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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오랜 세월 교회를 다니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들이 몇 개 있다.

세상의 다양한 종교들 중에 참된 구원의 길은 오직 기독교에만 있다는 것,
예수를 그리스도로 시인하고 고백하기만 하면 구원받는다는 것,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온 인류의 죄를 대속(代贖)하기 위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으로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
예수를 믿으면 사후에 천국에 들어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불타는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것

등이다.

어디 이뿐인가.

성경은 일점일획도 오류가 있을 수 없는 하느님의 절대 진리 말씀이라는 것,
하느님은 태초에 인간에게 에덴동산을 선물로 주셨는데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창조주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은 이래로 그들의 후예인 모든 인류는 태어날 때부터 원죄의 저주 아래 있다는 것,
그래서 죄를 사하고 새 인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것

등도 신자들이 교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맨 처음으로 듣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대부분 신자들은 성직자들의 이런 이야기들을 곧이곧대로 순진하게 받아들인다.
교리적 색채가 짙은 진술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믿음이 부족한 탓으로 여겨진다.

이런 마침표 스타일의 신앙 양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위 '정통 교리'에 얽매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교리를 문제 삼는 사람들에게 '이단'이라는 낙인을 찍으면서도 자신들의 그런 행동이 얼마나 거만한 것인지 모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매사에 자신감이 없는 것도 문제이겠지만, 반대로 모든 것을 맹목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확신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문제가 있다.

 "나는 모든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내가 믿는 것은 절대적인 진리들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전통 교리들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불신앙이다"

는 투로 말하는 기독교인들이 의외로 많은데, 이것은 사실 매우 이상하고 심지어 비극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모든 것에 마침표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틈'의 여유가 없어서 매우 독선적이고 폐쇄적이다.

소위 '다원주의'를 수상쩍게 여기는 그들은 자신이 믿는 것을 의문시하는 사람들을 여유 있게 포용할 줄 모르고 적대시한다.

교리로 단단히 무장한 그들의 신앙에는 물음표나 느낌표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헌신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바리새파 같은 인상을 준다.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들이 믿는 것만이 진리의 유일한 척도라고 착각하고 오만 방정을 떠는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복음서에서 예수는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 신앙생활 대부분의 시기는 자의든 타의든 거의 마침표 수준에서 맴돌았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이나 주체적 사색, 깊은 가슴앓이 없이 소위 '기독교 신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그럭저럭 살아왔다.
 
나뿐만이 아니다. 내 주변 신자들을 보면 대다수가 획일적·평균적 수준의 신앙에 그런 대로 만족하며 안주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게 오늘날 이 땅의 기독교가 참된 생명력을 잃어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초래한 근본 원인들 중 하나가 아닌가.

물음표가 없으니 신앙의 깊이가 없고, 느낌표가 없으니 신앙의 감격이 없다.
그래서 하느님을 사랑한다지만 그 사랑이 천박하고 메말랐다.
입술만의 사랑이지, 가슴 절절한 진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그저 습관적인 사랑, 어쩌면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사랑으로 변질될지도 모른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앞으로는 아무런 생각 없이 믿어 왔던 전통 신앙에 하루 한두 번 툭툭 물음표를 던져 보고 또 가슴 찡한 느낌표도 이따금 달아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것이 먼지가 수북이 쌓인 내 신앙이 살아나고, 그래서 또 내 삶이 새롭게 살아나는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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