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우리 한인들은 가짜가 진짜 행세를 행하지 않으면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가짜(Fake)가 진짜(Genuine) 행세를 하는 것을 흑백혼효(黑白混淆)라고 했으며, 흑백을 혼돈하게 하여 일부러 정(正, 참)과 사(邪, 거짓)를 시비하고 선악을 모호하게 하는 것이며, 또는 옥석혼효(玉石混淆, 옥과 돌이 함께 섞여 있는 것)라고 쓰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한인들은, 흑백혼효(黑白混淆, 검은 것과 흰 것이 섞여 있는 것)를 벗어나서, 정도(正道, 바른 도리)를 걸을 때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S대 교수 한문학자가 전하는,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굴원(屈原)은, 유배지에서 세상이 자신을 알아 주지 않음을 한탄하고 “멱라수(汨羅水)”의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가 죽기 전에, 자신의 심경을 담아 지은 작품이 “회사(懷沙)"이었습니다. 굴원은, “흰 것이 변하여 검은 것이 되고, 위가 거꾸로 아래로 되었네, (變白以爲黑兮, 倒上以爲下) 또한 봉황은 새장 속에 갇히고, 닭과 꿩이 하늘을 나는구나”라고 읊으며, 간신들이 활개치는 세상을 한탄했습니다. “흑과 백이 섞여서 맑고 탁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흑백혼효(黑白混淆)처럼, 자기끼리의 인맥과 돈이 세상의 만사를 지배하고, 부패와 부정과 오직(汚職)이 만연해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오클랜드에서도, 순리(順理)란 도리에 순종하고 거스르지 않고 살아 가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도둑질을 하지 않고, 어려운 여건에 처해도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항상 은혜에 보답하더라도 아첨하지 않으며, 왜곡된 위세에도 굴복하지 않는 것이 한인들의 도리를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 한인들의 도리는, 한인들이 갖고 있는 밝은 마음으로 양심(Conscience)이 깨어나면, 바른 길이 보이기 때문에, 당연히 행해야 할 바른 길을 가야 할 줄을 깨달았으며, 이런 도리는 어느 사회이든지 꼭 필요해서, 이런 도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열정이 있는 배려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른 길을 걸어야 할 때, 외부의 입김이나 힘에 굴복하면 결코 그 뜻을 얻을 수 없었으며,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우리의 한인사회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반성해 보는 것도, 사회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우리 한인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할 줄 알아야 했습니다.
우리가 버리고 (Forsake) 비우는 (Empty)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적극적인 삶의 선택인 것입니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이 들어 설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매일의 소용돌이에서 생각을 돌이켜 선뜻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용기는, 새로운 삶들의 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미련 없이 자신을 떨치고 때가 되면, 푸르게 잎을 틔우는 나무를 볼 수 있듯이, 찌들고 지쳐서 뒷걸음치는 매일의 삶에서 자유를 얻으려면, 부단히 자신을 비우고 버릴 수 있는 그런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알았습니다. 오늘의 삶들이 힘들다는 생각들은, 우리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의 짐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의 욕심을 뺀다면 항상 행복함을 알면서도, 선뜻 탐욕을 버리지 못함은 삶들이 힘들기보다는 내면의 욕망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우리가 흔들림이 없어야 할 불혹에도, 버림의 지혜를 깨우치지 못하는 것은, 살아 온 것에 대한 아쉬움과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초조함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태해지고 흩어진 지성과 관습에 길들여진 관능을 조금씩 버리고, 아름다움과 너그러움으로 채워 가는 참다운 지혜들이 바로 욕심의 마음들을 비우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족하고 흐뭇함이 배어있는 감동(Deeply Inspired)으로, 정갈함(Neat and Proper)이 묻어 있는 손길로, 담대함이 고동치는 맥박(Pulse)으로, 사랑이 피어나는 인생을 위해서 마음을 비우기를, 그리고 미움과 욕심을 버리기를 열심히 연습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제 우리 한인들은, 가짜가 진짜 행세를 행하지 않아야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