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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시이(棗栗枾梨)를 알면 나의 한국과 막걸리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추석이 되면 햇과일을 수확하고 햇막걸리를 소중하게 빚어내는 우리의 풍습으로 계절이 풍성해집니다. 우리가 먹는 과일중에 많은 과일이 있지만, 조상을 위하는 정성스런 제사나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은, 햇막걸리와 더불어, 몇 개 안됩니다. 집안이나 가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조율시이(棗栗枾梨)나 홍동백서(紅東白西)로 제상에 올리고 있게 됩니다. 조율시이(棗栗枾梨)라 함은 대추조() 밤율() 감시() 배이()라 하여 과일의 순서를 정했으며, 홍동백서(紅東白西)는 붉을 홍()과일은 동쪽에 흰 백()과일은 서쪽에 진열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과일 중에 4가지 과일만 제상에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일 먼저 가장 으뜸 과일은 대추()입니다. 대추는 씨가 하나뿐이라 왕을 뜻한다 합니다.

그래서 왕이나 성현이 될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또한 대추는 암수가 한 몸이라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가 열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추를 보고 헛 꽃은 절대 없다.” ,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서 죽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추는 음력 7월에 꽃이 피어서 추석 때 먹는 과일인데 결혼은 늦게 해도 자식은 일찍 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밤()입니다. 밤은 한 송이에 보통 세 알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3정승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역시 3정승이 나오라는 뜻이고, 또 다른 의미를 보면 대개 식물의 경우 나무를 길러낸 씨앗은 땅속에서 썩어 없어지지만, 밤은 땅 속의 씨밤이 생밤인 채로 뿌리에 달려 있다가 나무가 자라서 씨앗을 맺어야만 씨밤이 썩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밤은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자손이 수십 수백 대를 내려가도 조상은 언제나 연결되어 함께 이어간다는 뜻이 됩나다. 또 다른 의미는 밤나무 꽃밭에 가서 냄새를 맡으면 유아를 기르는 어머님의 품에서 나는 냄새와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아가 성장할수록 부모는 밤 가시 처럼 차츰 억세었다가 "이제는 품 안에서 떠나가 살아라"하며 쩍 벌려 주어 독립생활을 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를 생각하여 밤을 놓는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 감()은 씨가 6개가 있습니다.

바로 6판서를 의미합니다. 후손이 태어나 6판서가 되라는 뜻이 됩니다. 감나무는 이상하게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나는 것이 천지의 이치인데 감 만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감 씨앗은 심은 데서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나는데 그래서 3~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 가지를 잘라서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고 합니다. 이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 됩니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르며,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의 예지를 이어 받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네 번째로 배()인데 배는 씨가 여덟 개입니다.

바로 8도 관찰사를 의미합니다. 역시 팔도 관찰사가 나오라는 의미가 됩니다.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하기도 합니다.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인 중용을 나타내게 되는데 흙의 성분()인 것이며, 이것은 바로 민족의 긍지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배의 속살이 하얀 것은 우리의 백의민족에 빗대어서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제물로 쓰인다고 합니다.

 

사과는 옛날에는 없던 과일이라 근래와 와서 배가 없을 때 대신쓰는 과일입니다. 사과의 원산지는 서아시아 이며, 지금 한국에서 우리가 먹는 사과는 미국에서 육종되어 일제 강점기때 일본을 통해 들어 왔다고 합니다

이러하듯이 제사상의 과일도 나름대로 의미와 내력이 전통으로 전해져 왔으며, 이제는 나의 조국인 한국에서는 조석으로 찬 바람이 분다고 하니 가을이 왔나 봅니다. 찌는듯한 폭염도 가고 가공할 태풍도 가고, 이제 정말 살맛나는 가을이 왔으며, 이제는 이곳 오클랜드에서도 중추절인 고유 명절, 바로 추석을 맞이하는 한국의 고향이 보고 싶고 막걸리가 생각나는 것이 나 혼자만의 그리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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