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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자유가 많은 뉴질랜드 생활입니다.

뉴질랜드에 처음 와 살면서, 제일 두렵고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인종차별도 아닌, 선택의 자유가 너무 많아서 겪어야만 했던 문화적 충격이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뉴질랜드 식당에 가 보면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해장국이면 해장국, 비빔밥이면 비빔밥, 그냥 한 마디만 달랑하고 끝나는 한국식당과는 달리 뉴질랜드 식당에는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선택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메인 디쉬는 그렇다치고 네 댓가지가 넘는 드레싱과 수프, 그리고 디저트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고를 것을 끊임없이 요구 받게 됩니다. 지금이야 웨이츄레스한테 농담까지 해가면서 느긋하게 내가 원하는 걸 척척 시킬 수 있지만, 뉴질랜드에 온 처음 몇 년 동안은 뉴질랜드 식당 가는 것이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실수하지 않고 주문할까 하는 것이 첫 번째 숙제였고, 주문한 다음에도 그냥 돌아가지 않고 알아 들을 수도 없는 말로 끝없이 물어대는 웨이츄레스의 물음에 답하는 건 더 끔찍했습니다. 뉴질랜드에 처음 와서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해 매끄럽게 주문할 수 있었던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뉴질랜드 온 지 일주일 만에 갔던 뉴질랜드 식당의 웨이츄레스 앞에서 헤매던 기억을 지금도 나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음식이름이 적인 메뉴를 한참이나 들여다 보면서 망설이다가 그래도 스테이크가 제일 눈에 익은 음식이라 이것을 주문했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혹시 내 발음이 엉성해 웨이츄레스가 못 알아 들을까 봐 메뉴에 적인 번호까지 짚어주며 주문을 했는데 웨이츄레스는 할 일이 더 남았다는 듯 연신 날 쳐다보며 무엇이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
스테이크를 어떻게 구워 줄꺼냐고 묻는데
?"

앞에 앉은 친지의 도움으로 중간 정도로 구워 달라고 대답하고 한숨을 돌리는데 웨이츄레스는 그래도 떠날 줄을 모르고 계속 나를 보며 무엇인가를 물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수프를 먹을 거냐, 샐러드를 먹을 거냐? 수프를 먹을 거면 사이즈는 뭘로 할 것이며, 샐러드를 먹을 거면 드레싱은 뭘 원하냐?”는 물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내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진땀을 흘리며 대답을 하는데도 계속 다른 질문을 해대는 웨이츄레스가 차라리 공포스러웠습니다. 이런 경험은 나뿐만이 아닌 경우이었습니다. 초기이민자들과 식사라도 하게 되면 그들은 한사코 중국식당이나 한국식당만을 고집합니다. 끝없이 물어대는 식당 웨이츄레스를 상대하기가 너무 겁난다는 것입니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의 식당 경험담은 누가 들어도 배꼽을 잡게 됩니다. 웨이츄레스가 “Soup Or Salad?”를 묻는데 계속 예스, 예스를 연발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분에게는 숲 올 샐러드가 꼭 수퍼 샐러드로 큰 양의 샐러드로 들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메인 식사에 들어가기 전 먹는 샐러드도 수퍼로 먹는구나 하고는 예스, 예스를 했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분은 이곳에 살려면 적어도 음식주문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하고는 식당을 경영하는 친구한테 음식 종류며 수프, 그리고 드레싱 종류를 가르쳐 달래서 부지런히 외었답니다.

그리고는 한 날을 잡아서 부인을 데리고 뻐기며 식당에 갔는데, 영어 못한다고 은근히 자기를 무시하곤 했던 부인 앞에서 당당하게 주문을 해 보일 작정이었습니다. 그 동안 배운 대로만 하면 절대 실수할 일은 없겠지.” 하며 착착 주문을 해나갔는데, 나중에 햍 후리 드레싱을 줄까? 보통 드레싱을 줄까?” “구운 감자에 치즈와 사워크림을 넣어 줄까? 빼 줄까?”라고 까지 질문하는 바람에 기가 질리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부인 앞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밥을 끊여오던 죽을 쑤어오던, 네가 알아서 해가지고 와라.” 라고 웨이츄레스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
그래도 소금을 쳐 줄까? 후춧가루를 쳐 줄까? 까지는 묻지 않으니 다행이네
."

그분에게 웃으면서 응수는 하였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데는 사소한 것을 선택하느라 신경 써야 하고 스트레스 받아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슈퍼마켓 캐쉬어가 물건을 담기 전 때로는 플라스틱 백으로 줄까? 페이퍼 백으로 줄까?”라고 물어오는 일입니다. 처음 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얼마나 당황했었던지, 한국에선 플라스틱을 비니루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도 페이퍼 백이란 말은 얼른 알아듣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물어 봐야 할까 싶은 것입니다. 종이든지 플라스틱이든지 내가 산 물건이 안 깨지고 잘 담기는 것으로 알아서 해주면 될 건데 꼭 이렇게 매번 물어봐야 할까. 처음 한 두 번은 나도 상냥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해 주었지만 매번 그런 물음을 받게 되니 그만 짜증이 나고, 그래서 냅다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
아무거나!" 그러면서 속으로 외칩니다. “얘야. 종이 백이든, 플라스틱 백이든, 아무렴 어떠냐? 제발 당신 편한 대로 담아 다오. 그렇지 않아도 바쁘고 힘든 세상, 그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단다!”

선택의 자유가 너무 넘쳐서 바쁜 뉴질랜드 오클랜드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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