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470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뉴질랜드가 좋은 이유가 또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국립공원에서 도토리 채취를 금지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다람쥐, 반달가슴곰 등의 야생동물의 먹이감을 보호하기 위해서 내린 조치라고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저녁시간을 이용해 걷기운동을 하는 보타니의 내 집 근처의 숲 속엔 떡갈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수 백 년은 족히 되었을 이 나무들은 매년 많은 도토리들이 열립니다.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내 발 밑에 지천으로 굴러 다니는 굵고 실한 도토리들이어서 마음 먹고, 10분만 주워도 두 자루는 채울 수 있을 만큼 그 많은 그 도토리들을 한국으로 옮겨다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에 일어난 한국의 배추시장을 보면서 나는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20불만 주면 한 박스나 살 수 있는 이곳의 노란 속 꽉 찬 싱싱한 배추를 한국으로 보내줄 수만 있다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한 친구가 친지네 농장에서 땄다며 단감을 한 바구니 나눠주었고, 달고 아삭아삭한 단감을 먹으며 나는 한국을 또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에 나갔다가 돌아온 아내로부터 단감 가격을 보고 기절할 뻔 했었습니다. 여기 뉴질랜드에서라면 단감철마다 이웃으로부터 공짜로 얻어 먹었던 단감인데, 그 단감이 한 개에 2천 5백원이 넘었던 것이었습니다.

치즈와 육류, 와인 그리고 과일과 채소에 한해서만은 뉴질랜드가 천국인 것 같습니다. 넘치게 풍부하고, 싸고, 셀 수 없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10여 년 전, 처음 슈퍼마켓에 갔을 때의 놀라움을 나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남대문 도깨비 시장에나 가야 겨우 구경할 수 있는외국제 식료품이 한국의 1/10도 안되는 가격으로 산처럼, 그야말로 산처럼 쌓여있는 것입니다.

나는 내 눈을 비볐고, 이게 꿈인가, 여기가 뉴질랜드가 맞긴 맞구나!

그날, 나는 바나나와 오렌지와 치즈를 사느라 가져갔던 돈을 몽땅 다 썼습니다. 이름도 모를 치즈를 수 십 가지나 사오면서 너무나 좋아 숨이 멎을 것만 같았습니다. 뉴질랜드 오기 전 나는 용산 미군부대 후문 근처 골목에서 먹었던 치즈였지만, 기껏 아메리칸 치즈 한 종류이었는데, 그 오묘하고 깊은 맛에 반해 있었던 터였으며, 그러나 미제 치즈 좀 실컷 먹어 봤으면 하는 것이 그 당시 나의 작은 소망이었습니다. 그랬던 나였으니 백 여가지 종류의 치즈가게 앞에서 완전 이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무슨 종류의 치즈인지 알아도 보지 않고, 가격도 확인하지 않고 마구 장바구니에 집어 넣었던 것입니다. 차돌배기도 쉽게 싸게 사서 구워 먹을 수가 있는 것이 여기입니다.

그때, 나는 식료품 값으로 생활비의 절반을 썼습니다. 얼마나 먹어댔던지 뉴질랜드 온지 몇 달 만에 거의 5 kg의 살이 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배도 어지간히 불렀고 건강상의 이유로, 그리고 살찌는 것이 두려워 이것저것 가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먹는 것에 목숨을 걸었던 사십 대 초였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싸게, 실컷 먹는 재미에 초기 이민자들은 다 겪는다는 고국의 향수를 느낄 사이도 없었습니다.

아주 건강했던 한국 노인 하나가 뉴질랜드 온지 몇 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당시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노인은 한국에서라면 꿈도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싸고 흔한 소뼈와 소꼬리를 사다가 고아서는 몇 년을 하루같이 매일 먹었다고 했습니다. 과하게 섭취한 곰탕국 때문에 콜레스트롤이 갑자기 높아져 합병증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넘치는 자유와 천혜의 풍광, 품질 좋은 교육환경,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정직한 사회제도와 복지 등 많은 이유로 사람들은 뉴질랜드가 좋다지만, 내가 뉴질랜드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그래도 시장 보는 게 싸서라는 것 때문입니다. 채소와 과일을 싸게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채소와 과일이 뉴질랜드 보다 오스트랄리아는 10, 한국은 6배 정도 비싸다고 들었습니다. 아직도 여기는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높지 않아 살기가 좋습니다. 너무 단순하고 원초적이라고 흉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

  • ?
    행복나무 2011.11.22 10:47
    안녕하세요?  저는 뉴질랜드 이민을 꿈꾸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지금 저는 한국 인천에서 작은 분식점을 남편과 하고 있어요.  삶이 너무 고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주질 못해서 이민을 생각 하고 있는데, 그 곳에 가면 뭘 해서 먹고 실지 막막하네요.  

    지금까지 결혼해서 100m 달리기 하듯 앞만 보고 달려 왔지만 남는 것은 허무함과 행복하지 않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었어요.  열심히 살아 왔지만 너무 삶에 지쳐 행복이 뭔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
    샹각을 참 많이도 했던 것 같습니다.

    돈 많이 않벌어도 좀 시간적으로 여유있게 먹고 살만큼 벌어서 살고 싶은데 ...조언 해줄 사람이 없네요.

    뉴질랜드 이민자들은 어떤 일에 종사 하시는지..그리고 어디에 정착해서 사는데 좋은지...장기사업비자로 가는게 나은지 아니면 학생 비자로 가서 배우자는 직장에 다니는게 나은지.. 모르겠어요.  번거롭지만 답변해 주시면 많은 도음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 값은 어떠한지요??  ^^  
    너무 두서 없이 질문이 많죠..  죄송합니다... 
  • profile
    제임스앤제임스 2011.11.23 03:09 SECRET

    "비밀글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 제임스앤제임스 우리는 하루의 행복을 여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06.24 901
46 제임스앤제임스 우리는 조건 없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5.05.30 169
45 제임스앤제임스 우리는 이곳 오클랜드에서 살면서 용서가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5.10.11 175
44 제임스앤제임스 우리는 오클랜드의 삶이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고 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12.18 701
43 제임스앤제임스 우리는 오클랜드의 봄 나들이를 시작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08.28 557
42 제임스앤제임스 우리는 오클랜드에서 약속을 합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05.20 1398
41 제임스앤제임스 우리는 오클랜드에 살아 가고 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03.27 1926
40 제임스앤제임스 우리는 오클랜드 삶의 향기를 아름답게 하며 살겠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08.04 566
39 제임스앤제임스 우리는 보타니의 사랑의 향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12.20 626
38 제임스앤제임스 우리가 사는 곳에서 우리가 이겨서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기는 우(愚)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6.12.04 123
37 제임스앤제임스 우리 한인들에게 풍기는 인격의 향기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5.10.07 199
36 제임스앤제임스 오클랜드의 행복은 가꾸며 가는 마음 안에 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5.03.25 190
35 제임스앤제임스 오클랜드의 한인들의 사랑으로 생애의 모든 삶에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6.03.31 112
34 제임스앤제임스 오클랜드의 한인들은 언제나 우리의 이웃들이고 친구들인 것입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6.10.01 111
33 제임스앤제임스 오클랜드의 한인들은 설레이는 새해를 맞이 하고 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12.31 557
32 제임스앤제임스 오클랜드의 풍족함에는 만족이 없는 부끄러운 삶도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5.01.24 483
31 제임스앤제임스 오클랜드의 친구들을 아름답게 사랑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6.11.01 96
30 제임스앤제임스 오클랜드의 이민생활에서 한인들의 아름다운 만남의 축제가 계속 될 것입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11.12 633
29 제임스앤제임스 오클랜드의 세상에서 가장 강한 한인들은누구일까. 제임스앤제임스 2015.07.17 211
28 제임스앤제임스 오클랜드의 삶에 정말 아름다운 시간이 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04.19 1374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Next
/ 27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