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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찬가를 소개합니다. : 오클랜드의 삶의 길목에서 함께 걷고 싶은 한인들을 만나 노년에 마시는 막걸리 한잔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삶이란 어차피 홀로 걸어가는 쓸쓸한 길이라지만, 우리가 걷는 삶의 길목에서 그래도 생애를 함께 걷고 싶은 한인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보다는 연인도 아닌 친구도 아니어도, 그저 편안한 한인들을 만나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고단하고 힘든 날에 마음으로 다가가 살며시 우리의 등을 토닥여 주는 다정한 한인들을 만나고 싶고, 부족한 우리가 위로해 주기보다는 그분의 위로를 더 많이 받아 가끔은 더 우리를 아껴 주는 마음이 넓은 한인들을 만나고 싶고, 기도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약한 부분을, 어느 한 사람의 진실된 마음을 만나서, 기쁜 날보다는 슬픈 날에 갑자기 마음이 찾아가면 보듬어 주는 따뜻한 한인들을 만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의 생애에 마음으로 만나다가 어느날에,

홀연히 바람으로 사라지는 날에,

혹은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날에,

나이가 들어 죽음에 이르러서는 마음이 이별을 못하니, 혹시 그분이 죽음에 이르는 날이 먼저라면, 미련 없이 우리도 시간이 되어 그분처럼 하늘로 훨훨 날을 수 있는 마음이 아름다운 한인들을 만나고 싶은 것입니다.


 

노년에 마시는 막걸리 한잔은 왜 이렇게 좋은 지를 예전에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는 고향을 그리는 그리움의 막걸리이며, 고향을 멀리 떠나 온 외로움의 막걸리이고, 새로운 오클랜드의 환경에서 터를 닦고 정착하고 살고자 하는 욕망의 막걸리인 것입니다.

 

우리의 숨이 목전까지 다가 왔을 때, 우리의 제 2의 고향을 빨리 찾지 못해 울분의 막걸리이기도 했으며, 깜깜한 동굴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이다가 지치기도 했던 한탄의 막걸리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오클랜드의 가는 세월을 잡지 못하고 계절은 바뀌고 있지만, 못내 아쉽고 그렇게 슬펐던 눈물의 막걸리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노년이 마시는 막걸리 한잔은 그저 보통의 술이 아니라, 그것은 삶을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물어가는 삶을 재촉하며, 여름 햇살 속에 한 여름밤이 천천히 다가오건만, 이제 우리가 중년이든 노년이든 마음에도 행복이 지금도 시작되기를 바라며, 우리의 생애에 단 한번이라도 마음으로 만나고 싶은 한인들이 바로 우리의 친구들이요 이웃들인 것을 알았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


  • profile
    제임스앤제임스 2015.01.31 02:21

    좋은 그림을 감상하며 권주가를 시작해 봅니다.

     

    막걸리 한잔 여기있소.

     

    하늘이 막걸리를 내리니 천주(天酒)

    땅이 막걸리를 권하니 지주(地酒).

     

    내가 막걸리를 알고 마시고

    막걸리 또한 나를 따르니

    내 어찌 이 한잔 막걸리를 마다하리오.

    그러하니 오늘밤 이 한잔 막걸리는

    지천명주(地天命酒)로 알고 마시노라.

     

    물같이 생긴 것이 물도 아닌 것이

    나를 울리고 웃게 하는 요물이구나.

    한잔 막걸리가 목줄기를 적실 때

    내 안에 요동치는 널 꼭 붙잡고

    이슬 맺힌 두잔 막걸리로 심장을 뜨겁게 하니

    가슴 속에 작은 연못을 이루어 놓네.

    석잔 막걸리가 사랑이라면 가슴 깊이 부어

    그리움의 바다에 그대를 가둬 두리라.

    내가 막걸리를 싫다하니 막걸리가 나를 붙잡고

    막걸리가 나를 싫다하니 내가 막걸리를 붙잡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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