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이곳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 가는 지혜를 펼쳐 보고 제대로 살겠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한인들에게, 말이 앞설 때 실천함이 소홀했었고, 행동이 앞설 때 생각함이 소홀했었고, 사랑이 헤픈 한인들은 믿음이 소홀했었고, 믿음이 헤픈 한인들은 마음이 소홀했고, 욕심이 과한 한인들은 인정이 부족했고, 가난에 주린 한인들은 의지가 나약했고, 인격이 부족한 한인들은 배려에 소홀했고, 자신밖에 모르는 한인들은 나눔이 부족했고, 눈치에 예민한 한인들은 아첨에 능했고, 주위에 과민한 한인들은 처세에소심했고, 침묵함이 지나친 한인들은 속내가 음흉했고, 생각이 지나친 한인들은 잔머리에 능했고, 배움을 앞세우는 한인들은 건방이 넘쳤고, 진실됨을 지나친 한인들은 거짓과 속임이 강한 한인들이라고 했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펴보면,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우리 한인들이 헤아리고 삼가 할 덕목이 많았습니다. 무릇 한인들은 스스로의 잣대로 오만에 빠져 자만하지 않고, 크고 작은 모든 거취를 자신보다는 다른 한인들을 먼저 배려하는 언행으로 행동한다면, 결국에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평안한 양질의 삶이 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예로부터, 넘침은 모자람만 못할 것이며 지나침은 가만 있음만 못하고,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벼가 되고, 나서지 않아도 바람으로 일어 나는 숲의 향기처럼, 소박하고 조용한 운신으로 있는 듯이 없는 듯이, 우리의 삶에 충실함이 더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한인들의 도리(Principle)로써 이곳의 세상을 사는 이치(Reason)인 것입니다. 이곳의 세월 속에서, 천 년을 살 것처럼 앞만 보고 살아 왔는데, 이곳의 세월 속에 기껏해야 백 년을 살지 못하는 삶임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멀리만 보이던 지금의 세월은, 우리의 머리카락을 하얗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쓸데없는 탐욕(A Futile Greed)으로 살아온 세월이, 마음을 텅 비우게 했고, 머리 속만 어지럽게 살아 온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세월은,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채우며 살아가는 삶이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했습니다. 이제는 기억 속에 사는 이곳의 삶이 아니고, 추억 속에 누리며 사는 이곳의 삶을 가꾸며 살아 갈 것입니다.
아마도, 이번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눈빛이 꽃사슴처럼 선하고 키가 작은 중년의 여승이, 언제 찾아와 세상만남에 좋은 충고를 던지고 떠나면서, 합죽선을 (合竹扇, 대나무 부채) 선물로 남겨 주었습니다. 그때가 여름더위의 폭염이기 때문에 그 선물이 더욱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부채를 펴 들고 얼굴에 부쳐 보니 바람이 잘 일었고, 손에 닿는 감촉이 좋아서 정성을 들여 만든 물건임을 알 수 있어서 애착이 들었습니다. 부채의 앞면을 살펴 보니, 다듬어진 붓글씨로 다음과 같은, 나옹선사의 (1262-1342, 고려 말기의 고승) 선시(禪詩)가 적혀 있었습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이것은, 창공처럼 티없이 맑게 살라고 가르침을 주고, 티없이 산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가꾸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옛 선인들은 하늘에 맹세를 하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산다고 시로 읊었습니다. 창공처럼 티없이 살라 하나, 보통사람인 우리는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탐욕은 자신의 것에 집착하는 우리의 영악함(Cleverness)과 미욱함(Silliness)의 전유물(Exclusive Property)이었습니다. 또한 성냄(Anger)은 자신의 뜻에 거슬리는 모든 것에 대한 역작용(Reaction)이고 미움(Hate)이나, 분노(Rage)나, 증오(Hatred)와 상통하는 것입니다. 탐욕과 성냄을 벗으라는 것은 결국 집착(Obesession)하는 마음을 경계하고, 순리(Reasonableness)대로 순응하며 물과 바람같이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덧없는 이곳의 세월에도 길거나 짧은 삶들의 역사가 있었고, 오만한 세월흐름의 어느 순간에서 한 공간을 채우는 한 점의 역할이 주어졌을지라도, 하찮은 역할이라도 “창조주”의 깊은 축복임으로 깨닫고, 물, 바람, 강과 구름이 흐르는 것처럼 차분한 흐름에 거슬리지 않고 사는 요청이었습니다. 우리 한인들은 현실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지금의 세상을 살아 가는 지혜를 제대로 펼치면서 살겠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 Watercolour Artist/Prayer Essayist/Columnist James S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