는 지금 겨울이 들어가고 꽃피는 계절로 바뀌어 천리향 후리지아가 향기를 내뿜고 있다. 좋은 책을 통해 얻은 감동과 정서가 가슴 속 깊이 고일 때, 오만과 편견이 걷히고 여유로움과 포용력의 내면향기로 피어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소설에 나오는 한 구절이 영국의 10 파운드 지폐에 새겨질 거라고 한다. 그 한 문장이 세상을 사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행복을 여는 메시지로 울려 퍼질 듯 싶다. 200년전 제인 오스틴의 외침이다.

 

 “나는 독서만한 즐거움은 없다, 라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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