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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오클랜드의 육순이 되어 보니 정말 노인의 세상을 분명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육순(60)의 고개를 넘겨 보니, 오클랜드의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가는 것 같았습니다. 한 주가 하루 같고, 살고 있는 어떤 세상의 이해관계가 없는 것처럼, 하는 일도 없이, 문안의 전화도 간혹 걸려 오다 언제부터 소식이 끊어지고, 이럴 때 꼭 노인이 되어감을 깨닫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오클랜드의 노인이 되어 보니 정말 노인의 세상을 분명히 볼 수 있었습니다. 노인의 삶도 다양한 것 같았습니다. 서울 고려대의 국문학과 교수가 보내 준 메시지를 보면,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습니다. 우리는 어느 노인의 삶과 같은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노선(老仙)이 있는가 하면 노학(老鶴)이 있고, 노동(老童)이 있는가 하면 노옹(老翁)이 있고, 노광(老狂)이 있는가 하면 노고(老孤)도 있고, 노궁(老窮)이 있는가 하면 노추(老醜)도 있습니다.


첫째로, 노선(老仙)으로써, 늙어 가면서 신선처럼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랑도 미움도 놓아 버렸고, 성냄도 탐욕도 벗어 버렸고, 선도 악도 털어 버렸고, 삶에 아무런 걸림이 없고, 건너야 할 징검다리도 없고, 무심히 자연에 따라 자연으로 돌아 갈 뿐이었습니다.

둘째로, 노학(老鶴)으로써, 늙어서 학처럼 사는 것이었습니다.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집을 떠나 안팎을 수시로 돌아 다니며 산천경계를 유람하고, 검소하여 천박하질 않고,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베풀 줄 알고, 친구들로부터 아낌을 받았고, 틈나는 대로 학술지나 문예지나 그림전시회나 음악회를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셋째로, 노동(老童)으로써, 늙어서 동심으로 돌아가 청소년처럼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이나 학원이나 서원이나 지역사회 문화강좌에서 못다한 공부를 하고, 한문이며 서예이며 그림이며 정치 경제 상식이며 컴퓨터를 열심히 배우고, 여성친구들과 여행도 하고 즐거운 기품 있는 여생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넷째로, 노옹(老翁)으로써, 있는 그대로 늙은 사람으로만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손주들이나 돌보아 주며 빈집이나 지켜 주고, 노인모임에서 장기와 바둑을 두고, 형편이 허락하면 따로 독립해서 살아 가는 것이었습니다.

다섯째로, 노광(老狂)으로써, 상식을 넘어서 미친 사람처럼 사는 노인이었습니다.
능력은 부족하고, 주변에 존경도 못 받는 처지이고, 감투 욕심은 많아서 감투를 도맡아 하고, 돈이 생기는 곳이라면 체면을 불구하고, 기운이 없어도 여기저기 참견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섯째로, 노고(老孤)로써, 늙어 가면서 아내나 남편이 없이 외로운 삶을 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존중을 받고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귀하고도 소중한 보물을 잃었으니 외롭고 쓸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곱째로, 노궁(老窮)으로써, 늙어서 수중에 돈 한푼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침이면 집을 나서 갈 곳이라면 공원이나 광장뿐이었고, 점심은 무료 또는 값 싼 곳에서 해결하고, 석양이 되면 집으로 돌아 가고, 며느리가 있어도 상관하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여덟째로, 노추(老醜)로써, 늙어서 추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깨끗한 차림새를 보여 주지 못하고, 불치의 병을 얻어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잠시라도 살 수 없는 생존하는 가련한 노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오클랜드의 생애는 자신이 스스로 써 놓은 TV시나리오에 따라 자신이 연출하는 드라마처럼 행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내용의 각본을 창작해 왔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는 고쳐 쓸 수가 없었습니다. 희극이 되거나, 비극이 되거나, 아니면 웃음을 지으며 각본대로 열심히 연출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주변을 쳐다 보면서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좀 더 겸손하고 친절하고 베풀고 노인의 위엄을 지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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