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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막걸리 찬가를 소개합니다.

막걸리 대포의 한잔의 유래를 알면 그 옛날 그 맛이 절로 생각납니다
.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초에, 안암동 로터리부근 고려대로 가는 길에 조그마한 대폿집이 하나 있었다. 그 집은 옛날 지은 판잣집이었는데, 한가운데에 큰 철판이 놓여 있었고, 그 밑에서는 두 개의 연탄 화덕이 항상 철판을 달구었다. 이 집은 선술집이었다. 점심 때나 저녁 때나 항상 손님들이 철판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서 안주를 구워가며 막걸리 대폿잔을 기울였다. 이 집에는 특별히 주방이 없었다. 포장마차의 안주 차림처럼, 고추장 양념이 된 돼지고기, 꽁치, 꼼장어 등을 쌓아놓고 손님의 요구에 따라 철판에 올려주면 모두들 알아서 구워먹었다. 이 집의 손님들은 대부분 1970년대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농촌에서 올라온 봇짐 장사꾼, 엿장수, 청소부, 품팔이 일꾼 등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던 도시 주변의 인생들이었다. 그리고는 대학생, 화가, 시인, 연출가, 국악소리꾼들도 단골이었다.

나도 군대 가기 전까지 이 집을 자주 애용했다. 날씨가 흐리거나 궂은 비가 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친구들과 이 집엘 가보곤 했다. 철판에 올려놓아 따뜻해진 도시락에, 돼지고기 한 점 구워놓고 막걸리 대포 한잔을 마시는 그 기분이라니 오후에 강의실 뒷자리에 앉아 있으면, 나른한 취기 위에 교수님의 목소리가 자장가로 들리기 일쑤여서 나는 그 해 오후 강의시간이었던 국어작문을 권총을 차기도 했다. 또 친구들과 발동이 걸리면 그대로 눌러앉아 주변의 인생들의 현장 이야기로 강의를 대신하기도 했다.

무교동에도 학사주점이란 막걸리집도 있었다. 그 집은 언제나 학생들로 가득했고 막걸리만 팔았다. 벽에는 온통 학생들의 시와 시조와 에세이와, 시대를 비평하고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쪽지들이 가득히 붙어 있었고 당시의 저항시인의 산문시 또는 저항가수의 가사가 낙서처럼 쓰여 있었다. 대포 한잔으로 가난한 신세의 울분을 토로하는 곳이고, 그러나 친구를 괴롭히는 일은 없었으며 한잔 거나하게 취하면 어깨동무하고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다. 노래는 친구, 타박네, 소낙비, 나 어떡해, 아침이슬, 고래사냥, 아니 벌써등이었다.

대포큰 술잔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대폿집은 큰 잔으로 술을 전문으로 파는 술집을 말한다. 그러나 대포는 “대포 한잔하자”는 말처럼 술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대개 대포를 한글로 풀이하지만, 중국의 고사에서 연유한다고 보는 설도 있다.

조광윤은 송나라의 개국 황제다. 후주 세종 정권에서 전전도 지휘사 등의 관직을 지냈던 그는, 공제 때 송주귀덕군 절도사로 있으면서 960년 진교에서 반란을 일으켜 황제에 올랐다. 역사에서는 이를 북송이라 부른다. 나라가 안정된 후에 창업 초 장수들에 대한 뒤처리가 항상 고민이 되는 법이었다. 조광윤은 매일 무장들을 왕궁에 불러들여 주연을 베풀었다. 그런 후에, 석수신, 왕심기 등 장령들에게 고관후록의 조건으로 병권을 내놓도록 압력을 가했다. 결국 이들은 병()을 핑계로 군대의 요직을 내놓았다. 역사에서는 이 사건을 배주석병권(杯酒釋兵權)”이라 하니, 곧 술잔으로 병권을 내놓게 한 것이다. (병을 핑계로 군대의 요직을 내놓았던 것이다.) 조광윤은 또 전쟁의 살벌한 분위기를 일소하고 온 나라에 태평성대의 기상을 펴 보이기 위해 민간의 유력자들에게도 주식(酒食)크게”() “베풀어”() 마음껏 놀게 하였으니, 이것이 송태조의 대포(大鋪)” 고사이다. 그러나 배주(杯酒)”(술잔나누기)로 무장들의 기를 꺾고, “대포로 문인들을 술에 빠지게한 때문인지, 송나라는 초기부터 문약(文弱)”에 흘러 (글만 받들고 실천하지 않고 약해져) 개국 167년 만에 걸안족 금나라에 멸망했다.

조선시대에서 세종 때의 청백리이자 명재상인 "유관(柳寬)"이 대포의 고사를 내용으로 상소를 올리자, 세종이 이를 받아들여 음력 33일과 99일을 명절로 삼아, 대소 관료들에게 경치 좋은 곳을 골라 막걸리술을 마시고 놀며 즐기게 하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조선시대에서는 대포가 술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야말로 잘못 다루면경국지물(傾國之物, 국가 쇠퇴와 몰락)임이 증명된 것이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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