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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등에 올라탄 젊은 지도자 김정은에게

 

이글을 쓰기 전에 우선 북한의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에 대하여 어떤 호칭으로 부르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자네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네. 듣기에 조금 껄끄럽더라도 내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이니 이글에서 자네라고 부르는 점을 이해하고 말투도 하게체를 쓰네. 그 이유란 바로 나와 자네 둘 다 한국인이고 예부터 한국인에게는 널리 정서적으로 통하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네.

 

정서적 공감대란 바로 조정에서는 관직이 우선하므로(朝廷莫如爵) 관직의 고하에 따라 칭호가 달라지고, 향당에서는 연치가 우선하므로(鄕黨莫如齒) 나이에 따라 호칭이 달라지고, 세상 사람들을 이끄는 데는 덕이 우선하므로(輔世長民莫如德) 덕망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있네. 관직과 나이와 덕망, 이 세 가지를 두고 생각해보니 나는 북한정권 내 관직이 없으므로 무관하고, 덕망을 생각해보니 내가 자네보다 별로 나을 것은 없지만 그러나 자네보다 못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고, 나이는 내가 자네보다 20여 년은 앞서니 한국인의 보편적 통념으로 자네라 불러도 별 이의가 없을 줄 아네.

 

지금 온 세상 사람들의 이목이 자네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네. 그리고 우려 섞인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네. 관심이 집중되도록 하는 것이 자네가 원하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네만, 자네가 북한의 최고 존엄자리에 오른 지 이제 겨우 몇 날인가? 존엄이라는 호칭도 별로 내 마음에 들지 않네. 존엄이란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 일테면 인권, 자유, 평등 등에 붙이면 어울리지만 그걸 사람에게 쓰면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네. 링컨 대통령이 흑인노예를 해방하여 흑인 인권과 인간평등의 가치를 실현한 것은 존엄한 일이지만 링컨대통령 개인은 존엄하지 않네. 스탈린과 모택동도 그렇게는 하지 않았네.

 

자네 부하들이 자네를 존엄이라 칭하고 있으니 자네는 전제군주이며 정권의 속성이 폭력조직과 같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아랫사람들로부터 최고 존엄이라 칭송되면서 자네는 지금 호랑이등에 올라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자네를 호랑이 등에 올라타도록 부추긴 사람들이 누구이며, 자네가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는 날이 바로 호랑이 먹이가 되고,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자네 주위에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겠지.

 

자네 조부는 오늘의 북한 김씨 왕조를 세운 장본일일세. 처음 스탈린이 자네 조부를 꼭두각시로 내세워 시작한 것이지만, 자네 조부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켜 민족을 철저지원수로 두 동강낸 후, 사후에도 혁명과업의 대를 잇는다는 명분으로 자네 부친을 후계자로 내세워 북한을 오늘의 왕조체제로 만들었네. 나는 자네 조부에 대하여 애정과 증오를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양자사이의 거리는 극한을 달리네. 내가 자네 조부에 대하여 가지는 애정은 1945815일 광복되기 이전 기간에 한하네. 광복되기 이전에는 자네 조부는 극도의 한계를 이겨내면서 만주벌판에서 민족의 선각으로서 활동한 항일독립투사였네.

 

자네 조부에 대한 나의 증오는 1950625일 이후부터 한 일이네. 수년전 내가 김일성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라는 자전적 회고록을 읽어보았는데, 자네 조부는 다른 수많은 독립운동 애국지사들의 활동은 폄훼하면서도 독보적인 영웅으로 미화하여 영웅주의 사관으로 우리민족의 항일독립 운동사를 왜곡하여 두었더군. 그 때문에 회고록을 읽은 수많은 남한의 젊은이들은 역사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흐려졌고, 그 결과 남한 내 종북주의자들이 양산되어 남한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네. 그것도 나는 자네조부가 공산주의자로서 종래 수법인 통전전략의 일환이라 생각하네. 자네조부는 공산주의자로서 자신의 사후의 일에 대하여도 철저하게 의도하는 방향대로 흐르도록 치밀하게 계산하여 회고록을 지은 것이고, 그 점에서 자네 조부는 생전에 소기하던 성과를 거둔 걸로 보네.

 

내가 자네 조부에 가지는 증오는 소련과 중국이라는 두 상전 공산주의 외세를 한반도에 끌어들여 조국을 유린하고 우리민족에게 한없는 비극을 안겨준 동족상잔의 전쟁일세. 나는 1948년 이전까지의 자네조부에 대하여, 솔직히 말해 독립운동가로서 이승만과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애증(愛憎)을 가지지만, 50년 이후부터 이승만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갈라서네. 자네 조부는 이승만과 달리 민족최대의 역적으로 만세에 길이 남을 것일세. 자네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역사적 평가를 결단코 막아야 하고 그 길은 바로 대한민국을 역사에서 지우는 것일세. 오로지 그 일만을 평생 과업으로 여긴 사람이 바로 자네 부친일세. 자네 부친의 필생 혁명과업은 미완성으로 끝났고 그 책무가 이제 자네한테로 넘겨진 것이네.

 

자네는 아직 서른도 채 안된 나이고 또 앞날이 창창하기 때문에, 또 자네 부친이 국가생존전략으로 올인(All-in)하여 개발한 절대무기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과업완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믿을 지도 모르네. 그러나 미안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고 망상일세. 왜 그런지 우선 자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줌세. 자네가 열 살 나던 무렵인 1995년에 타이완 총통 직선을 앞두고 중국은 타이완 해협에 미사일을 퍼부었네. 왜냐하면 중국공산당은 타이완의 총통직선을 타이완이 중국에서 떨어져 독립해 가는 첫 걸음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네. 미사일을 퍼붓기 전에 중국은 사전에 미국에게 통보를 하였네. “우리가 쏘는 미사일은 탄두가 없는 껍데기 미사일이니 미국은 안심하라고말일세. 그 말을 들은 미국은 그럼 우리도 상하양원의 타이완 보호요구를 무시할 수 없으니 상징적으로 항공모함 한 척을 타이완 해협으로 파견하겠노라고 말했네. 중국이 먼저 빈 껍데기 미사일로 상징되는 조작극을 벌였기 때문에 미국도 상징적으로 맞받은 것이네.

미국과 중국은 이렇게 서로 사전 비밀통보를 해 두고도 실제로 중국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당초 말과 달리 항공모함 2척을 파견하여 사태발전을 미연에 봉쇄해버렸다네. 한 척의 항공모함은 상징일수 있으나 2척은 상징이 아니라 실제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네. 아직까지 미국 항공모함 두 척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나라는 아무도 없네. 이에 중국정부가 항의하자 미국은 우리는 당신네 말을 믿을 수가 없소. 왜냐하면 당신네들은 당신네 대학생들을 탱크로 깔아뭉개는 일(6.4천안문사태)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요.”라고 일축해 버렸네. 내 알기로 그 때 이후 이번 사태가 서태평양에서 두 번째로 큰 위기이네.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던 하고야마는 나라임을 자네도 알고 있겠지? 그런 미국의 수 척 항공모함 선단들이 지금 한반도 주위에서 서성이고 있네, 동해바다 심해 해저에 미국 핵잠수함이 수척이 잠입하고 있고, B-52 폭격기가 본토에서 한반도까지 날아가 융단폭격 연습까지 하고 갔네. 이러한 상황은 더 이상 상징이 아님을 자네가 설령 모르지는 않겠지. 무기만의 대결에서는 중국도 아직까지는 미국에게 설설 매고 있네. 그런데 자네가 어쩌자고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 공갈협박을 하는가? 평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미국은 자존심이 상하면 반드시 보복하네. 몇 해 전 나토공습 때 주 유고슬라비아 중국대사관까지도 폭격기를 동원해 오폭을 빙자하여 폭격해버리는 나라네.

 

지금까지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협박을 하다가 어째서 이번에는 미국 불바다 운운하여 미국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가? 북한주민에게 심리적 공포를 주어 똘똘 뭉치게 하여 자네가 정권초기에 정권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네만 과거 자네 부친 때와는 달리 그건 너무 지나친 언사였네. 그렇게 하면 북한 동포들이 과연 우리 젊은 지도자동지께서는 미국도 겁내지 않고 혼자서 전 세계를 상대하여 굴복시키는 대담무쌍한 타고난 영도자라고 추앙할 것 같은가?

모름지기 정치는 상징조작(symbol manipulation)의 기술이네. 상징조작에 능한 인물이 정치를 하면 정치가 권력적 유희차원을 넘어 종합적 예술의 경지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네. 상징조작에 능한 사람이 고단수 정치가이네. 그런데 작금 일어나는 일을 보니 자네는 상징조작에 아주 어설픈 지도자란걸 알았고, 그럼으로써 자네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무림강호에서 애숭이 취급을 받지 않을 수 없단 말일세. 또한 정치라는 것이 항상 상징조작에만 의지하지 않고 결정적일 때에는 힘에 의존하는 것이네. 상대가 미국일 때는 더욱 더 그러하네. 이라크의 사담후세인과 오사마 빈라덴과 리비아의 가다피의 운명에서 보듯이 자네도 잘 알걸세.

 

나는 자네가 그들과 같은 운명이 주인공이 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고 보며 또한 그렇게 돼서도 아니 될 것이네. 왜냐하면 자네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네. 자네도 부친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젊은 나이에 지도자가 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숱한 밤을 보낼 것이고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이 교차할 것이네. 자네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해 보겠네.

 

자네 조부와 부친이 우리민족에게 저지른 악덕은 이미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것이네. 그러니 자네가 할 일은 선대에 의해 자행된 민족적 원성에 대하여 자네가 사죄하는 것일세. 내말이 자네에게는 망발처럼 들리겠지만, 자네가 그렇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말해 자네 조부를 자네가 되살리는 길일세.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일념으로 통일을 이루기 위해 소련과 중국의 힘을 빌려 힘으로 나라를 통일하기 위한 일념에서 피치 못할 시대적 상황에서 전쟁을 일으킨 점을 사죄한다고 민족 앞에 겸허하게 말하게.

 

자네가 이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네 조부의 죄악상도 공정한 평가를 거쳐 공과(功過) 면에서 어느 정도 회복이 될 걸세. 자네 조부의 젊은 시절 만주에서 항일독립 투쟁과 애국애족 운동에 대한 평가 말일세. 자네는 전주(全州) 김씨 문장공(文莊公) 김태서(金台瑞)34대 후손으로 알고 있네. 전주의 모악산에는 문장공의 묘소가 아직 있는데,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전주김씨는 자네조부가 저지른 반민족적 동족상잔 전쟁으로 말미암아 어디서도 떳떳하게 전주 김씨라는 말을 못하고 사네.

 

자네의 결단으로 말미암아 자네와 자네 후손들이 광명정대한 대명천지의 큰길로 걸어 나올 수 있을 것일세. 그렇지 않고 자네 부친이 갔던 길을 걸어간다면 자네와 자네의 후손들은 대대로 쌓여가는 선대의 죄업을 덮기 위하여 계속 지금과 같은 강짜로 세계를 상대해야 할 것이고, 후손들은 대대로 악업의 짐을 져야 할 것이네. 그런데 내 보기에 그 앞길이 극히 불투명하네. 왜냐하면 현재 중국의 지도자들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 북한에 대한 태도가 바뀔 것이며, 과거와 달리 북한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할 것이네. 독불장군으로 분기탱천하다가 결국 힘이 부치면 자네와 자네 가족도 차우세스쿠가 맞이한 처참한 종말이 나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내가 말하는 그 결국(結局)이 결코 멀지 않아 보이기에 하는 충고일세. 외교관을 동원한 마약밀매와 위조화폐와 돈세탁 그리고 핵무기 협박으로는 정권을 연명할 수가 없네.

자네가 취할 방도는 있네. 지금 대한민국의 박근혜대통령을 잘 상대하게. 자네가 고대하였을지도 모를 야당 후보가 아닌 분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오히려 자네에게 다행일 지도 모르네. 자네가 바라던 야당후보가 남한의 대통령이 되어 자네와 짝짝 쿵하는 것은 대다수 남한 국민이 결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네. 내 생각에 박근혜대통령은 남과 특이한 인생역정을 통해 민족과 국가의 장래에 대하여 뼈저리게 느끼고 그 무언가 단단한 각오가 있었을 걸로 보네. 그런 면에서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자네와 박근혜대통령 간에는 과거 민족지도자의 후손으로서 통하는 점이 있을 것이고, 두 분이 지혜롭게 결단을 내리면 우리민족의 장래를 밝히는 좋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걸세. 자네가 취하는 길이 바로 자네 선대의 죄업을 탕감해주는 길임을 직시하게.

 

그 길만이 자네 조부가 그토록 강조한 주체성이 강한 민족으로서 강대국을 이 땅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법일세. 그렇지 않고 지금의 고집을 계속한다면 한반도는 영원히 강대국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고 한반도는 가공할 최첨단 살상무기의 총집결 장소에서 벗어날 길이 없네. 한반도에서 다시 한 번 전쟁이 일어나길 속으로 바라고 있는 나라가 있음을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자네가 지금 고집하는 길은 한반도를 다시 백 년 전의, 무능한 선조들이 강대국의 흥정의 손아귀에 내맡긴 시대로 역행하는 길이네.

 

구소련은 핵무기 수만 발을 가지고서도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정권이 끝났네. 핵무기는 과시할 수는 있어도 써먹지는 못하는 무기이네. 핵보유만이 북한정권을 지켜준다는 환상에서 속히 벗어나게. 더 쉽고 넓은 길이 있네. 이미 개발에 성공하여 무기화한 핵을 인정해 주지 못하겠다는 미국에게 언제까지 목맬 필요가 없지 않은가? 미국이 인정해 주는 효과와 같은 효과를 박근혜대통령에게서 구할 수 있을 것이네. 박근혜대통령이 누차 강조한 한반도의 신뢰회복 과정을 이룰 강한 의지를 잘 받아들이게. 그 길만이 남북한 동포와 민족의 공존번영의 대로에 나서게 되는 길이며, 다른 길은 있을 수 없네. 행여나 박근혜정부의 임기가 끝나고 정권교체로 친북 정부가 들어설 때를 기대하지 말게.

 

남한은 우선 북한보다 인구수로 보아도 월등하게 다수이며,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성장한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현명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차기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북한이 원하는 방식의 타협이라든가 북한지도자가 이끄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남은 것은 자네의 결단에 달렸고 시간도 많이 남아 있지가 않네. 자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강경한 노선주의자들을 경계하게. 그들은 자네와 자네가족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영달을 위해 우리민족 모두의 장래를 해칠 대역부도한 자들이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이 있네. 모든 자연이나 인간세상의 일은 극에 다다르면 반드시 쇠퇴로 들어서는 이치이네. 현재 자네와 자네 주위의 좌익 군사 망동주의(妄動主義)는 극에 달한 느낌이네. 그러니 자네가 지금 등에 올라타고 있는 호랑이가 계속 미쳐 날뛰다가 벼랑에서 떨어지기 전에 호랑이 등에서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을 생각하게. 자네라고 불러서 불쾌했다면 미안하네.

 

박 인 수

201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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