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교회'목사도 아닌 주제에 나서서 죄송합니다

by BLC posted Oct 0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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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교회 목사도 아닌 주제에 나서서 죄송합니다.

 

 

여러분은 '교회'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최근 대형교회 목사들을 주축으로 하는 '기독자유민주당창당설이 터져 나오면서다시금 교회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여기에 유명 목사들의 막말폭언도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그래서, <오마이뉴스> 교회를   깊숙이 들여다보았습니다당초 3편짜리로 기획했던 '교회 사용설명서' 연장게재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1, 교회를 개척한다는 소식을 듣고 교인이 1500명 정도 모이는 교회를 담임하시는 목사께서 본인이 강의하시는 '개척교회목회자세미나'에 나를 초청했다. 그 목사와의 관계도 있고 이런 세미나에서는 어떤 것을 다루나 궁금해 참석했다. 세미나에는 30여 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했는데 실제 막 개척을 했거나 준비하는 사람은 나 혼자이고, 대부분 최소 5년 이상 많게는 10년을 목회를 해 온 분들이었다.

 

세미나에서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설명하는 강사나 참석자들의 대화와 태도에서 느낀 점은 교회를 '큰 교회' '크지 못한 교회'로 분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큰 교회는 '좋은 교회', '건강한 교회'라는 전제 속에 선망의 대상이고, 작은 교회는 '부족한 교회', '건강하지 못한 교회'라는 열등감과 패배의식이 팽배했다.

 

강사 목사가 소개하는 이론과 사례는 결국 어떻게 하면 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강의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강사 목사에게 그 교회에서 사용하는 교육교재와 프로그램 등의 자료를 달라고 몰려갔다.

 

강사 목사는 "교회 크기에 따라, 또 환경과 구성원에 따라 상황이 다르니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귀담아 듣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제자훈련과 소그룹사역이라는 방법론에 대한 그날 강의와 참석자들의 인식·태도를 보며 나는 TV에서 보았던 다단계 교육현장이 떠올랐다.

 

끊임없이 큰 교회를 지향하는 크지 못한 교회

 

 

한국교회는 큰 교회를 위한, 큰 교회를 향한, 큰 교회에 의한 거대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신학교는 어떻게 하면 큰 교회를 이루고 큰 교회를 목회할 것인가를 가르치고, 출판사는 큰 교회 목사의 설교, 지향하는 신학적 가치, 사례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책들을 내고, 교단의 총회와 노회는 큰 교회 목사와 장로들이 모든 임원을 맡아 좌지우지 하고, 각종 연합기구는 큰 교회 목사들을 중심으로, 큰 교회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래서 크지 못한 교회는 끊임없이 큰 교회를 지향한다. 나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큰 교회 목사는 많은 월급을 받고, 좋은 차를 타고, 높은 직책의 일을 맡는다. 큰 교회 교인들은 '어느 교회 다니냐' 질문에 자신 있게 OO교회라고 말한다. 심지어 일반 직장 명함에 OO교회 장로/집사 등의 직분을 넣고 다니는 이도 있다. 그러나 크지 못한 교회 교인들은 같은 질문에 "동네교회요", "동네작은교회요"라며 얼버무린다.

 

10년 후 한국교회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사실 벌써 시작됐다. 지금처럼 크지 못한 교회 목사들이 큰 교회가 좋은 교회, 건강한 교회라고 인식하며 강조한다면 어느 순간 교인들은 깨닫게 된다. 크지 못한 교회, 앞으로 클 가능성도 그리 많지 않은 교회에서 고생하며, 고생을 자녀들에게까지 물려줄 필요 없이 그냥 큰 교회로 옮겨가면 된다는 것을….

 

큰 교회는 더 넓은 주차장, 최고의 강사진과 더 좋은 교육시설, 쾌적한 예배환경 등 질 좋은 종교서비스와 무엇보다 사회생활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좋은 인맥 형성이라는 현실적인 장점이 있다. 크지 못한 교회가 큰 교회를 모델로 삼는 한 이런 것들을 찾아 수평 이동하는 교인들을 막을 논리도 이유도 없다.

 

성경에는 존재하지 않는 '큰 교회' '크지 못한 교회'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성경에는 '큰 교회' '크지 못한 교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건강한 교회'(성경적인 교회) '건강하지 않은 교회'(세속적인 교회)가 존재한다. 세속적인 교회는 세속적 가치를 따라 성경적 가르침을 좇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왜곡하고 배반한다.

 

그렇다면 세속적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은 성공, 번영, 성장이다. '맘몬'으로 대표되는 돈, 명예, 권력이다. 육신의 정욕이며, 안목의 정욕이고, 이생의 자랑이다. 마귀가 광야에서 예수님을 유혹했던 것들이다. 예수님은 이것들을 물리치심으로 '하나님의 아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고,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로서 따라야할 가치를 가르쳐 주셨다.

 

성경적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려놓음, 비움, 낮아짐, 작음 등이다.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교회는 의도적으로 '건강한 작은 교회'를 지향한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큰 교회도 건강할 수 있다, 작은 교회라고 다 건강하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작은 교회가 다 건강하지는 않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크기는 작지만 '크지 못한 교회'라는 인식 속에 '큰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들도 있다. 그렇다면, 큰 교회 중에 건강한 교회가 정말로 존재하는가? 글쎄, 나는 과문해서 그런지 아직까지 그런 교회를 본 적이 없다. 큰 교회도 건강할 수 있다는 말 뒤에는 큰 교회를 지향하는 자신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

 

'의도적'으로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

 

'작다'는 것은 단지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본질의 문제다. 중세시대 번영, 성공, 승리를 추구하던 '로마 가톨릭'에 맞서 종교개혁을 일으킨 자들은 내려놓음, 비움, 나눔의 정신 즉 '십자가의 정신'으로 새로운 교회를 시작했다. 작음은 바로 십자가를 따르는 지향이며 본질적 가치이다. 예수님은 자신을 따라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돌아보시며 자신을 따르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말씀하셨다. 성공, 승리, 번영을 기대하며 따르던 많은 사람들은 자기 길로 돌아갔다.

 

나는 '의도적'으로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지 못해서 작은 교회가 아니라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성경이 가르치는 올바른 정신과 가치를 따라 작은 그 자체로 행복하고, 그 자체로 감사한 그런 교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게으르거나 지지리 궁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한 교회를 '더 크게', '더 호화롭게', '더 영향력 있게' 하기 위해 성장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회로 '더 넓게' 성장하는 것이다. 크기를 일정한 수로 제한하고, 분립·개척·분가 등을 통해 끊임없이 더 넓게 성장해 가는 것이다. 신약시대 초대 예루살렘 교회에서 수천 명이 회개하고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그들이 특정한 예배당에 모인 것이 아니다. 바울이 개척한 교회들도 마찬가지다. 작은 교회들이 더 넓게 퍼져 있는 교회들이었다.

 

큰 교회는 조직을 유지하고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교인들을 교회 중심으로 생활하도록 붙잡는다. 이 때문에 교리와 조직, 프로그램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건강한 작은 교회는 본질에 충실하면서 비본질적인 것은 개인의 자유로 맡긴다. 조직도 프로그램도 단순하다. '단순성'(simple)이야말로 작은 교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단순함의 사전적 의미는 '이해하기 쉬운, 소박한,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운, 신중한, 일반적인' 등이다. , 단순하다는 것은 사랑과 나눔, 용서와 배려, 환대와 감사 등 원래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길은 하나

 

흔히들 '큰 교회가 큰 일 한다'고 한다. 물론 큰 교회가 돈도 많고 사람도 많으니 폼도 나고 영향력 있는 일을 할 것이다. 그러나 1만 명 모이는 하나의 교회보다, 1천 명 모이는 10교회가 더 많은 일을 하고, 100명 모이는 100교회가 훨씬 더 실제적 일 수 있다.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하는 것처럼, 한국교회가 계속적으로 '큰 교회'를 지향한다면 세속적 타락과 부패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이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성경의 가르침을 단순하게 믿고, 단순하게 실천하며, 작음을 지향하는 '더불어 함께하는 건강한 작은 교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나는 목사들과 교인들이 더 이상 '큰 교회'를 자랑하며 그 속에서 주는 편안함에 안주하거나, '크지 못한 교회'의 열등감에 빠져 큰 교회를 향한 망상에 허우적대지 말았으면 한다그리고 '건강한 작은 교회'로의 탈출을 시도하기 바란다. 그렇게 할 때 한국교회에 새로운 희망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오마이뉴스펌(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32032&CMPT_CD=P0000)

이진오 기자는 인천 더함공동체교회 목사이자 교회2.0목회자운동 실행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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