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93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다.
생활이 넉넉한 도시인들은 농촌을 낭만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예찬하기 쉽다.
하지만 농민들과 그들의 자식들에게 농촌은 처절한 삶의 현장일 뿐이다.


갈릴리는 땅이 비옥해서 농업이 생업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수확되는 풍성한 농산물은 유대 지방, 특히 예루살렘의 생명선과도 같았다.
유대 지방은 척박한 땅과 농사를 짓기에는 부적절한 기후 때문에 식량의 자급자족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갈릴리 지방에는 소농과 땅 없는 소작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갈릴리 농민들은 뼈 빠지게 농사를 짓고도 수확의 대부분을 지주들에게 빼앗겨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다.
그래서 모진 가난을 견디지 못해 자진해서 홀로 또는 모든 식구가 농노로 전락하는 일이 속출했다.


이렇듯 비참한 갈릴리의 상황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며 자랐을 예수가 어찌 농촌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었을까.


예수는 ‘리얼리스트’였다.
예수는 가난한 시대의 구차한 삶을 등진 채로 허황한 꿈을 꾼 관념적 이상주의자가 아니었다.
예수는 섬세한 감수성을 지녔지만 현실을 적당히 외면한 채로 밤별이 곱다고 노래하는 낭만주의자가 아니었다.


예수는 믿음이 깊었지만 그 믿음 때문에 종교적 관념주의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십중팔구 농부의 자식이나 가난한 목수의 아들이었을 예수,
그리고 몸소 농부나 육체노동자로 잔뼈가 굵었을 예수는 자기 앞에 펼쳐진 적나라한 삶의 현실을 안고 몸부림친 리얼리스트였다.


예수는 공중의 새들과 들꽃을 보면서 하염없이 낭만에 젖지 않는다.
씨를 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새들과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아도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보다도 더 화려하게 차려 입은 들꽃을 보면서, 시인 예수의 상상력은 나날의 의식주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닿는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마 6:25~34)

는 말씀은 하루하루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민중들의 고단한 살림살이를 배경으로 하는 게 틀림없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4 당연한 도리라 생각하기에 / 산들바람 나누리 2013.08.22 973
343 오클랜드 한인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에 간섭하여 주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09.28 973
342 우리 안의 그리스도의 탄생 / 정경일 나누리 2013.12.23 973
341 주변에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3.09.11 974
340 우리는 주님의 손길을 원합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2.01.16 975
339 교회의 예수와 역사적 예수의 사이에서.../ 김준우 교수 나누리 2013.07.02 976
338 ' 교회의 예수 ' 와 ' 역사적 예수 ' 의 접목 / 김준우 교수 나누리 2013.06.12 976
337 무언가를 얻기 위해 / 산들바람 나누리 2013.08.19 976
336 성서의 권위를 존중하되 합리적 해석을 해야 / 산들바람 나누리 2013.09.23 978
335 봄꽃에 봄비가 내리는 한인들의 사랑이 되게 하여 주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09.22 979
334 정당하고 영원한 평화를 성취하고 간직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4.03.10 981
333 부활절에 비워 내는 마음과 낮추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2.04.06 982
332 우리의 기쁨은 우리의 힘입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2.02.10 984
331 모든 사람들을 미소로 바라볼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09.01 984
330 주님, 한가위에도 크리스챤들은 베풀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3.09.13 985
329 오클랜드에 있는 우리 크리스챤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베풀 수 있게 도와 주시옵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3.09.13 986
328 오클랜드 삶의 언덕을 넘느라 지친 그들에게 힘과 소망을 주옵소서. 제임스앤제임스 2014.04.11 987
327 우리의 신앙에도 한 해를 결산하는 것입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3.01.01 988
326 Our Christmas Prayer : 우리의 크리스마스 기도를 드립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3.12.24 988
325 Lord, I Love You . 나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제임스앤제임스 2014.05.07 988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7 Next
/ 37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